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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교육칼럼] 분석!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서 보도한 한국 교육’

그동안 기고로 독자들을 만났던 신남호 교육평론가가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일전에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보도한 ‘한국의 수능관련 기사’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홍콩 SCMP 신문이 한국교육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관련기사:2018.11.15일. 제목:한국은 왜 생애내내 공부의 함정에 빠져있을까?)

이 신문은 BBC와 같이 한국의 수능 및 교육을 다루면서도 좀더 다른 시각에서 우리 교육의 모순을 읽어내고 있다. 첫째, 한국인들이 대부분 생애내내 선발중심의 ‘시험’ 환경에 놓여있음을 조명하고 있다. 당연히 시험의 성격은 수능을 포함하여 승진시험에 이르기까지 주로 객관식으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둘째, 경쟁일변도의 시험 환경, 유교적 서열주의, ‘같음’ 즉 동일성에 치우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등 한국문화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 기사 역시 거울처럼 우리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과 해외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한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고 있는 데다 유교의 폐단을 더 잘 아는 문화권에서 진단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고 생각된다. 기사를 번역(의역), 소개하면서 논평을 가해본다.

SCMP에서 진단하는 한국교육

첫째, 한국인들은 25~30여년간 젊은 시절 대부분을 학업과 시험준비로 보내지만 실제 세상에 나오면 객관식 문제처럼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러움을 당한다. 대응능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중장년의 삶이 평탄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사는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것에 더해 이 시험 이후의 상황까지 보고 있다. 즉 고시원과 도서관을 다니면서 시험준비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정말 지금도 서울의 남산도서관에만 가 보아도 다양한 취향의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수능부터 공무원 시험, 승진에 이르기까지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 재수생, 청장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따금씩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년층이 찾는 정도다.

기사 속에서 35세 이진형 청년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그는 첫 직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실업상태에 놓여있다.

공무원, 디자인, 언론관련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삼성, LG 그리고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도 면접, 자격증 등 추가적인 시험을 거쳐야 한다. 입사 이후에는 승진시험이 또 기다리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입실을 마친 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이 입실을 마친 뒤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 기사에는 외국인들이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영상이 첨부되어 있다. 독서실에서 학생들이 한 자리에 앉아 밤새워 공부하다 지쳐 잠이 들고 깨어나서 다시 공부하는데, 그 모습이 시계바늘이 돌아가는 상태에서 촬영되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씁쓸하게 미소짓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세계교육의 흐름에 뒤쳐져 이상한 나라가 되어 있는가를 생각케 된다. 현행의 시험중심의 관행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29세 여성 김민지는 초등학교부터 언론사 입사까지 각종 시험을 무려 50여 차례 거쳐야 했다. 학창시절 주말도 잊은 채 보냈다. 입사시험도 지원서 작성을 시작으로 에세이, 면접테스트 등을 통해 사회-경제-정치적 상식과 한자능력까지 검증받아야 했다. 에세이는 두 시간 걸려 작성했다.

심지어 한국의 일반상식에서 보아도 황당무계한 일이 있었으니, 경찰의 음주측정과는 또 다른 ‘음주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상사와 술을 마시게 하고 취한 상태에서 술에 대한 예법부터 행동성향까지 평가받은 것이다. 입사 후에도 승진시험이 있어 시험은 그치지 않는다. 미국 스탠포드대 신기욱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표준화된 시험을 객관적인 자격검증의 증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주변사람 및 동료들과 똑같은 것을 선호하며 동일한 가치와 행동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서 열린 논쟁 및 주관적이고 모험적인 판단의 다양성이 끼어들 여지가 사라진다. 한국에서 입학 및 입사 시험성적은 그 사람의 능력을 증명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로 여겨지며, 이는 다시 양극화된 사회에서 미래를 보장받는 가장 쉬운 경로가 되어 있다.”

