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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국회 통과 지켜본 어머니 “용균이에게 떳떳해진 것 같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가결된 27일 오후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가결된 27일 오후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김슬찬 기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시민대책위원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감사하다"며 연신 꾸벅 인사했다.

김 씨는 27일 오후 7시께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입장해 김용균법이 처리되길 기다렸다.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김용균법이 통과된 이후였다. 김용균법은 환노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김 씨는 오전부터 국회에 머물고 있었다.

여야가 김용균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전보다는 차분하게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던 김 씨가 다시 불안해하기 시작한 때는 법사위에 김용균법이 상정됐을 때다.

당시 그의 옆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으며 조용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 씨는 몸을 움직여 동료가 읽고 있던 기사를 봤다. 법사위에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 김도읍 의원의 몽니로 파행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김 씨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입을 꽉 다물었다. 곁에 있던 고인의 이모에게 작게 귓속말을 한 김 씨는 이내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김 씨는 본회의장에서 멀리 떠나기 내심 불안했던지, 복도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김 씨는 "법률안 통과 과정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용균 씨의 이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라며 "그때는 '어떻게 웃으며 우나'라는 생각을 했다. 기쁠 때 아니면 그렇게 울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겠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도 "그게 뭔지 알겠다"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용균 씨의 이모는 "우리는 그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라며 김 씨의 손을 잡았다. 김 씨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본회의장 밖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김용균법 처리 순번이 다가왔다.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지체되고 있었지만, 유족들은 다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김 씨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용균법이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김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한 채, 두 손을 꼭 부여잡았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심사를 앞둔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심사를 앞둔 채 생각에 잠겨 있다.ⓒ김슬찬 기자

김용균법 순서였다. 김용균 씨의 이모는 국회 본회의장에 설치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법률개정안 대안'(김용균법)이라는 글씨만 봤을 뿐인데도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김 씨는 전광판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두 손에 고개를 파묻었다.

임이자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김용균법 제안 설명을 시작하자, 김 씨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김 씨는 본회의장으로 다시 들어오기 전, 동료들과 '누가 이 법을 막고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겠다'고 다짐을 한 바 있었다. 김 씨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의결이 진행되는 전광판을 주시했다.

의원들의 표결이 끝난 뒤 문희상 국회의장이 "산업안전법 전부개정안이 가결됐다"라고 말하자, 김 씨는 두 눈을 꼭 감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이내, 지난 3일간 국회에서 함께 해준 동료들과 손을 부여잡고 벌떡 일어났다. 어떤 때보다 가볍게, 그러면서도 힘찬 동작이었다.

김용균법이 통과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정말 꿈같다"라며 "저를 응원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용균이에게 조금이라도 떳떳해진 것 같아 기분이 나아졌다"라고 말했다. 김 씨에게 지난 3일간 볼 수 없었던 미소도 얼굴에 살포시 걸려 있었다.

또 김 씨는 아들에게 못다한 말도 전했다.

김 씨는 "용균아, 다음에 엄마가 너에게 갈 때는 너에게 덜 미안할 거 같다. 엄마 잘했다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엄마 조금이라도 봐달라"라고 울먹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에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대표실에서 보자고 연락했다. 김 씨는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당 대표실로 향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 등 유가족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김슬찬 기자

한정애 의원과 부둥켜안고 운 어머니
웃으며 국회 떠나 다시 태안으로
"아들 만나 길고 긴 이야기 나눌 것"

당대표실에 들어간 김 씨는 이 대표의 손을 부여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씨는 "제가 뭘 더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라며 "조그만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 그게 우리 아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 씨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크고, 우렁찼다.

그런 김 씨를 바라보던 이 대표는 "1970년대에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고 나서,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로조건 등이 알려지면서 노동자를 존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생겼다"라며 "아드님의 투쟁, 희생이 산업 현장의 많은 분들을 도와주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씨가 당대표실로 입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연신 눈물을 흘린 의원도 있었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었다. 한 의원은 고용노동소위에서 김용균법 논의가 가로막힐 때마다, 상대 당 의원들을 상대로 거칠게 싸웠다. 그러다가도 한 의원은 김 씨만 보면 "빨리 통과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곤 했다.

한 의원이 김 씨를 보며 연신 눈물을 흘리자,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의원을 가리키며 "어제 환노위가 잘 안 되면서 (한 의원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통곡을 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서 수석부대표는 "한 의원이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국회의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그랬다. 한 의원이 쓰러지려는 것을 붙잡고 내가 국회의장실로 데리고 갔다"라며 "거기에는 3당 원내대표가 있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의원이 무릎을 꿇고 울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때 어머니를 제일 생각하는 사람이 한 의원이구나 했다"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의 이야기를 듣던 김 씨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감사하다. 가슴으로 많이 전해졌다. 그래서 가장 많이 생각이 났다"라고 울먹였다.

이 대표는 법이 통과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청와대에서 '협조하라'고 그랬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야 김용균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요구한 바 있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인 이날을 넘기면 연내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는 취지였다.

이에 김 씨는 "몇 명의 사람이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온 국민이 다 같이 하고, 대통령께서 또 말을 해주고,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 씨와 민주당 의원들과의 만남은 웃고, 울고,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며 끝맺음했다.

김 씨는 그간 도움을 줬던 의원들에게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당대표실을 나섰다.

한 의원은 당 대표실을 나서는 김 씨를 기다렸다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김 씨는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겠다. 명함 하나 달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제 명함을 드릴 수 있다"라며 "이 일이 안 끝나면 창피해서 연락처를 줄 수가 없었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활짝 웃는 한 의원의 얼굴에는 온통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김 씨도 한 의원을 향해 밝게 웃었다. 기쁨의 눈물이 김 씨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김 씨는 늦은 밤 10시께 국회를 나와 곧장 태안으로 떠났다. 김 씨는 활짝 웃으며 "태안에 있는 아들을 만나,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김용균법 처리에 합의한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씨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간사가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
여야가 김용균법 처리에 합의한 가운데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씨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간사가 포옹하고 있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장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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