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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위안부’ 지우기

"70년도 넘은 일이잖아. 왜 평화의 소녀상을 굳이 세우는가?" 질문은 자유이다. 그러나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녀상 건립을 방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견도 있다. "소녀상의 역사적 배경인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해서 일본은 충분히 사과하고 돈도 주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다. 사실과 다르다. 일본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공식적인 사과를 한 적 없다. 2015년 합의란 것을 하고 내었다는 돈 또한 철저히 전쟁범죄를 인정한 바탕에서 내놓은 배상이 아니라 '보상'이라고 강조하였다. 더욱이 그 합의란 것은 오로지 한국 정부와 한 것이지, 피해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사건이었다고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중요한 질문이 또 하나 있다. 일본이 그들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배상을 하였다 하여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를 기리는 작품을 세우면 안 되는가? 그건 아니다. 설혹 일본이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배상을 하였다 치더라도 그 사실이 역사 기림문화를 저지할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세워졌던 소녀상이 건립 이틀 후 철거됐다.
필리핀에 세워졌던 소녀상이 건립 이틀 후 철거됐다.ⓒ김운성 작가 페이스북

소녀상 건립 방해하는 아베 정부의 억지

아베 정부의 억지는 지금도 계속된다. 지난해 본을 방문한 뒤셀도르프 주재 일본 총영사나 함부르크 도로테에 죌레 하우스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반복 요청한 함부르크 주재 일본 총영사 모두 소녀상 전시 혹은 건립을 막는 데 필사의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이 잘못된 역사 인식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피해자가 수십만이란 숫자는 거짓이며, 피해자는 돈을 많이 번 매춘부이며,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간 것이며, 이 모든 기획은 한국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소녀상이 서면 현지의 일본인들이 피해를 받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함부르크에서는 원래 계획한 6주 전시를 무사히 마쳤다. 일본인들이 그로 인해 피해받았다는 소식도 없다.

해외 소녀상의 건립과 전시 과정에서는 행사 그 자체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충분한 알림 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거듭 확인된다. 오늘날 양식 있는 세계시민들은 이 전후 사정을 알고 문제를 통감하는 만큼 기림문화사업의 편에 서기 때문이다. 가주한미포럼에서 세운 한국 바깥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을 상대로 일본 우익단체가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3년 만에 대법원에서 기각하였다. 현지 운동의 업적 덕분이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에 대해 자매도시인 오사카 시장이 자매결연 단절 로 위협하였으나 샌프란시스코 시는 2017년 9월 22일에 건립한 작품을 11월 23일에 시 공공조형물로 지정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2018년 9월 말까지 기림비를 치우지 않으면 자매결연 단절하겠다는 최후통첩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았다.

소녀상 혹은 일본군성노예 기림비 건립을 통해 평화교육의 장으로 삼겠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 번져나가고 있다. 동시에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또한 세계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인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과 거짓의 싸움이니만큼 풀뿌리 홍보사업의 필요성이 갈수록 더욱 강력하게 대두된다.

필리핀에 세운 소녀상 발 밑에 칼라추치를 뿌렸다.
필리핀에 세운 소녀상 발 밑에 칼라추치를 뿌렸다.ⓒ김운성 작가 페이스북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

필리핀 경우, 2017년 12월에 마닐라 시에 필리핀 국민들이 세운 '필리핀 위안부' 상에 대해 일본 측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삼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하였으나 결국 이 기림비는 2018년 4월 27일과 28일 사이에 전격 철거되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일본 정부에 알렸다고 한다.

2018년 12월 28일에는. 필리핀 북부 도시 라구나 산 페드로 시에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이 섰다. 일본의 방해를 염두에 두고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건립 후 일본은 바로 문제 삼았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에서는 소녀상 건립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며 대응하였다. 일본 온라인 미디어 TV아사히에 따르면 이 '평화의 소녀상'은 건립한 지 이틀만인 30일에 필리핀 정부에 의해 철거되었다.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로 인해 소녀상 사업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가 된다. 한 나라가 자신들의 회칠한 무덤을 위해 품위를 주장하며 막아대는 일은 피해자의 인권 문제는 물론이고 소녀상을 사랑하고 또 기림비를 세우는 사람들에게 오늘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앞으로 소녀상 사업에서는 일본군성노예제 뿐 아니라 현재의 '표현의 자유' 문제 또한 강력히 부각해야 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흑역사 일본군성노예제를 알린다는 것은 특정 국가 간 분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의 문제이고, 인류의 과거를 처절히 공유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평화교육의 본질에 해당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역사 지우기 앞에 수그러진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피해자의 삶 앞에서 예의를 차리며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하는, 기림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에도 동요하지 않는 풀뿌리 운동이 더욱 세차게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가야 할 것이다.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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