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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어머니 “진상규명 전까지 문 대통령 만나지 않겠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절정에 달한 한파도 고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노동자와 시민들을 막지 못했다. 29일 추위를 뚫고 2차 범국민 추모제에 모인 노동자와 시민들은 청와대 앞까지 찾아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이날 오후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에는 매서운 칼바람과 한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와 시민 5천여명이 모여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참가자들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고인의 유언처럼 남겨진 “비정규직 철폐하자”란 구호를 하얀 입김과 함께 내뱉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이날 집회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준비했다. 김 씨는 “긴긴밤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자는 뜻을 전한 데 대해서는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는 필요 없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지적하면서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저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7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용균 노동자 유가족을 만나겠다는 뜻을 유가족 측에 전했다. 이에 유가족과 시민대책위원회 측은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10호기 전면 작업중단’, ‘문재인 대통령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등이 이뤄진다면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용균 씨와 같은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노동자도 편지를 준비했다. 노훈민 한국발전기술 분당지회장은 “얼마 전 방송에서 어머님이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울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노 지회장은 “귀한 아들 용균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유사한 일에 종사하는 다수 노동자를 내 아들과 같다며 국회에서 며칠 동안 절박한 심정으로 애써 주셔서 산안법 개정을 이뤄주시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용균이는 비록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용균이와 같은 젊은 청춘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현장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산안법 개정은 완결이 아니라 시작”

이날 추모제에서는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도 참석해 김용균 씨의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목적은 김용균 씨와 같은 그런 일을 겪는 내 자식을 만들지 말자는 것”이라며 “그것만이 김용균 씨의 희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다. 저희도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이 노래 ‘잊지 않을게’로 김용균 씨를 추모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416 합창단의 추모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서 내려오는 세월호 가족들을 한명씩 끌어안으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로 413일째 굴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파인텍 해고 노동자도 유가족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파인텍지회 박준호 사무장은 영상 통화를 통해 “얼마 전 김용균 씨의 부모님이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고 나서도 굴뚝까지 와서 ‘나도 힘을 낼 테니 함께 힘내서 싸우자’고 해주셔서 고맙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몰랐다”면서 “다시는 이 땅에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산안법 개정 이후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김용균 씨 죽음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산안법 개정은 시작이다. 산안법 개정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면서 “재벌 세상을 바꾸는 데 잠깐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시민도 함께 해야 바뀔 수 있다. 그것이 김용균 노동자가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했다.

청와대 앞에서 김용균 씨와 함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해온 한 동료는 “이 문제의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이 져야한다. 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걸 대통령도 알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김철수 기자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다.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참석자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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