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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리아 철군 : 철수인가 항복인가
시리아 북부 만비에 주둔한 미군.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명령했다. 2018.4.4
시리아 북부 만비에 주둔한 미군.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명령했다. 2018.4.4ⓒAP/뉴시스

편집자주/트럼프의 다른 결정들과 비슷하게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는 주류 언론들의 혹독한 비난을 받고 있다. 뉴요커에서 국제 문제를 다뤄 온 로빈 라이트도 비슷하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논리다. 원문은 Is Trump’s Plan for Syria a Withdrawal or a Surrend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5일, 나는 중동의 한 국제회의에서 미국 고위 관료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나는 내년 봄 쯤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을 만날 수 있을지를 물어봤고, 그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흘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또 다시 트위터를 통해) 약 2000명에 이르는 시리아 주둔 미군을 최대한 빨리 전원 철수시키겠다고 결정했음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권 동안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할 유일한 이유였던 ISIS를 격퇴했다”면서 말이다.

곧이어 백악관은 미군 철수가 이미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작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됨에 따라 시리아 주둔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로 국방부과 국무부에 있는 고위 관료의 대부분이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중동정책을 180도 바꾼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중동과 미국의 핵심 동맹인 5개국(이스라엘, 요르단, 이라크, 터키, 레바논)의 국경지대이자 전략적 중심지에서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가 주요 세력으로 남게 됐다.

게다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이 이 지역의 전후 정치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제한돼 버렸다.

시리아 영토의 대부분에서 권력을 공고히 다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트럼프의 결정에 환호했을 것이다. 공군과 해군기지로 쓰기 위해 시리아를 오랫동안 탐냈던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몇 년간 시리아에서 싸우면서 전투력이 배가된 헤즈볼라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결정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던 미국의 대대적인 대-ISIS 군사작전을 책임졌던 전문가들의 의견과 명백히 모순된다. 2014년에 시리아와 이라크 영토의 1/3을 장악하고 중동지역의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들 뻔했던 ISIS 말이다.

미국이 지원했던 군대는 이라크에서 ISIS를 작년에 몰아냈다. 그리고 현재 시리아에서 ISIS의 영토 99%를 되찾았다.

그러나 군사력이 꺾였지만 ISIS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에서나 격동적인 중동 지역 전체에서나 여전히 굉장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안정이 보장되려면 아직 멀었다.

게다가 ISIS 전사들은 여전히 해방된 지역에서 활약하면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미국이 지원한 세력이 1여 년 전에 탈환했던 IS의 전 수도인 라카에서 최근에 했던 것처럼 말이다.

지난 2주간, 트럼프 정권 인사들은 군사적 승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이 남아 있는지를 강조해왔다.

브렛 맥거크 미 국무부 ISIS 격퇴 국제연합 담당 대통령 특사는 “우리는 시리아에서 여러 목적이 있다”고 지난 11일 브리핑 당시 말했다. 그는 “군사적 목적은 명확하다. ISIS를 격퇴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배운게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이런 단체를 완전히 격퇴하려면 그들의 물리적 공간을 빼앗은 후 그냥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얻었던 안보적인 성과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내부 보안 세력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미 국방부는 미국 지원 세력이 수복 지역만을 안정시키려 해도 3만 5천에서 4만 명의 시리아군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추정했다. 이에 대해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은 지난 6일 “이들 시리아군에 대한 훈련이 20% 완수됐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당인 공화당도 트럼프의 결정을 바로 비판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트위터로 “그렇지 않아도 적은 수 밖에 없었던 미군이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것은 오바마가 했던 것과 비슷한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IS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패퇴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며칠 전 방문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군 철수는 부활을 노리고 있는 ISIS에게 호재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몇몇 미국의 전직 외교관리들은 시리아 주둔 미군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테드 카투프 전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는 “그들의 임무는 ISIS를 격퇴하는 것이었고, 쿠르드와 아랍 연합군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의 주도로 그 임무는 대부분 완수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ISIS와 관련 없는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에는 지금 미군 병력으로도 역부족이다. 그것은 주로 러시아와 이란, 이란을 지지하는 군 세력들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잔인한 정책들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고 했다.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의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란과 러시아의 지역내 영향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6.9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의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은 시리아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란과 러시아의 지역내 영향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8.6.9ⓒAP/뉴시스

물론 철수를 해도 미군은 여전히 ISIS에 맞서 옆 나라인 이라크에서 공습이나 포격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시리아에서 이룬 성과들은 위협받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성급했다고 평가받는 이번 결정, 즉 때 이른 철군은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에 대한 잠재적인 그리고 사실상의 항복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문가들과 전 외교관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번 결정의 가장 핵심적인 결함은 그것이 수복한 시리아 북동 지역을 안정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나 무수한 목숨을 바쳐 ISIS를 몰아내기 위해 싸웠던 쿠르드족과 시리아민주군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투프 전 대사는 “개탄스러운 점은 우리의 목표 달성을 도우려 피를 흘린 쿠르드족과 아랍 부족들을 도울 정치적 장치들이나 안보에 대한 보장없이 시리아를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이 지역 사람들에게 러시아는 자기 동맹인 아사드를 구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국가로 인식될 것이고 미국은 또 다시 적대적인 환경에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도록 쿠르드족을 내팽개친 국가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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