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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생명줄 내리지 않는 파인텍 고공농성자들..시민사회 “단식만은 제발”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눈물로 단식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눈물로 단식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혹한 속에서 422일째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가 곡기를 끊었다. 두 사람은 물조차 마시지 않는 형편이다. 이들과 연대해온 시민들은 두 사람의 선택이 최후의 통첩'이자 '마지막 절규'라고 설명했다. 굴뚝 밑에서 단식을 하며 두 노동자를 지켰던 이들은, 단식을 멈추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앞에서 조현철 신부, 나승구 신부,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은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은 단식을 중단하라고 간곡히 설득했다. 하지만 굴뚝 위 두 노동자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두 노동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할 수 있는 거 다 할테니까, 일단 줄 내려달라. (줄) 못 내리면 제가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오늘이라도,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이야기 해 보자"며 "이 겨울에 단식한다는 건……. 이 밑에 있는 사람들이 눈물로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말 부탁드린다. 이건 정말 아닌 거 같다. 저희가 밑에서 잘 하겠다"고 거듭 말하며 눈물로 호소했다.

현재 굴뚝 위 두 노동자는 땅과 연결된 '밥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 줄은 노동자들에게 '생명줄'과 다름 없다. 매일 이 줄을 통해 식사 두 끼와, 핫팩, 배터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에 따르면, 75m 굴뚝 위에서 농성중인 홍기탁·박준호 노동자는 6일 오후 4시 40분 경부터 밥줄을 내리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러다보니 두 사람의 단식에 필요한 물, 소금 등 어떤 물건도 전달되지 못한 상태다. 굴뚝 위는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곳엔 전기도 통하지 않고, 어떤 난방기구도 없는 상태다. 두 사람은 그동안 오로지 핫팩만으로 체온을 유지해 왔다. 아래서 이조차 올라오지 않으면 급격한 체온저하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긴급건강검진을 위해 굴뚝에 오른 인도주의의사협의회 최규진 의사에 따르면, 농성 전에 비해 두 사람의 몸무게는 각각 10Kg 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청진기로 진찰하기 위해 이들의 겉옷을 들어올리자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두 사람 모두 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단식 중단과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단식 중단과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결국 두 노동자와 연대하고 있는 시민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거리에 섰다. 이들은 두 노동자의 단식 농성 중단과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해,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후문 굴뚝농성장에서 '408+421 굴뚝농성자 고공 단식 돌입 긴급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굴뚝 아래 모인 시민들은 "노동자가 죽어간다"며 "김세권은 해결하라"고 입을 모았다.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빨리 내려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앞으로 그런 이야기 하려면 전화 하지 말라고, 전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박준호 동지 역시도 뜻은 고맙지만, 노동자들이 결정하는 것을 철회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두 사람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현재 나 신부는 21일째 연대단식 중이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제가 속한 사회가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가서 끝을 볼런 지 슬픔이 밀려온다"며 "지금이라도 굴뚝 위 두 노동자가 단식 풀고, 더 나아가선 하루 빨리 75m 굴뚝에서 내려와 이 땅을 밟게 되기를 계속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농성 중인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과 통화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물도 안먹으면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나승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가 농성 중인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과 통화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물도 안먹으면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김철수 기자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물도 안먹으면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차광호 파인텍지회 지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이곳의 75m 높이 굴뚝에 올라 422일째 농성 중이며 421일 차인 6일 물도 안먹으면 무기한 고공 단식에 돌입했다ⓒ김철수 기자

29일째 곡기를 끊고 있는 차광호 지회장은, 굴뚝 위 동료들의 단식에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차 지회장은 힘겹게 입을 열고 "한국합섬 파산 이후, 공장에서 저희는 5년을 지켰다"며 "고용·노동조합 인정·단체협약 이행을 합의했지만 김세권 사장이 먹튀했다. 그에 맞서 싸웠고, 408일을 굴뚝에 올라가 투쟁해 왔다. 그래서 합의한 게, 파인텍 (공장)"이라고 그간의 투쟁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합의했던 약속을 또 지키지 않는다"고 통탄하며,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서럽게 울었다.

차 지회장은 "최소한 함께 사는 것,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것을 바랐다. 이런 약속들이 한꺼번에 자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노동자에게는 죽음"이라며 "그 시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위에 있는 홍기탁·박준호 두 동지와 함께 투쟁해 온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김세권 대표가 합의했던 약속을 지키도록 만들어가기 위해,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단식만은 막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지금까지처럼 책임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세권이 정확하게 책임지고 경영해, 공장이 잘못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방안을 제기하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이 싸움을 접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노란 리본에 굴뚝 농성장이 보이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노란 리본에 굴뚝 농성장이 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번 사태는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정리해고를 하면서 촉발됐다. 차 지회장은 정리해고에 반발해 2014년 5월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다음해 7월까지 408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로 사측과 합의를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충남 아산 파인텍 공장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는 "약속 파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어쩔 수 없이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김세권 사장은 파인텍 임대공장 계약을 만료했다"며 "애초 파인텍은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는 차광호 지회장의 408일 고공농성 상황을 피하고, 공장부지 분할매각을 추진키 위한 기만책"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조원들은 다시 투쟁에 나서게 됐다. 2017년 11월 12일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두 사람의 농성이 차광호 지회장의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을 갱신하자, 시민사회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노사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7일 현재까지 네 차례 노사가 만나 교섭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교섭에 참여했던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4차 교섭 내용을 공개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동안 회사가 방안을 제시하지 않다가 4차 교섭에서 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안에는 김세권 대표가 직접 책임을 지는 내용은 없고, 파인텍을 재가동하는 내용만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조의 기본적인 요구가 '유령회사' 파인텍의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파인텍을 재가동 한다면 최소한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김세권 대표가 맡는 수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합의서에 스타플렉스 김 대표이사의 서명이 들어갈 것, 단서조항으로 폐업 시 스타플렉스로의 3가지 (고용·노조·단협)승계를 해줄 것을 명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은 4차 교섭에서 13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굴뚝 위 두 노동자의 단식투쟁을 '최후통첩'이자 '노동자들의 절규'라고 표현했다. 그는 "내일(8일) 의사들과 (굴뚝에) 올라가겠다"면서도 "실무선에서 교섭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들은 오는 10일 오전 11시 서울지방검찰청에 김세권 대표이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김 대표이사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되는 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출국을 강행할 시, 공동행동은 출국 저지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단식 중단과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 선포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단식 중단과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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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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