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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폐업’..하루아침에 실업자된 미소페 납품 공장 노동자들
미소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이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공장 기습폐업을 비판했다.
미소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이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청공장 기습폐업을 비판했다.ⓒ민중의소리

구두 전문 브랜드 미소페에 구두를 납품하는 한 공장이 26일 폐업해 25명의 제화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이는 공장 사장이 갑자기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겠다고 결정해 발생한 일이다. 사장은 이달 초에야 폐업을 통보하는 공지문을 공장에 붙이고 노동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급작스럽게 실업자가 된 제화노동자들은 그간 4대 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해 온 상태라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공장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제화노동자들은 27일 서울 성북구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한 대가가 결국 이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소페에 납품하는 구두를 10년 동안 만들었다는 황규철 씨는 “온갖 갑질을 견디며 일을 해온 결과가 엄동설한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한탄했다. 제화공 김명수 씨도 “어느 날 갑자기 공장운영이 어렵다고 공장을 폐업을 한다고 우리에게 말하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폐업하는 게 아니라,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한 푼 더 먹겠다고 25명의 노동자들을 버린 것 아닌가”라고 한탄했다.

“어려워서 폐업했다”는 공장…뒤에선 중국이전 준비
길거리로 내몰린 25명의 제화노동자들
원청 미소페 “갑작스런 폐업으로 우리도 피해자”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제화노동자들은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일을 해왔다.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실업자가 되면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조는 제화노동자들이 월급제가 아닌 회사가 주는 구두 숫자대로 구두를 만들어 돈을 받는 ‘개수임금제’로 일을 해 왔기에,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 4월, 탠디의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들의 파업을 통해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지면서, 처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대법원은 베라슈, 소다 등 구두를 만드는 제화노동자 퇴직금 소송에서 제화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에 폐업한 A 공장에서도 올해 20년 간 오르지 않았던 공임비가 인상됐다. 지난 10월22일,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기존 공임비 5500원을 6800원으로 인상하고, 12월1일부로 200원을 더 인상키로 했다. 이는 미소페 측이 공장노동자들의 노동환경개선과 하청업체 경영개선을 위한 지원을 결정하면서 가능했다.

그런데, 갑자기 A 공장 사장이 국내 공장을 폐업을 선언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어렵다면서 폐업했지만, 사실상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비판했다.

공장 폐업에 원청 미소페 측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소페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저희가 마치 악덕사업주처럼 이윤 좀 늘려보겠다고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공장은 엄연히 우리와 분리된 사업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최근에 A 공장 측이 폐업한다고 해서 계획된 물량을 모두 취소시키는 등 피해를 본 상황”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A 공장 사장은 공장을 폐업한다고 미소페에 알리면서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미소페와 다시 거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공장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제화노동자들은 27일 서울 성북구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와 공장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제화노동자들은 27일 서울 성북구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중의소리

제화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갑질
“사전통보도 없이 50만원, 100만원 임금삭감”
“인건비 맞추지 않으면 모두 중국으로”

미소페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측은 폐업한 A 공장 외 다른 하청(협력) 업체들과의 계약에서도 공장사업주 및 제화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납품단가를 인상시켰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제화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갑질이 그대로 였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B 공장에선 6800원인 공임비보다 500원 적은 6300원으로 신발 제작을 제안하는가 하면, C 공장은 최근 중국으로 일감을 보내며 국내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중국과 비슷한 인건비를 맞추지 않으면 일감을 모두 중국으로 보내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또 D 공장에선 제화노동자들이 제작한 신발 중 하나가 이상이 있다는 이유로 6명 노동자의 임금을 사전 통보도 없이 1인당 50만원씩 삭감했다고 한다. E 공장에선 비슷한 이유로 100만원을 삭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피해 제화노동자들은 “50만원은 한 명이 3일 동안 14~15시간씩 일을 해야만 벌수 있는 돈”이라며 “그걸 삭감하는 건 너무 부당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노조도 “제화노동자들이 50만원을 벌려면 75족을 생산해야 하고, 100만원의 벌금을 물려면 약 150족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루에 3~4족씩(일당 3만원 이하) 일감을 내주면서 제화노동자들을 협박하는 사측의 행위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소페는 “(해당 공장들과) 엄연히 분리된 사업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조와 노동자들은 원청인 미소페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문제의 공장들은 미소페에 상품을 납품해온 하청업체로, 관련 없다고 할 수가 없다”며 “원청인 미소페(비경통상)는 2018년 연매출 1050억 원으로, 전년대비 7%의 성장을 했다. 이런 회사가 경영을 이유로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원청 미소페에 이번에 실업자가 된 25명의 제화노동자를 직접고용 해 고용보장을 책임질 것, 미소페 하청공장에서 제화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갖가지 갑질을 중단시킬 것, 중국으로 신발공장을 옮기는 것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노조는 정부에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25명의 제화노동자들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최은철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이곳 제화거리를 위해서 서울시와 성동구청이 매해 쏟아 부은 세금만 수십억이다. 그 돈, 노동자들에게 단 한 푼이라도 돌아갔는지 묻고 싶다”며 “결국 백화점 납품 업체 중 가장 크다는 업체들이 돈 다 떼어먹고, 20년 만에 임금 좀 올린다고 하니까 (사업장을) 중국으로 빼돌리려고 한다.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화업계 사장들이 백화점 수수료 문제로 하소연할 때, 우리가 백화점 수수료 낮추겠다고 직접 나서서 싸웠다”며 “그런데 그걸 응원·지지하지는 못할망정 공장을 빼돌리는 데 이걸 참을 수 있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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