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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의원 석방은 분단논리와 색깔론 사멸의 증거될 것”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정의철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9월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구속된 후, 2015년 양승태 사법부로부터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현재 6년째 복역 중인 사람이 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다.

많은 사람들은 촛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가 출소한 줄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해당 사건으로 구속된 모든 사람들이 ‘만기 출소’로 풀려났지만, 아직도 그는 차가운 수원구치소에 있다.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 민주노총, 전농 등 56개 단체가 주최한 ‘12.8 사법적폐청산 종전선언촉구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렸다. 체감온도 영하 10도에 달하는 혹한의 날씨에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농민, 청년, 시민 2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본 집회에 앞서 어린이-시민으로 구성된 300인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며 생기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문재인 퇴진’, ‘적화통일 반대’를 부르짖으며 광화문 광장을 포위하듯 행진하는 극우단체들의 태극기 집회와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였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 구명위원회(이석기 구명위)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사법적폐 청산·이석기 의원 석방 촉구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 구명위원회(이석기 구명위)와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사법적폐 청산·이석기 의원 석방 촉구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이날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사람은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이었다.

이 의장은 “우리 역사에 새로운 물줄기가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다”라며 “이렇게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든 것은 촛불 국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70년의 분단적폐를 과감하게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시킬 때다. 분단이 만든 아픔은 위로받고, 상처는 치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 초겨울 추위가 매섭다. 이 겨울 끝자락에 봄이 올 것을 확신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다. 여러분도 이석기 전 의원도, 그가 겪는 고통에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들도 다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다. 감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들과 웃으며 얼굴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건강하자”고 격려의 뜻을 전했다.

현장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 인권재단 사람 소장 박래군 인권활동가,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등이 감옥에 갇힌 이석기 전 의원과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며 응원의 뜻을 더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가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도 광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은 온 나라에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은 이 나라에 분단논리가 사멸됐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말하는 게 죄가 안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승태 사법부의 논리대로라고 해도 이 전 의원은 말한 게 전부인데, 이게 9년이나 감옥 갈 일이냐”라며, “말할 자유를 얻으면 태극기 부대도 행복하고, 문 대통령에게 갖은 저주를 퍼붓는 조선일보도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전 의원이 석방되면 ‘색깔론’을 우리 정치에서 몰아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적폐세력은 ‘반공’이라는 박물관에 든 무기를 꺼내 통합진보당을 없애고 우리 정치 전체를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색깔론에 대한) 두려움을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없이 사는 사람들끼리 싸움붙이는 정치를 끝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혐오와 가짜뉴스, 기회주의와 두려움과 싸우시는 여러분이 대단하다. 우리 어렵고 힘들다고 의리를 저버리지 말자. 저부터 ‘나는 이석기는, 통합진보당은 싫은데…….’ 이런 비겁한 말 안 하겠다. 같이 비를 맞겠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최근 보수언론과 정부로부터 포화를 맞고 있는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자주통일’을 위한 걸음에 힘을 더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겨울 이 자리에서 우리는 촛불을 들었다. 이석기 전 의원 같은 통일 지사를 가두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박근혜를 우리 손으로 끌어내리고 끝을 보기 위해, 꽁꽁 언 손과 발로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는 끌어내렸지만 아직도 분단적폐, 반통일 적폐가 끝나지 않고 발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의원 같은 양심수들의 감옥문이 열리고, 이 자리에서 함께 손잡고 통일을 노래할 수 있어야 분단적폐의 끝이 온다”라며, “민주노총은 통일 지사들과 함께 진정한 통일 위한 투쟁에 한발 한발 달려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타카피가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며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타카피가 이 의원 석방을 촉구하며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이날 집회에는 문화 인사들도 함께 했다.

인천 민예총 이사장 정세훈 시인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시 ‘개밥바라기별’ 등을 낭송하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펑크록밴드 타카피는 자신들의 인기곡 ‘케세라세라’를 개사해 ‘프리이석기’로 불러 박수를 받았다.

가수 안치환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며 광장을 감동으로 채워갔다. 그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노래인데 놀랐다”며 이 전 의원이 옥중에서 신청한 노래 ‘삶이여 감사합니다’를 부르기도 했다.

가수 안치환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무대공연을 하고 있다.
가수 안치환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무대공연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집회 말미에는 이석기 전 의원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이 공개됐다. 편지는 안동섭 전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이 대독했다.

