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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안 둘로 갈라진 직원들...승객 안전 지키기엔 충분할까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오르고 있다.ⓒ임화영 기자

기해년 새 아침 해돋이 명소로 떠나거나, 신년을 맞아 고향에 가는 시민들은 KTX를 탑니다. 2004년 4월 개통된 KTX는 현재 우리 삶 속에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오송역 단전 사고,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승객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지난달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강릉선 탈선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그는 퇴임사를 통해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민영화, 상하 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그동안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새에 KTX 안전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밀어붙인 철도 민영화로 인해 철도 안전이 등한시 됐고,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안전 인력이 대규모 감축됐습니다. 코레일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승무원들을 자회사에 위탁해 채용했습니다. 같은 KTX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본사와 자회사와 소속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사고 이후 승객 안전과 관련한 미흡한 대처는 이같은 인력구조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민중의소리는 KTX에서 8여년간 근무한 한 승무원의 이야기를 통해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철도 인력구조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8일 오전 코레일 강릉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8일 오전 코레일 강릉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뉴시스

"고객의 입장에서 승무원을 바라볼 때 '저 사람은 자회사 직원이야', '코레일 직원이야', '저 사람은 서비스 업무를 하고, 저 사람은 안전 업무를 한다'고 구분할 수 있을까요? 열차에서 일하는 승무원도 철도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결국엔 사고가 나면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할 수밖에 없어요." (이대열 KTX 승무원)

지난 8일 오전 서울로 향하던 강릉선 KTX가 출발한 지 5분 만에 궤도에서 이탈하는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5명과 승무원 1명 등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열차에 탑승한 승객 198명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은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1명 뿐이었다. 안전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달 20일 오송역 단전 사고 때는 열차에서 승객들이 3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승객들은 승무원에게 상황을 설명받길 원했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승무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코레일 직원이 아니기에, 코레일이 파악한 상황을 공유하거나 후속 조치에 대한 지시를 받을 수 없었다. 또 안전업무에 대한 권한이 없어, 안전을 담당하는 열차팀장과 협의한 이후에야 대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승객들의 불안은 더욱 높아지고 안전도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관개발지부장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관개발지부장ⓒ이대열 제공

8년 차 승무원인 이대열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장은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철도회관 인근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났다. 이대열 지부장은 "서비스와 안전을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 수 없다"고 말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KTX 18량의 열차에 일반적으로 좌석수만 935석이 된다. 주말에 입석 등까지 포함하면 최대 1200~1300명 가까이가 탄다"며 "그런 열차에 안전관리를 하는 사람은 열차팀장 한 명만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안전 업무는 코레일 본사 직원인 열차팀장이 담당하고,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은 검표 등 서비스 업무만을 맡는다고 한다.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역시 승무원 업무에 대해 "코레일로부터 '열차 내 고객서비스업무'를 수탁, 차내 서비스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 노조 측은 코레일이 불법파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비스'와 '안전업무'를 분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KTX가 개통되던 2004년, 코레일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회사를 통한 승무원 간접고용을 강행했고, 무리하게 인력을 감축했다. 이 때문에 승무원과 열차팀장이 한 열차에 타고 있지만, 그 소속이 서로 다르다. 열차 팀장은 코레일 정직원, 승무원은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비정규직이다.

이 때문에 지시도 서로 다른 회사로부터 받고 있다. 안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열차팀장은 코레일의 지시를, 서비스 담당 비정규직 승무원은 '코레일관광개발'의 지시를 받는다.

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승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18.11.20.
열차에 전기 공급이 중단돼 열차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한 20일 오후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승객들이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18.11.20.ⓒ뉴시스

이같은 시스템의 문제는 지난 오송역 단전 사고 당시 단적으로 드러났다. KTX 열차와 같은 고속선에서 사용하는 광역 무전기는 열차 팀장에게만 제공돼, 사고가 났는데도 현장 승무원은 상황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열차팀장이 관제실, 기장 등과 연락하는 관계로 승무원과 무전기(VHF)로 통화가 안된것이지 무전이 지급되지 않아서 상황파악이 어려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지부장은 "결국에는 승무원들이 무슨 행위를 하기 위해 열차팀장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며 "열차팀장도 무전기로 열심히 통화를 하면서, 안전업무도 수행하는 1인 다역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차팀장이 혼자 열차 내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열차팀장은 사실상 혼자 일하는 것"이라며 "열차팀장과 함께 열차를 타고 있지만 안전업무를 할 수 없는 승무원들은 사실상 팀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강릉선 탈선 사고를 당했던 승무원은 서 있다 바닥에 나뒹굴었다고 한다. 넘어지면서 어깨, 다리 관절, 허리까지 다쳤다고 한다. 사고 당시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했다. 본인이 다쳤는데도, 열차 안에 있는 승객들이 생각나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릉선 KTX 사고 당시 군인들이 승객들을 돕고, 승무원들이 현장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난의 여론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사고 당시) 8개의 객차를 승무원이 한 번에 (살피러) 갈 수 없었다"며, "8호차는 맨 마지막 객차다보니 승무원을 보지 못하고 내리신 분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강릉선 탈선 사고 당시 열차 안에는 열차팀장 1명, 승무원 2명이 있었지만, 사고 대처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었다.

