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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뭉그적거립니까” 국회서 울려 퍼진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의 절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가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왜 이렇게 뭉그적거립니까. 난 이렇게 애타고 죽겠는데…"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 앞,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의 절규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일명 '김용균법') 처리가 또다시 지연되자, 이에 대한 울분을 토해낸 것이다.

이날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는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산안법 처리를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원청의 책임 강화와 양벌 규정 등의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정회했다. 여야 환노위 간사들은 오후에 간사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최종 합의까지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유가족들은 환노위 회의장 앞에서 직접 긴급 입장을 발표하면서 국회 논의를 촉구했다.

용균 씨 어머니는 "저는 정부와 회사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아이를 처참하게 잃었습니다"라며 "그로 인해 나도 세상을 잃었는데 정부와 기업은 한 가정을 처참하게 짓밟아 놓고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아주 불쾌하고 유감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이유가 됐든 핑계 대지 마십시오.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죽은 아이 앞에서 조금이라도 고개를 들고 싶습니다"라며 "그러려면 지금의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용균 씨 어머니는 "살인을 했으면 살인죄를 받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며 "꼭 살인법으로 처벌해주십시오. 강력히 요구합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위원장도 "의견 수렴을 한다는 이유로 시간을 지연한다는 것은 산안법 통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된다"며 "각 정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죽음조차 외면하는 국회 상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또다시 시간만 끌다가 죽음을 막는 법을 무산시킨다면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오늘 직접 눈으로 목격한 국회의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행동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다시 한번 임시국회 내 약속된 산안법을 꼭 통과시킬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용균 씨 유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에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용균 씨 어머니는 "정말 억울해서 미치겠습니다"라며 "저는 이 사태를 정말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용균 씨 어머니는 큰 소리로 "말로만 하지 마십시오,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라며 "국민들이 얼마나 당해야지 이 법을 바꿀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말 저의 눈물 좀 닦아달라"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겁니다.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는 거 용서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용균 씨 어머니는 "저는 애가 죽은 뒤로는 다 잃었습니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주십시오"라며 "정말 답답하고,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더 암담하고,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애를 먹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곁에 있던 용균 씨 이모도 "오늘 어느 당에서, 누가, 왜, 이 법을 발목 잡고 있는지 꼭 밝히고 싶습니다"라며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용균 씨 유가족의 호소에 말문이 막힌 이 대표는 "정말 어떻게 합니까", "저도 이야기해 보겠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같은 시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산안법 연내 처리 무산을 예상하게 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근로자의 안전이라고 하는 소중한 가치를 우리 당도 최우선한다"면서도 "문제는 이대로 가게 되면, 완전히 대한민국 산업 자체를 민주노총이 사실상 장악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정 정책위의장은 "김용균 씨 죽음에 대해서 우리 당도 아파하고 국민도 아파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것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면이 보이고 있다"고 강변했다.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산안법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있으니 연내 처리를 하지 않으면 적폐라는 오해를 불식시켜달라"며 "심사숙고 하기 위해 하는 것이므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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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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