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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인권위 서랍 속에서 잠자는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실태조사
금속노조 유성지회·유성 범대위는 4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유성 범대위는 4일 오전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민중의소리

8년간 노조활동에 탄압을 받아온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고 판단돼, 2017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 결과는 2년째 발표되지 않고 미뤄졌는데, 그 사이에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권위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하며 해당 노조와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유성 범대위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및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대한 인권위 늦장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및 대책에 대한 인권위 차원의 공개 발표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2016년 3월 17일 유성기업 노조파괴로 고통받았던 한광호 조합원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한 조합원의 죽음 이후 노동부는 유성기업 노조에 대한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고, 2017년 6월 인권위가 유성기업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도대영 유성 아산지회장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지역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조합원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꾸준히 관리했고, 면담을 하며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가졌다"며 "그런데 인권위에서 (조사를) 맡아서 하겠다고 한 2년 동안 우리 동지들이 계속 쓰러져갔다. 또 급기야 죽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0일, 퇴사를 한 오 모 조합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동료들은 "그는 1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동료들 몰래 노조에 투쟁기금을 내던 마음 착한 선배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오 조합원이 왜 회사에 나오지 못했는지, 왜 스스로 퇴사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세상과 인연을 끊었는지 잘 알고 있다"며 "모두가 매일 느끼는 고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성기업 사측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는 노조 파괴와 상관없는 개인적 죽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오 조합원의 죽음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내몰린 죽음"이라며 "8년 동안 노조파괴를 지속·용인·방조한 자들이 저지른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연 '노조파괴 범죄자 정몽구 구속 한광호 열사 300일 투쟁 승리 문화제'에서 상복을 입은 참가자 뒤로 한광호 열사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연 '노조파괴 범죄자 정몽구 구속 한광호 열사 300일 투쟁 승리 문화제'에서 상복을 입은 참가자 뒤로 한광호 열사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양지웅 기자

충남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12월 13일 '유성기업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2017년' 결과 발표에 따르면, 1년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유성기업 노동자는 62명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인 선택을 계획했다고 한 노동자는 20명,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노동자는 5명에 달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일반인들에 비해 10~50배까지 위험한 수준이었다.

도 지회장은 노조파괴의 고통을 당한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곳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었다"면서 "인권 무시되고,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외면하고 있는 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위원회에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이 달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한다"며 "제발 이 결과가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실태조사단에 참여한 이들도 오 조합원의 죽음을 접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인권위 앞에 섰다. 조사단 위원으로 일한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2016년 말 인권위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사무처장은 "노-사간, 노-노 간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국가가 이 문제에 개입해 기본적인 인권이 향상될 수 있는 사업장을 만들고, 또 극단적인 상태로 노동자들이 몰리는 최소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 실태조사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외부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연대적 개념의 지원책을 만들어보자는 내용이 반드시 권고안에 담겨야 한다는 기본합의를 전제로 어려운 조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조사 사업에서 3개월에 끝날 작업이 2년을 기다리고 있다"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은 회사 때문이었다. 노동자를 만나 조사를 해야하는데 (회사가)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끌려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계속 참고 설득하며 1년을 기다렸다. 그 결과로 보고서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1년은, 인권위에서 그냥 묵히고 있다"며 "1년을 묵혔으면 충분히 (인권위가) 직무유기 했다고 본다. 빨리 충격적인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가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한 번 살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성대 유성 아산지회장·이정훈 영동지회장·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등 3명이 4일 오전 국가인권위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도성대 유성 아산지회장·이정훈 영동지회장·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등 3명이 4일 오전 국가인권위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민중의소리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1년 만에 (건강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으면 공개해야, 노동자들이 심리상담도 받고 치료 받지 않냐"면서 "11월의 폭력과 12월의 죽음은 인권위의 책임"이라고 질타했다.

김성민 유성영동지회 사무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삭히고 삭히면, 나를 해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것이 밖으로 표출되면 폭력으로 가게 된다. 그것이 회사 상무,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며 "이것을 막아달라고 인권위에 수차례 방문했다"고 통탄했다.

김 사무장은 "한광호 열사는 산재 결정을 받았고, 재판에서도 다 이겼다. 그럼에도 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정신건강 문제로 산재를 받은 노동자들이 9명"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기자회견 후 도성대 유성 아산지회장·이정훈 영동지회장·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인권위 10층 인권조정상담센터에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최영애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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