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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일은 옳은 일인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른채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몸에 쇠사슬을 두른채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우리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 양상을 띤다. 특히 장애인과 비장애의 구분이 그렇다. 그러한 구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다수가 소수를, 강자가 약자를 배척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보기에 늘 불편하다.

최근 장애인단체들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 도로를 점거했다. 2019년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게 되면서 또 하나의 적폐가 막을 내리게 됐지만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하다.

미술, 공연, 영화계 관계자들 역시 장애와 비장애인 사이에 다리는 놓는 과정에서 이런 분위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대안공간 눈 이윤숙 대표는 장애인 예술가와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편견과 마주하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사실 저도 장애인 예술가는 장애인 센터 같은 곳에서 작업하면 되지 않나? 그런 곳이 복지가 더 잘 돼있지 않나? 그런 편견이 있었다”며 “사실 장애와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한데 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애는 구성원의 편견에서 발생한다. ‘저들은 우리랑 다른 사람들이니까 우리랑 같은 환경과 분위기를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우리가 이용하는 환경 속에 그들의 환경을 같이 녹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더라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재밌게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들이 더 많이 제작된다면 장애인들에게 그것은 닿을 수 있는 영역이자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문화가 된다. 공공기관, 지하철, 버스, 공연장, 일반 건물의 턱만 낮춰도 벽은 낮아진다.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는 영화 부문만 봐도 그렇다.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에 따르면 1년에 한국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1000편으로 봤을 때 배리어프리 영화 비율은 40편 밖에 안 된다. 처참한 수치다.

공연 부문도 마찬가지다. 신재 연출가에 따르면 장애인 예술가나 단체가 현실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은 ‘이음센터’ 단 한 곳 밖에 없다. 장애인 배우의 경우 무대, 화장실, 분장실 같은 곳은 돌아다닐 수 있지만 장애인이 창작자가 될 경우 접근이 어려운 곳은 여전히 있다고도 했다.

물론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안은 중요한 문제다. 증액 여부에 따라서 그해 장애인 복지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제와 구분의 시선을 없애려는 사회적 노력이다. 장애인 때문에 불편하다는 입장이 아니라 함께 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같이 보고 같이 할 수 있는 가치관을 바닥부터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 물과 기름이 아니라 섞이려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자료사진
자료사진ⓒ제공 : 한국도로공사

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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