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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교육칼럼] 분석! 독일 언론 DW가 보도한 한국 교육

영국 BBC, 홍콩의 SCMP에 이어 이번에는 독일의 DW (Deutsche Welle)에서 다룬 한국교육을 살펴보기로 한다.(관련기사:2018.2.19일자 ). 참고로, DW는 1953년 독일에서 단파방송으로 개국하여 현재까지 국영방송 ARD와 협력하는 공영 국제방송이다. 29개 외국어로 전 세계에 방송 중인데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없다.

DW까지 세번째로 외지의 한국관련 보도를 살펴보면서 얻은 나름의 결론은 한국교육이 공통적으로 사교육, 과열경쟁 그리고 입시부담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내부에 있는 우리가 몸소 체험적으로 느껴온 것이 주관적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독일의 기사에서는 ‘먹방’과 같은 인기예능 TV 프로그램, 스노우보더 금메달리스트 코리안 어메리칸 Chloe 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발달된 청소년 및 대중문화의 면모를 대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기사의 주요내용을 의역하면서 논평을 가해본다.

한국교육:경쟁과 시험에 일찍이 노출된다

이 기사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은정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이 매우 일찍 교과시험 즉 평가와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있어서 초·중등 교육 12년은 주로 대학입학을 목표로 한다. 당연히 수능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이 비율이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독일의 대입시험인 아비투어(Abitur) 응시율은 동일연령대에서 볼 때 50%가 채 안된다.

당연히 어린 학생들부터 중고생에 이르기까지 학업성취 압박을 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창의성 함양을 위한 장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예술 그 중에서 음악의 경우에도 한국에서는 누구나 듣는 과목에 포함되면서도 평가위주의 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의 음악 전공 학생들이 유난히 독일에 많이 유학을 오는 이유도 알고 보면 한국의 평가 및 사교육에 의존하는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학원가에서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학원가에서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많은 중·고생이 정규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향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의 도시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어린이와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기 때문에 함께 놀아줄 또래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더욱 더 친구들이 모여있는 학원에 가게 된다. 또래집단 나아가 부모 및 조부모 그리고 이웃과의 사회성을 키울 기회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사교육의 폐단이 계속되고 있다

학원수강의 폐단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도 있어서 1981년에 대통령의 의지로 이를 금지시킨 사례도 있었다. 학원 수강료는 특히 한국의 중산층으로 하여금 경제적 타격을 가한다. 이 역시 앞서의 외지(外紙)들과 같다. 사교육을 일체 단념하고 학교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학원에 의하지 않고도 수능 고득점을 받는 학생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를 반신반의하면서 학생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사교육 규제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되는 요인이 된다.

한국에서는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있듯이 명절날이면 취업과 결혼이 주요 화제가 되는데, 심지어 신문이나 인터넷포털에서 어른들에게 가족의 평화를 위해 자녀들에게 묻지 말아야 할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주로 “취업했니? 아니면 결혼했니?”와 같은 질문을 피하라는 것이다.

독일도 청년들의 취업계약, 직업전망 등에서 항상 낙관적인 것만은 아닌데, 한국의 경우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함께 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부모로부터 취업압박을 계속 받으면서 세대간 불화가 심화되기도 한다. 취업이 안되면 결혼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20~30대는 결혼을 더욱 기피한다. 인터뷰에 응한 이은정 역시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해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한다.

대중예술과 예능의 상상력은 살아 있다

기사는 설치예술가 박경군의 작품 전시회도 소개하면서 한국에서 문화적 창의성을 읽어내고 있다. 이은정이 2018년 독일연방 대통령 슈타인마이어가 방한했을 때 함께 한국의 예술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 역시 끼가 많고 상상력이 좋았다고 한다.

따라서 독일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공히 예능, 음악 등 예술을 통해 인터넷 시대에 시차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DW에서는 명암의 대조효과를 내듯이, 한국 대중문화의 예술적 감수성은 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학교교육 즉 공교육은 오히려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대안 찾기
첫째, 객관식 시험과 경쟁위주의 환경에서 속히 탈피해야

어떻게 하면 경쟁일변도 및 객관식 시험위주의 환경에서 벗어날 것인가? 여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입시제도를 전향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까지 왔다. 마침 수개월 전에 국가교육회의에서 한 대학의 산학협력단에 의뢰하여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았다. 주요내용이 ▲수능시험 폐지 ▲고등학교 졸업자격고사 도입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 ▲대입 추첨전형제이다(출처: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유·초·중등교육분야 미래 교육비전 및 교육개혁 방향 연구’, 2018.8.31. 관련기사:2018.12.6일자 에듀프레스)

이 정책들이 눈길을 떼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이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점수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자폐적인 점수경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싹이 보이기 때문이다. ‘학종전형’ 확대는 수능확대를 제기하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도 신념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기에 놀랍다.

