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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2018 홈리스 추모제 : 죽어서도 존엄은 지켜지지 않았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짓날, 매년 서울역 광장에선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거리나 쪽방, 고시원 등지의 거처에서 가난하고 외롭게 돌아가신 분들을 함께 추모하는 한편, 홈리스 인권과 복지증진을 요구한다.

홈리스(Homeless)는 단어 그대로 집 없는 사람들을 뜻하지만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거리를 비롯한 쪽방, 고시원, 여관, 여인숙, 만화방, PC방, 사우나 등 집이 아닌 열악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를 포함한다. 한국에서 홈리스 문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위험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공허로 내몰았다. 갑작스러운 소득중단 상황에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조차 없는 사회는 개인으로부터 최소한의 몸 누일 주거공간마저 빼앗아갔다. 1998년 4월 650명이었던 서울지역 거리홈리스 수는 불과 네 달 만에 2,400명으로 네 배 급증했다.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발생된 빈곤은 누구도 예측 불가능하며 통제할 수 없는 사회문제임이 증명된 것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옛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제도로부터 소외된 홈리스들

필자는 매주 금요일 서울역으로 홈리스인권지킴이 활동을 나간다. 거리 홈리스들에게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함께 대응하며 복지정보를 제공하고 혼자서 신청이 어려운 경우 신청과정에 동행하는 활동을 한다. 활동기간이 쌓이면서 알게 되는 사람들의 과거는 각양각색이다. 무역회사, 건설회사, 신문사 등에 고용되어 노동했던 사람들, 평생을 건설현장 일용노동자로 살아온 사람들, 노점이나 시장·가게를 임차해 장사했던 사람들,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 그렇게 다양했던 삶들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째로 사회에서 이야기 하는 성공을 꿈꾸며 열심히 노동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실업이나 폐업 또는 질병이 찾아와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 등의 복지법’)’은 외환위기 이후 10년도 더 지난 2011년에 와서야 도입되었다. 하지만 제도의 대상에서부터 문제가 계속 남아있다. ‘노숙인 등’이 포괄하는 제도의 대상은 거리와 노숙인시설 그리고 쪽방정도다. 고시원, 여관, 여인숙, 만화방, PC방, 사우나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나마 포함한 쪽방도 지자체에서 지정한 쪽방밀집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밀집지역 이외에 쪽방에 살고 있는 사람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에 책임을 위임하고 있어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총량이 절대 부족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가 홈리스 문제 해결에 대해 ‘의지없음’을 표명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치·경제·문화 대부분이 서울에 쏠려있는 한국사회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경제의 중심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때문에 서울시는 홈리스복지에 가장 많은 예산을 책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홈리스주거복지정책의 경우 서울시는 쪽방이나 고시원 등 보증금 없는 거처에 들어갈 수 있는 방 값을 지원하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600명을 대상으로 평균 2개월 지원하는게 고작이다. 2017년 서울지역 홈리스 4,400명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물량일 뿐더러 삶을 회복하고 앞으로를 계획하기에 턱 없이 짧은 기간이다. 지자체에 홈리스복지를 위임하고 있는 중앙정부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임대주택제도가 2007년 도입되었지만 10년 동안 공급한 물량은 약 6,000호에 불과하다. 2018년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 거주가구가 약 37만가구라는 점에서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물량이다.

지난해 열렸던 홈리스 추모제
지난해 열렸던 홈리스 추모제ⓒ뉴시스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에게 애도와 위로를

열악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고통을 동반한다. 소득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할 수 없고 아픈 상태에서 병원 치료조차 적절히 받을 수 없다. 홈리스에게 인간다움, 존엄이 지켜지지 않음은 생(生)에서 만의 문제가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마저 시장화 된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장례를 치르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우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장례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일순간 화장되어 무연고 사망자 유골함이 모여 있는 공간에 보관된다. 보관된 유골함은 10년 후에 일괄 뿌려진다. 지인들이 장례를 치르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치를 수 없게 되어있는 문제도 있다.

올해 추모제에는 230여 명의 망자를 모시며 12월21일 금요일 동지 전야에 진행된다. 오후 1시부터 홈리스 인권과 복지증진을 위한 요구가 담긴 선전물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사전행사를 시작한다. 오후 5시 동지팥죽을 함께 나누고 저녁 7시 ‘2018 홈리스 추모제’를 시작한다. 죽는 순간, 죽음 이후에도 존엄이 지켜지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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