입사 및 승진시험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재응시하려면 해를 넘겨 기다려야 하며, 수도권 밖의 수험생들은 시험을 위해 숙소를 따로 잡아야 한다. 기업체가 이런 비용을 부담하지도 않는다. 25~34세 사이의 젊은이들 2/3가 대학 졸업자들이며 이들 상당수가 연애, 결혼 그리고 다른 문화적 활동이 직업을 구할 때까지 길게 유예된다. 이 기간은 적어도 10년이 걸린다.

역시 신 교수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나이에 민감하며 승진에서도 여전히 연장자를 배타적으로 우대하고 있다. 이는 2~30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전반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두뇌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15~29세 사이의 청년실업률이 2018년 상반기에 11.9%로 나오면서 한국의 극단화된 시험문화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하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UC 버클리대 존 리(John Lee) 교수에 따르면, 종일 공부에만 노출되는 한국과 같은 풍토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불행한 것이며 이는 사회의 활력조차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히 이른바 헬 조선(Hell Joseon)이라는 말이 새삼 설득력있게 들린다. 이에 일부 고교생들이 저항하기도 한다. 수능 보는 2018년 11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통해 “우리는 쇠고기 등급처럼 매겨지고 있다. 시험을 통해 등급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대학은 모든 것의 중심이 아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 김두루한 교사와 같은 소수 전현직 교사들과 교육평론가 및 시민운동가들이 함께 모여 수능 및 교내 객관식 정기고사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토론회를 이어가고 있다

참배움학교연구회 토론 모습
참배움학교연구회 토론 모습ⓒ필자 제공

신 교수는 시험이 중시되는 한국의 풍토가 유교주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광범위하게 맹위를 떨치는 시험은 유교경전을 텍스트로 하는 근대이전의 과거시험을 연상케 하며, 연공서열제는 연장자 우대라는 역시 유교적 질서유지의 메커니즘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대내외적 경쟁환경이 시험에 더욱 집착하도록 조장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교육은 개발시기에 사회적 계층이동의 주요 통로였다. 그래서 지금도 한국인들은 교육이 아니면 지금과 같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물론 교육은 한국적 성공의 키워드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경직된 선발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시대는 자동기계, 배관공, 요리사와 팝스타 등을 필요로 하지, 대학교 학위, 각종 자격증, 높은 시험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기사 말미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민지는 현재 영국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한국사회에 있는 한 이후를 위해 시험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이른바 ‘시험의 객관성과 공정성의 신화’에서 개인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우선, 학생과 젊은이들의 삶을 왜곡시키는 ‘시험’을 바라보는 시각에 전면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리기 익히 말했던 ‘시험공화국’이라는 말은 우리의 특성을 과장없이 표현한 개념이기도 하다. 외지에서는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객관식 시험에 기반한 학교와 사회의 선발장치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대신에 직무능력, 실무경력, 사회경험 및 인간적 소양을 중심으로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며칠 전 수능출제를 담당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시험의 난이도 조절에서 실패했다고 사과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사과가 있을까? 사과를 하려면 객관식 시험을 출제해서 학생들의 상상력을 심대하게 제약했다고 유감을 표했어야 하지 않을까? (관련기사:2018.12.4일자 뉴시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혼란에 대해 수험생과 학무모께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2018.12.04.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의 난이도 혼란에 대해 수험생과 학무모께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있다. 2018.12.04.ⓒ뉴시스

위 기사에서 짚어내고 있듯이, 한국사회가 현재 과신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이는 ‘경쟁’과 ‘객관식 시험’이다. 경쟁은 때로 불가피한 것이지만 거의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것이 문제다. 경쟁일변도의 사회에서는 경쟁의 승자가 되려는 과정에서 나눔과 배려의 덕을 몸으로 익힐 기회가 사라진다. 부와 권력에서 경쟁의 승자처럼 여겨지는 서울 강남지역 시민들 중에서 세금 미납자가 제일 많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어서 이는 남북통일의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 약 3만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젊은이들이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는데 공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출신에 대한 차별과 편견도 극복해야 하지만, 학교의 난이도 높은 시험과 취업시험, 나아가 자본주의적 과열경쟁이 탈북자들에게는 커다란 장벽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2018.11.11일자 SCMP. 기사제목:김정은 집권이후의 삶:탈북자를 돌보는 학교의 내부)

