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국회 찾은 유가족들 울분에도…자유한국당 몽니로 불발된 ‘김용균법’
26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이 초조한 모습으로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앞에서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이 초조한 모습으로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정의철 기자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일명 '김용균법') 개정안 처리가 자유한국당의 지연 전술로 또다시 미뤄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지난 19일부터 산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하루 전날인 26일에도 최종 합의를 이루는 데에는 실패했다.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세력이 누구인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유가족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더 들어야 한다며 공청회, 공개토론 등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도 국회를 찾은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등 유족들은 "1분 1초가 중요한데 한가롭게 말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고 울분을 쏟아냈다.

지금껏 의견수렴 해놓고 다시 하자?
김용균 법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의 지연술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오른쪽)이 26일 국회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임의자 위원장이 회의 내용을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고(故) 김용균 씨 유가족(오른쪽)이 26일 국회 산업안전보건법을 논의하는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 임의자 위원장이 회의 내용을 취재진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정의철 기자

당초 여야 간 이견이 많이 좁혀졌던 것으로 알려진 김용균법은 이날 소위는 물론 환노위 전체회의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소위 회의는 오전 9시에, 환노위 전체회의를 오전 11시에 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회의 예정 시각이 지나도록 소위 내 여야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인 이용득 의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답답해했다.

결국 고용노동소위 회의는 12시께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간사 간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하는 선에서 정회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임이자 고용노동소위원장은 "8개 쟁점 중에서 6개 쟁점은 이견을 좁혔고, 도급인의 책임 강화와 양벌 규정 관련해서는 조금 더 논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각 계층의 의견을 골고루 수용해보자, 공개토론을 다시 하자, 의견수렴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임 소위원장이 전했다. 산안법 개정은 오래된 안건이기도 하고, 이미 지난 21일 경영계와 노동계 등을 불러 공청회를 진행한 데다가 쟁점도 좁혀진 상황에서 느닷없이 의견 수렴 절차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공청회를 열면 법안 처리는 그만큼 뒤로 미뤄지게 된다.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이 선뜻 법안 처리에 협조적으로 나올지도 미지수다. 이날 오후 2시 이어진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김용균법을 저지하려는 의원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산안법도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작업 중단하는 것을 노동조합이 하게 된다면 이것은 완전히 산업계 자체를 민주노총이 장악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원청의 책임이 무한정 확대되면 제대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이 와해되는 게 아닌가 당당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노동자의 안전을 중시한다면서도 재계의 주장을 고스란히 답습한 셈이다.

또한 정 정책위의장은 "산안법 관련해서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해서 아파하는데, 이것을 정치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는 면들이 보이고 있다"며 "이것을 적극적으로 (의원들이) 방송 인터뷰에 응해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황당 주장을 이어갔다.

임이자 소위원장도 의원총회에서 "도급인의 책임 강화와 양벌 규정과 관련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이의 제기를 하고 있다"며 "법률을 심사숙고하기 위해 각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다시 한번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임 소위원장은 이어 "자유한국당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노동자를 사랑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있다"며 "연내 처리하지 않으면 적폐라는 오해를 불식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해당 상임위 소위원장이 산안법의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부터 환노위 간사 회동까지
이견 좁히지 못하고 27일 다시 논의하기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12월 임시국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12월 임시국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후 여야 3당 환노위 간사들이 모여 다시금 이견을 좁히려 논의에 나섰지만, 이 역시 무위에 그쳤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공개 토론 등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1년 동안 들었는데 어떻게 더 듣나"라며 "(법안 처리를) 하기 싫다는 것이다. (정부의 전부개정법률안을) 2월에 입법 예고하고, 지난달 법을 (국회에) 내기까지 수십 차례 걸친 의견을 들었는데, 그러고도 모자라서 공청회도 했고,경영계로부터 문제 제기를 일일이 다 듣고 설명도 했고, 다 이해가 됐는데, 소위에서 대충 정리가 된 상황을 의총에서 뒤집으면 어떡하느냐"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해당 상임위 의원도 아니고, 해당 소위에도 안 들어오는 분들이 의원총회에서 안 된다고 하면 그냥 안 되는 거냐"라며 "너무 기막히지 않나"라고 황당해 했다.

결국 간사 회동 후 임 소위원장은 "내일(27일) 아침 9시에 각 당별로 입장을 내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진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연내 처리가 물론 좋겟지만, 이 법을 얼마만큼 진전시키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쪽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끓는 마음으로 국회 논의를 지켜본 김용균 씨 유가족들은 또다시 좌절했다.

김용균 씨 어머니는 "제가 보기에는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두루뭉술 넘기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규탄했다.

김용균 씨 이모도 "공개 토론회를 하겠다고 하는데, 1년에 몇 천 명씩 다치고, 2천명 조금 안 되는 숫자의 사람들이 죽고, 지금도 죽어가는데, 기다리라는 것은 핑계밖에 안 된다"라며 "저희 입장에서는 1분 1초가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태의 시민대책위 위원장은 "어느 당의 누가, 어떤 이유로, 시간을 끌려고 하는지 확인해야 겠다"며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별렀다.

한편, 막힐 대로 막힌 12월 임시국회를 조금이나마 풀어 나가기 위해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도 같은 날 오후 늦게 긴급 회동을 했지만, 이 또한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산안법 등 임시국회 현안들에 대해서는 27일 오전 최종 담판을 짓기로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최근 청와대에서 잇따라 제기된 비위 의혹들을 직접 따져 묻겠다며,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하는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한테는 굉장히 시급한 현안이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운영위는 소집돼야 하고, 운영위에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이 참여해야 한다"라며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고, 이 부분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12월 임시국회는 내년 1월 15일까지라 아직 기간이 남았다"라며 "중요한 법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제대로 (심의해)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소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