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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 한은에 금리 인상 압박했다’는 헛소리에 대한 반론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요일 기준금리를 올렸다. 1년만의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75%가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이야기가 나돌았다.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 무리들이 엉뚱하게도 “이낙연 총리가 한국은행을 압박해 금리 인상을 독촉했다. 정부가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른 11월 30일 <중앙일보>는 ‘이낙연의 독촉, 이주열 반박···한은 움직인 결정적 장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는 ‘이낙연 금리 인상 압박이 부른 최경환의 척하면 척 악몽’이라는 기사도 내보냈다. <SBS>도 ‘“금리 인상 심각히 생각할 때”…이낙연 총리 월권 논란’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브릿지경제>는 아예 칼럼에서 ‘이낙연 총리 금리 발언, 한은 독립성 훼손인 이유’라고 단정을 짓기도 했다.

사태의 발단은 이 총리가 9월 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리 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부작용을 낳았다.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서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힌 대목이었다. 보수언론들은 이게 이 총리가 한은을 압박했고,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논거로 삼는다. 자유한국당도 “이낙연 총리를 앞세운 현 정권이 한은 독립성을 침해하면서까지 노골적으로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며 공격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민중의소리

실로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정부가 금리를 내리라고 중앙은행을 압박하는 경우는 있어도(이러면 안 되는 거다!) 올리라고 압박하는 경우는 없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실제 금리를 내리라고 한은을 압박했는데, 이런 게 진짜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짓이다.

한국은행을 독립기관으로 만든 이유

금리는 경기와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금리가 오르면 경기가 나빠지고.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경기가 좋아진다. 금리가 오를 경우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많이 맡기기 때문에 시중에 돌아야 하는 돈이 은행으로 잠겨버린다. 당연히 경기가 침체된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줄어들어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린다. 당연히 경기도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모든 정부는 금리가 떨어지기를 바란다. 임기 중에 좋은 경제 성적표를 받는 게 이들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냥 금리를 낮추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시중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려 물가가 급등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물가 문제는 생각보다 경제에 매우 위협적이다. 한번 물가가 급등하면 웬만한 정책수단으로는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 물가가 끝없이 오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이 있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국 독일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돈을 풀었다가 하이퍼인플레이션에 호되게 당했다. 1923년 독일 환율은 1달러에 4조 마르크(오타 아님!)로 치솟았다. 우리로 따지면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 사는 데 4조 원을 내야 했던 셈이다. 독일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100조 마르크자리 지폐를 발행해야 했다. 이 정도 되면 나라 경제는 그야말로 거덜이 난다.

각국이 중앙은행을 정부로부터 독립시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지 지표를 포장하기 위해 끝없이 금리를 내리고자 하는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을 독립 기구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목적은 경기 활성화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막는 것이다. 한국은행법에도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폴 볼커 의장은 임기 중에 금리를 무려 10% 넘게 올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미 카터와 도널드 레이건, 두 대통령이 볼커 의장을 압박하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볼커는 끄덕도 하지 않고 금리를 계속해서 올렸다. 그래서 볼커에게 붙은 별명이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다.

박근혜의 압박이 진짜 압박이다

그렇다면 지난주 한은이 금리를 올린 배경을 살펴보자. 금리를 올리면 경기 지표가 나빠진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를 올린 이유는 미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2.25%)는 한국의 그것(인상 직전 1.5%)보다 훨씬 높았다.

미국 금리가 높으면 당연히 세계의 자금이 미국으로 몰린다. 한국에 투자된 외국 자본도 대규모로 미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한은은 이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이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이낙연 총리가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고 주장하는 건 심각하게 무식하거나, 심각하게 악의적이거나 둘 중 하나다. 세상에 어떤 총리가 자기 재임 기간 중에 경기 지표가 나빠질 것을 각오하고 금리 인상을 압박한다는 말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조직이고, 한은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 하는 조직이다.

물론 이 총리의 발언이 “금리를 올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국가 경제를 진심으로 생각해 하는 충언으로 봐야 한다. 세상에 금리 올려서 경기 지표 나쁘게 만들고 싶은 총리는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어떤 기업이 경영난에 빠졌다. 그런데 그 회사 노동조합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내년 임금을 20%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여기다 대고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노조가 사측에 임금을 삭감하라고 부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노조가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라고 열을 내는 꼴이다. 이걸 무식하다고 해야 하나? 악의적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부터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정부 압박의 좋은 예를 보여주겠다. 10월 <KBS>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선일보>를 끼고 한은에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이 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보낸 문자에는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습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형님,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 0.5% 내리도록 서별관 회의 열어서 말씀하셔야 합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민중의소리

여기서 강효상은 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며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었다. 실제 <조선일보>는 3월 2일 “경기부양 팔짱 낀 한은의 시대착오”라는 기획기사를 무려 1면에 깔았다. 박근혜 정권은 언론까지 동원해 독립기관인 한은에 금리를 내리라고 대놓고 압박을 가했다. 이런 게 바로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압박이다.

사실 금리는 박근혜 정권 때 올렸어야 했다. 그런데 “빚내서 집사라”라는 희대의 황당한 정책 탓에 박근혜 정권은 금리를 내리라고 한은을 압박했고 그 바람에 가계부채가 무려 1500조 원을 넘어섰다. 그때 금리를 올렸다면 가계부채가 이 정도로 치솟았을 리도 없었고, 한미 양국의 금리 역전을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처럼 총리가 눈물을 머금고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라는 발언을 할 까닭도 없었다.

자유한국당 무리들이 “이 총리가 한은을 압박했다”고 떠드는 모양인데, 염치가 있으면 그 입을 좀 다물어야 한다. 당신들이 싸 놓은 배설물 치우느라 지금 대한민국이 금리 인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당신들이 지금 그런 헛소리 할 때인가? 회초리를 맞아도 시원찮을 판에!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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