각종 시험을 대폭 폐지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할 수 있어야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 및 기업체 시험에서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경우라면 영어능력, 각종 자격증 및 객관식 지필시험을 대폭 폐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전직 영어교사 정헌교는 “기업체에서 평가도구를 개발하여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인문학이 인간관계, 기술개발, 발명을 위한 상상력 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기사에서 에세이 테스트가 잠시 언급되긴 했으나 현실의 문제상황을 주고 이를 어떻게 인문학의 바탕 위에서 대안을 내는가 하는 것을 측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주요 화두가 된 존엄사 문제, 제3세계에 대한 무상원조 등을 다를 수도 있으며, 극단화된 상황설정이라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지만, 마이클 샌델 철학교수가 제시한 문제의 하나로서 ‘조난 당한 배에서 병든 젊은이를 희생해서 인육을 먹고 살아남아 젊은이의 가족과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가 아니면 모두가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도 선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이와 관련하여 또 과외수요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평가과정에서 과외로 급조된 글과 아닌 것을 구별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대학 교육과정에서 인문학을 대폭 다루면서 과외수요를 상쇄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교육선진국처럼 고교과정에서 플라톤의 국가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사마천의 사기, 단테의 데카메론,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 등 고전을 읽고 토론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것을 가능케 할 환경을 종합적으로 만들어가는 관심이 절실하다.

유교문화의 서열주의를 타파해야

연장자 우대의 풍토는 단기간에 서열을 통해 질서를 잡는데 효과적이지만 장기적으로 구성원간의 다양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발휘될 기회를 차단한다. 이것이 확산되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력의 발달이 저해되면서 사회는 경직된다.

나아가 연장자를 우대하는 유교적 풍습은 파시즘이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정부형태가 전체주의를 벗어났다고 해도 공공기관, 기업, 학교가 경직되고 획일화된 제도와 가치관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박노자 교수의 비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는 자신의 25~6번째의 문화비평 에세이 중에서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라고 제목을 붙인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한국사회를 두고 한 일이다.

한국사회는 성적으로 줄세우는 것에 더해 나이로도 줄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 대열에서 이탈하면 불안감을 느끼도록 되어 있다. 나이에 더해 직위, 권력, 부(副)와 같은 외적 요인이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이성과 합리성이 작동을 멈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우리는 유교적 폐습이라는 과거에 살고 있다.

상명대 김경일 교수가 말하길, “일본의 메이지 유신의 사상적 기초를 놓은 계몽사상가 후쿠자와 유기치는 ‘탈아시아론’을 주장하며 중국 전통의 유학문화를 맹비난했다. 그는 유교를 국가와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을 저해하는 적으로 간주한 다음 신랄한 비판을 퍼붓게 되는데…(중간생략)…메이지 정부는 근대 국가건설의 성공을 위해 두 가지 점에 특히 유의했다. 하나는 중국문화의 잔재를 최대한 씻어버리고 철저한 서구화를 이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1999, 90쪽)

“한국은 한 번도 유교를 정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권위와 복종을 인간사회의 마지막 이데올로기로 착각하고 있는 유교 근본주의들이 있다. 이들은 명령에 익숙하며 토론에 약하다. 우리들의 삶의 공간이 좀더 따뜻해지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문화적 타협과 가치의 빅딜을 해야 할까? 해답은 공자의 몇 마디로 재구성된 허구의 세계인 유교, 그리고 그 픽션의 허구를 따라가며 허공에 지어놓은 유교문화에 대한 반성적 해체에서 얻어질 수 있다.”(위 책, 91~94쪽)

고교학점제와 월반제는 연령 즉 학령을 넘어서 학생들의 능력을 존중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유교적 연공서열제를 극복하는 교육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 사회 양 영역에서 진정 능력주의(meritocracy)를 실현하기 위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남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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