이 전 의원은 편지에서 “광화문 광장에 모인 분들이 춥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다”며 “저의 석방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마음을 모아주신 것은 저의 구명만을 위해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로서 흔들리는 촛불혁명을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모이신 것 같다”라며,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적폐세력은 촛불 분열을 위해 많은 계책을 쓴다. 저들의 이간책을 이기고, 우리 한 번 잡은 손을 놓지 말자”는 뜻을 밝혔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태를 규탄하며 비보이와 택견 선수들이 구속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태를 규탄하며 비보이와 택견 선수들이 구속 촉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에서 이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정의철 기자

이날 집회는 비보이들과 택견 선수들의 공동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날이 저물어 추위가 더해짐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대부분이 끝까지 함께 했다. 이들은 한 손엔 ‘이석기 의원 석방’이라고 적힌 하늘빛 손피켓을, 다른 손에 같은 색의 별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사법적폐 청산’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에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적폐청산 이석기 의원 석방대회’가 열렸다. 3천여명(주최측 추산)의 참석자들은 ‘양승태를 구속하고 사법적폐 청산하라’를 외치며 대법원을 향해 플라스틱 소재 공을 던지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아래는 이 전 의원 옥중서신 전문이다.

그리운 동지들, 사랑하는 여러분!
1
지난 여름에 인사를 드리고 나서 벌써 두 계절이 바뀌어 성큼 겨울이 왔습니다. 감옥 안에서 여섯 번째 맞는 겨울인데 좀처럼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겨울이 늘 사람의 준비 정도를 시험하는 시기인 탓입니다. 추위를 이겨내는 사람만이 봄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겨울의 초입에 서서 자연의 이치를 생각합니다.

오늘 광화문 광장에 많은 분들이 모인다고 들었는데 춥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저의 석방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마음을 모아주신 건 단지 저 한 사람의 구명을 위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로서 흔들리는 촛불혁명을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이렇게 모이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평 남짓한 독방에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 할 수 있었던 건 다 동지들의 덕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선 빛나는 별도, 푸른 산맥도, 붉은 노을도 볼 수 없지만 동지들의 소식은 늘 설레게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나의 웃음의 원천이며 희망의 근거입니다. 언제나 고맙고, 또 함께 하겠습니다.

2
올 한 해 한반도에는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한 변화가 닥쳐왔습니다. 이 변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그 폭과 깊이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질 것입니다. 이 변화는 단지 우리의 외적 환경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치에서도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분단에 기생해왔던 정치세력, 미국만 바라보고 살아온 정치세력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들이 물러난 자리에는 거대한 공백이 생겨날 것이고, 이 공백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향후 30년의 우리 사회를 결정할 것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진정한 변화는 민중속에서 시작됩니다. 세계의 민중들은 그동안 정치계를 주름잡아왔던 지배적 조류를 뒤로 물리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인, 새로운 정치세력이 무대의 중심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비슷할 것입니다.

촛불혁명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민중의 뜻을 받들어야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정치의 일각을 담당해 온 낡은 세력의 면모 역시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과거의 낡은 면모를 벗고 새 것을 만들어나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은 촛불혁명의 완수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적폐세력은 촛불의 분열을 위해 많은 계책을 씁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는 ‘민주노총 때리기’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낡은 세력은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작은 차이를 이유로 우리가 갈등할 때 저들에겐 생존의 기회가 생겨납니다. 저들의 이간책을 이겨내고 우리는 한번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합니다. 단결을 이루자면 가장 절실한 사람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만든 원리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오직 민중의 힘을 믿고, 촛불의 힘을 믿고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먼저 촛불을 든 우리는 다시금 가슴속에 촛불을 켜고 낡은 세력을 몰아내고 민중의 정치적 진출을 일궈내야 합니다. 더 깊이 민중속으로 들어가 우리 삶의 현장 모두에서 촛불혁명을 완수해야 합니다. 여기에 모인 우리는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모두 하나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민족의 밝은 미래, 민중의 복된 삶을 일구는 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3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우리 민족 스스로의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일구어 나가는 건 우리 민족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이 소망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여곡절과 만만치 않은 난관이 앞에 놓여 있겠지만 우리에게 좌절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내일을 낙관합니다.

이제 겨울의 초입입니다. 차가운 바람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도리어 단련시키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이 겨울이 끝나고 나면 역사의 새봄이 시작될 것입니다. 따뜻한 봄날이 오면 그때 환한 웃음으로 얼싸 안고 싶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8.12.8. 수원옥에서 이석기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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