대입 추첨전형제는 전국 대학 공동입학 및 학점공유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대학의 평준화와 (시설과 교수진을 대부분 훌륭하게 갖추고 수월성있게 인재를 키우는 유럽식 모델), 대학 졸업정원제 부활 등으로 지칭할 수 있는 대학교육 개혁과의 정책들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지금껏 객관식 시험과 수능중심의 입시가 입시전사들로 키워내는 폐단 때문에 수시비중을 높혀 왔다. 기존 수능 및 교내의 객관식 시험은 일종의 고부담 시험(high-stakes testing)으로서, 이런 시험은 학생에 대해 독특한 개성과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 보는 것도 아니요, 학교에 대해서 이 잠재력을 키울 복합적 기능을 지닌 기관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성장 잠재력에 대해 눈감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는 일종의 ‘의도된 무지(willed ignorance)’와 같은 것으로서 학생과 학교를 하나의 만능화된 척도 즉 계량화, 객관화의 도구인 시험성적으로 능력을 평가한다.[Madaus, G.외, 고부담 시험의 역설(The Paradoxes of High-Stakes Testing), IAP:U.S.A. 2009, 23쪽]

그래서 수시모집 전형을 더욱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다듬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과열경쟁 상태에서는 부정과 비리를 비켜가기 어렵다. 2018년 7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문제 유출과 같은 사건은 이 사건이 끝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현 정부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음을 인지한 것이 다행이다. 위의 대안들이 시행되면 학생들에 대해서 독서, 토론, 조별 탐구, 논·서술 교내시험이 좀더 수월해질 것이다. 2012년 이후 차제에 절대평가 졸업고사를 대치할 국제 바칼로레아 IB의 도입도 더 가능성있는 대안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편의상 도표화해 본다면, 3,4번의 서열화된 대학을 향한 진학욕망과 과열경쟁이 객관식 시험을 과신하게 만들며 제어한다.

입시제도를 포함한 교육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결정요인. 1번의 직업차별, 학력차별에서부터 순서대로 5번까지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도식화해 볼 수 있다.
입시제도를 포함한 교육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결정요인. 1번의 직업차별, 학력차별에서부터 순서대로 5번까지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도식화해 볼 수 있다.ⓒ신남호 교육평론가

둘째, 사회부총리:교육과 사회를 아우르면서 정책을 펴야

그러나 여기가 끝이어야 할까? 대학입학 추첨제, 학점공유제가 대학의 서열화 구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명문대학을 과신하는 현상, 취업률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서열화가 다시금 고개를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명문대학의 존재는 자연스럽고 또 그렇게 서열화되는 상황도 용인할 수 있다. 문제는 학벌로 치닫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지금껏 교육개혁 목표만 응시하면서 목표실현의 성패를 결정하는 제반 조건을 보는 데는 거의 맹목이었다. 그렇다면 입시 과열경쟁과 사교육의 생명연장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도표에서 거슬러 올라가 1,2번에 눈을 돌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교육정책당국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대안의 고민을 중단해 왔다. 사회모순이 교육에 어떤 경로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길은 있으나 잘 찾지를 못한다. 게다가 장관이나 정권 임기에 실적을 내야 한다는 조급함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금도 일본의 기업에서 60~70대 노인 숙련노동자들이 10~20대 초반의 고교 및 직업학교 실습생들에게 고급 기술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친다. 세대간의 나이 차이가 약 40~50년이지만 동일하게 청색 작업복 차림이다. 노인 기술자의 흰머리가 작업복의 색깔에 의해 더욱 백발처럼 보인다. 인상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안정적으로 실습비와 산업안전을 보장해주면 이들은 그 기업체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입사를 희망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떠한가? 산업안전이 극히 취약하다. 2018년 9월까지 1년도 채 안되어 국내의 노동자들 1,588명이 목숨을 잃었다(산업재해현황, 출처: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 ). 고용불안과 위험은 출산문제로 연결되어 젊은 여성들이‘출산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 BBC에서도 “한국은 왜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가”를 주제로 26분 분량의 영상물을 내보내기도 했다(2018.8.16일자 방영)

직업계열 학생들에게 월 80~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비정규직-정규직의 극심한 차별을 철폐하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보장해주면 점진적으로 직업차별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대학교수의 자녀가 공장노동자라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상태다. 어떻게 대학에 무리없이 보낼까를 넘어 어떻게 하면 대학에 보내지 않아도 될까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어려운 사회현실을 방치하는 한 정규직, 사무직, 대기업, 공기업을 선호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며 이는 입시과열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중·고생에게 제대로 된 고전 1권 읽히는 게 꿈이라는 교사의 소박한 희망을 들어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언제까지 문제집을 들고 학원을 전전해야 하며, 언제까지 창의성과 모험심을 발휘할 젊은이들이 관료적이고 형식주의(red-tape)를 속성으로 하는 공무원이 되려고 길게 줄을 서야 하는가? 1919년에 세워진 독일 발도르프나 1921년에 세워진 영국의 섬머힐 졸업생들 중 공무원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껏 영국, 홍콩, 독일의 언론들은 한국교육의 외부를 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결혼기피, 저출산, 자살률, 실업률과 사회현상들이 그것이다. 이는 사회모순과 연계하여 교육개혁을 시도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학개혁에 이어 사회개혁이라는 이중의 열쇠가 필요하다. 사회부총리라는 직함에는 교육의 영역을 넘어 정치력을 발휘해달라는 학생과 시민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김누리 중앙대 교수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마지막 문구를 빌어, 아니 스스로 마르크스가 되어 “한국의 교육자들이여 단결하라!”고 힘주어 외쳤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이끌어갈 모든 교육자와 연구자에게 ‘한국교육연구노조’의 건설을 제안했다. 정부에 기대하기 보다 김 교수의 호소문에 더 믿음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신남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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