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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법 ①] 법원에 선 피해자는 두 번 운다

2018년 화두였던 ‘미투’ 운동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했던 권력형 성범죄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러나 법은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이들과 연대하는 여성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남성 중심의 구조적 모순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은 아직도 미투 운동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사회 움직임에 뒤쳐진 우리 법 집행과 체계의 한계점을 살펴봤다.

[‘미투’ 운동과 법 ①] 법원에 선 피해자는 두 번 운다
[‘미투’ 운동과 법 ②] ‘미투’로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 가로막는 ‘공소시효’

광주지역 예술인들과 여성단체는 17일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진행하고 있는 #Me_Too 운동에 함께하는 #With_You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광주지역 예술인들과 여성단체는 17일 오후 5·18민주광장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진행하고 있는 #Me_Too 운동에 함께하는 #With_You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김주형 기자

지난 2018년 연초부터 미투(Me too) 운동이 불거졌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와 정치계, 교육계 등 사회 전반으로 번져갔다. 각각의 용기있는 외침들은 사건이 되어 법원으로 넘겨졌다.

그러나 정작 이를 마주한 사법부는 미투 운동으로 진일보된 사회인식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성인지감수성 결여로 지적을 받았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어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사법부가 이제까지 답습돼 오던 성적 고정관념, 남성 중심 문화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로 미투 사건에서 비롯한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미투운동’을 통해 두 차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재출석하고 있다.
최근 ‘미투운동’을 통해 두 차례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재출석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혐의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11형사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미투 운동으로 어렵게 커지기 시작한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로막혔다. 특히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법부의 태도는 많은 비판을 샀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이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5일까지 10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하지 않았다”며 안 전 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 유명 정치인으로서 안 전 지사가 위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력이 행사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하면서도 ‘피해자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했다.

그 근거로 ‘스스로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피해를 당한 이후에도 안 전 지사를 멀리하지 않았고,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안 전 지사를 챙겼다’ 등을 제시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생존권’과 맞닿아있는 상사를 고발하기 어려운 구조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몰두했다. 피해자 김 씨가 피해 이후 정상적으로 업무를 지속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4월 12일 대법원이 “성폭력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가급적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초로 성인지 감수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후로도 법원에서 성인지감수성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판결이 잇따르기도 했지만 그 변화는 아직 미미하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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