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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공농성자들 메마른 가지처럼 앙상해..위급한 상황 올 수도”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을 하는 가운데 홍기탁 전 지회장을 의료진이 올라가 진료를 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을 하는 가운데 홍기탁 전 지회장을 의료진이 올라가 진료를 하고 있다.ⓒ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제공

423일째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을 '긴급의료 지원'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던 의료진들이 두 노동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노동자는 의료진과 종교인들의 설득에도 굳은 결의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 농성장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홍종원 의사와 길벗한의사모임 소속 오춘상 한의사가 올라갔다. 이들은 약 2시간 30분 간 굴뚝농성자들의 혈당·혈압 등을 비롯한 건강상태를 확인했다. 의료진들은 "(두 노동자가) 위에 버티고 있는 것을 몸이 이겨낼 수 있을 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의료진은 단식이 3일 차에 접어들면서, 두 노동자에게 갑작스럽게 저혈당이 오는 것을 우려했다. 이들의 혈당수치가 낮아 쇼크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시쯤 김옥배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부지회장이 급하게 단식에 필요한 물과 소금, 효소, 의료물품을 위로 올려보냈다.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을 하는 가운데 박준호 사무장을 의료진이 올라가 진료를 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을 하는 가운데 박준호 사무장을 의료진이 올라가 진료를 하고 있다.ⓒ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제공

굴뚝에서 내려온 홍종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는 취재진들을 만나 "혈당 수치가 낮아 단식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 우려스런 상황"이라며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상황으로 몸이 단식을 며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료를 마친 뒤, 땅으로 돌아온 두 의료진은 노동자들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홍종원 의사는 두 노동자에게 단식을 멈춰주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두 분은 굳은 결의로 단식을 이어가고자 했다"며 "더 위험한 (건강)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이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두 노동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혈당 유지가 안 되면 이미 빠져버린 근육이 다시 급속도로 빠져버려서, 쇼크 등 위급한 상황이 올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면서,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저 위에선 응급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밑에서 전화를 통해 시시때때로 두 노동자의 건강을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식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수한 상황이다. 저 위 공간이 보온도 제대로 안 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423일을 버틴 상황에 단식까지 한다면, 이 상태라면 며칠 못 갈 것"이라고 답했다.

홍종원 의사에 따르면, 현재 두 노동자는 목·허리·가슴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호흡기와 심장은 기본적으로 큰 무리가 와 있고, 상당히 약해진 상황이다. 그는 "좁고 원형인 공간에서 몸을 쭉 펴지 못하고 웅크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420여일 넘게 자고 생활하다보니 그런 통증이 만성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상 한의사는 "단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올라가서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며 "기초적인 검진과 근골격계 등 이런 문제에 대해서 추나요법과 약침으로 치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끈질기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설득했지만, 결국 마지막엔 굴뚝 위에 효소를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에 의료진이 올라가고 있다.<br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열린 75m 굴뚝 위 홍기탁 전 파인텍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의 무기한 단식에 의료진이 올라가고 있다.ⓒ김철수 기자

의료진과 함께 굴뚝에 오른 종교인들도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요청했지만, 두 노동자들은 단식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현철 신부는 "올라가 보니까 영웅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란 것을 금방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식에 대해 걱정을 전했고, (두 노동자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 두 사람이 '우리들은 살려고 굴뚝에 올라왔고 살려고 단식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 신부는 "5명 조합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를 비롯해서 사회 각 계층에서 힘을 모아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짚었다.

이동환 목사는 "(아래서) 더 열심히 싸울테니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저는 이 두 노동자가 곡기를 끊었다고 생각 안한다. 노동자의 선택인 아니다. 악랄한 회사 대표가 이들을 저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살인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김세권 대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이켜 보고 노동자들이 온몸으로 부르짖는 절규를 들어라"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김 대표의 결단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김옥배 부지회장은 "노동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처벌받는다. 하물며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 훔쳐도 바로 처벌된다"면서 "하지만 자본은 노동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플렉스 자본이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지회장은 "파인텍이라는 말도 안되는 회사를 만들고, 또 회사가 어렵다고 하고 약속 파기를 할 것"이라며 "그래서 (노동자들이) 김세권 자본이 직접고용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5명 중에 3명이 단식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남은 두 명이 열심히 해보겠다. 김세권이 책임질 때까지 끝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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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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