또 이 지부장은 "승무원은 업무매뉴얼에 따라 군인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부상자와 노약자들 대피를 우선적으로 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열차승무원 비상대응매뉴얼의 '교량에서 열차탈선 시 세부대응절차'를 살펴보면, "여객 중 군인, 청년, 학생 등을 지정하여 대피 도움을 요청하고 노약자나 임산부 등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있다.

'코레일관광개발 비상대응매뉴얼' 내용
'코레일관광개발 비상대응매뉴얼' 내용

'코레일관광개발 비상대응매뉴얼'에는 열차 대형사고 대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담겨져 있었다. 사고 시 승무원은 안내방송, 승객보호 및 사상자 구호 모두 열차팀장과 '협의'한 후 해야 한다. 시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승무원은 대피명령 등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이 지부장은 "비상대응매뉴얼에는 (사고 시) 협조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코레일의 직접적인 지시나 감독을 받을 수 없다"며 "매뉴얼대로 한다면 열차팀장 협조가 있어야지만 저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자의적으로 판단해 할 수는 없는 여건"이라고 토로했다.

비상대응매뉴얼에는 "열차팀장(여객전무) 유고시(특별한 사정이나 사고가 있을 때), 열차팀장 업무 수행"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열차팀장 유고시에는 결국 승무원들이 열차팀장의 업무를 해야한다"며 "결국에는 협조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서울·용산지사 전 승무원은 '비상대응매뉴얼'과 관련된 이례적 상황에서의 고객안내, 응급구호조치(심폐소생술, AED사용법),승객대피를 위한 비상사다리 설치, 승강문 수동취급 등 직무교육 현장훈련을 시행했다"며 "이례상황 대처능력 향상을 위해 현장중심의 실습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대열 지부장은 "그동안 안전교육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선택적인 것으로 서면교육, 동영상 교육 등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올해 상반기 교육은 코레일관광개발의 전체 승무원이 아닌 일부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비롯한 KTX승무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계단에서 안전한 고속철도를 위한 KTX승무원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을 비롯한 KTX승무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계단에서 안전한 고속철도를 위한 KTX승무원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김슬찬 기자

현재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 측은 "생명안전업무를 담당하는 KTX 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코레일 노·사·전문가 중앙협의기구는 지난 6월 27일 용역노동자 1,432명을 코레일이 직접고용하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코레일관광개발과 코레일네트웍스 등 자회사의 승무·역무·입환 업무를 코레일로 직접고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전문가 조정안이 나오면 노사가 따르기로 지난 8월 24일 합의했다.

지난 9월 28일 공개된 '한국철도공사 노사 및 전문가 협의기구 전문가 조정 결정서'에는 "생명·안전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을 정한 정부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고려할 때, 코레일관광개발(주) 승무원 553명의 경우 업무의 생명·안전 관련성에 노사 및 당사자 간 이견이 상당하다. 또한, 철도안전 강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코레일관광개발(주)에 위탁 중인 '열 차내 고객서비스' 업무에 대해 관련 법 및 규정 재·개정 등을 통해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대열 지부장은 "코레일에서는 승무원에 대한 부분은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어떤 법을 제정해 규정을 내려줘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승무원 직접고용은 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은 민중의소리에 "철도노사전문가협의회 조정안의 내용과 같이 관련 법 및 규정이 제·개정되면 KTX 승무원 직접고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대열 지부장은 안전 인력 구조 문제에 대해 "일원화가 돼야, 모두의 책임이 된다.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코레일 직원이라면 다 똑같은 상황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며 "외주화의 문제가 빨리 사라져야, 일하고 있는 분들의 안전 뿐만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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