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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2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故 김용균 씨.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故 김용균 씨.ⓒ기타

지난 해 5월 10일 수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라는 칼럼을 썼다. 바로 그 때 대통령이 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바람을 노래에 실어 전하고 싶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끔 노래를 찾아듣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을 위한 행진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지보이스의 노래, 김동산&삼각전파사의 ‘수원지동 29길’, 나윤선의 ‘Momento Magico’를 같이 듣고 싶다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 노래들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빠서, 너무 바빠서 노래를 들을 틈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지치고 힘들 때 노래를 들으며 위로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송신탑에 올라가야 하는 노동자들

그 후 1년 7개월이 지났다. 집권 2년차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선거 구호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남북관계 회복, 적폐 청산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왔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인 다수의 삶의 질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곧 3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실업률은 9년만에 최고치인 3.2%. 그보다 큰 문제는 소득양극화, 주택양극화를 비롯한 빈부격차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자는 여전히 부자일 뿐 아니라 더 큰 부자가 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할 뿐 아니라 더욱 가난해진다. 12월 10일 분식회계를 저지른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 결정은 지금 세상이 누구의 편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재벌은 흔들리지 않는다. 재벌은 잘못을 하고도 대가를 치루지 않는다.

반면 비정규직, 자영업자, 청년, 여성,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다. 그들의 죽음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4일 서울특별시 아현2동 재개발 철거민 박준경씨가 스스로 세상을 버렸다.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인 11일 새벽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스물 네살 김용균 씨가 일을 하다 죽었다.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가 신청을 하는 인증샷을 남겼지만, 끝내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두 달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하청과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력 충원과 2인1조 근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이, 손톱을 깔끔하게 자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삶은 중단되고 말았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59일차 노숙농성, 14일차 단식하던 희망연대노조 엘지유플러스(LGU+) 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급기야 한강대교북단 송신탑에 올랐다.

참담하고 막막하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했다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최소한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공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사법농단 혐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이 기각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 빼고 두 당끼리 예산안 합의하는 현실은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먼저 이야기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고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 세상. 이럴 때 노래를 듣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담은 노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대답 없는 사회’이다.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누가 그랬나?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질문이 끝나고 나면 침묵이 흐르고
저 사람 누군지부터 물어보는군

대답을 못 들은 발표자가 원고를 집어넣네
수고하셨다는 박수를 받으며
대답을 못 들은 학생들이 조용히 책을 덮네
자신의 질문들에 의문을 던지며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누가 그랬나?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질문이 끝나고 나면 침묵이 흐르고
저 사람 누군지부터 물어보는군

위에서 내려온 질문에는 대답을 했는데
추운 날씨에도 옷을 챙겨 입고서
위에서 내려온 질문에는 대답을 했는데
바쁜 생활에도 시간을 쪼개 가면서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김목인의 2집 ‘한 다발의 시선’에 담긴 노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파인텍(옛 스타케미컬) 노동조합의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은 추운 날씨에도 400여일째 굴뚝 농성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답을 듣지 못했다. 며칠 전 노동자들이 4박 5일간 오체투지 행진을 했음에도 대답은 없다. 급기야 차광호 위원장은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결국엔 바꾼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는 12월 1일에도 이어졌다. 왜 아직도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여전히 길 위에 나와 있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 노래를 못/안 듣더라도,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듣기를 바란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에서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를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한 가운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 박준호 사무장이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에서 공장 정상화, 단체협약 이행 등을 촉구하며 스타플렉스 서울사무소를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한 가운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 박준호 사무장이 굴뚝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슬픔과 절망을 묵묵히 기록하는 노래

그 다음에는 노동가요 작곡가 김호철의 ‘잘린 손가락’을 들어야만 한다. 김호철이 이 노래를 만든지도 벌써 30년이 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도 노동자들의 죽음은 끊이질 않는다. 지쳐서 죽고, 절망해서 죽고, 다쳐서 죽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최상위권인 현실은 단지 일이 힘들거나 위험해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한 결과다. 사고가 일어나도 기업주에게는 관대한 덕분이다. 구의역 참사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사고와 변하지 않는 노동자의 삶은 갈수록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든다. 오늘도 노동자의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몸뚱이가 잘려나가고, 삶이 잘려나간다. 그런데도 기업주는 멀쩡하다. 2018년에도 노동자들이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이 땅에서 일하려 할까. 누가 이 땅에서 계속 국민으로, 시민으로 살고 싶을까. 누가 그런 나라의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할까.

마지막으로 한 곡의 노래를 더 들을 시간이 있다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맹인부부가수’를 듣고 싶다. 국민소득 3만불을 앞둔 시대, 어딘가 있으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아니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어버린 사람들. 세상이 달라지기를 기다리다 지쳐버린 사람들. 그럼에도 “아름다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의 즐거움이 찾아 올 때까지“ 노래하는 사람들의 존재 앞에서 이 노래는 처연한 슬픔으로 그들을 노래한다. 감히 책임지겠다거나 함께 싸우자는 말 대신 그들의 슬픔과 절망을 묵묵히 기록한다. 기다리는 이들의 슬픔과 절망이 더 깊어지기 전에, 슬픔과 절망이 다시 분노로 바뀌기 전에 세상이 달라질 수 있기를.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찾아오는 사람 없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돌아가는 저 사람들 뿐
사랑할 수 없는 것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지 못할 것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가고
돌아올 길 없는 길 앞질러 가고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 되었네
아름다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의 즐거움이 찾아 올 때까지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네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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