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현장]“산안법 개정은 최소한의 것..외면하는 자들은 적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뉴시스

26일 ‘김용균법’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처리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시민사회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이들은 “더 많은 노동자를 잃기 전에 국회가 기필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8개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2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날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김용균법’ 처리를 위해 19일, 24일에 이어 세 번째 고용노동소위를 여는 날이기도 했다. 노동자,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문가, 청년들이 현장에서 연이어 마이크를 잡으며 산안법 개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그동안 산재사망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도 국회에선 일부 의원들이 법안 발의를 할 뿐, 당론으로 논의하지 않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 과정에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회적 타살에 대한 공분으로 이제야 산안법 개정안이 급속도로 압박받고 있다. 27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산안법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이날 필리버스터를 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지금이 아니면 이 법이 또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 故 김용균 씨 유가족께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또 다른 청년의 죽음을 막겠다고 하신다”며 “그 어느 당이라도 오늘까지 산안법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반대한다면, 국민들은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언제부터 공공기관이 이런 하청 노동자의 죽음으로, 피로 운영돼 왔나. 공공기관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데 하청노동자의 산재사망률, 하청업체의 산재사고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경우는 없다”며 “인건비 절감하고 안전비용을 축소해 얼마만큼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는지에 대해서만 국가가 공공기관을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6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이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이 초조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다.ⓒ정의철 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는 “故 김용균 씨가 돌아가시기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위험한 작업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죽음을 반복해서 만들어낸 원청기업인 발전소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잔 것이 산안법이다. 국민들이 슬픔과 분노 속에 산안법 개정을 바라는 와중에도 이렇게 반대하는 국회의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인가”라고 비판했다.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11년 만에 처음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907종 화학물질이 쓰인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어떤 독성이 있는지, 발암성이 있는지 삼성의 영업 비밀이라며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이번 산안법 개정안에 그 물질 성분이 영업비밀인지 아닌지를 노동부가 사전에 심사하게 하는 사전심사제도 조항이 포함돼 있다.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안 통과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과건강 현재순 기획국장은 “30년 전 15세 어린 나이에 수은 온도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문송면 군이 수은에 중독돼 사망했다. (같은 해) 원진레이온에서 천여 명의 노동자가 이황화탄소 집단 중독에 빠져 현재까지 23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며 “산안법이 이제라도 노동자가 죽지 않고, 병들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도록 하는 법이 되나 싶었는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들이 아직 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는 “안전을 아는 사람은, 안전이 개인 책임이라 하지 않는다. 특정 개인에게 사고가 발생한 것은 누군가 다칠 수 있었고,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었던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라며 “산재사고는 90% 이상 예방 가능한데, (그동안) 사고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람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상임활동가는 “재해가 난 뒤 발동하는 작업중지권은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산안법 보건 개정안이 겨우 이 정도 바뀌는 것도 젊은 노동자가 죽어야만 얘기가 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지금 통과시키려는 산안법은 아주 혁명적인 것이 아닌 아주 최소한의 것이다. 이것조차 외면하는 자들은 역사의 퇴행이고 적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전태일 김재근 대표는 시민들이 故 김용균 씨에게 남긴 추모 메시지를 읽으며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어야 하나. 화가 난다”며 “청년비례대표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신보라 의원이 산안법 개정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유족의 절박한 외침에 응답해 달라”고 말했다.

김도희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