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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최저임금위원회 개편안, ‘구간설정위원회’라는 해괴한 발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정부 초안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 양측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즉,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구간설정위원회는 노동자의 생활 보장뿐 아니라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개편안이 제시된 이유는 최근 소상공인과 재벌의 최저임금 인상 때리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소상공인의 폐업이나 재벌의 볼멘 목소리가 폭증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신년사설로 ‘새해 벽두부터 터져 나온 최저임금 비명 소리’라는 제목하에 “1년 새 33%나 오른 최저임금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새해 초부터 서민 경제 현장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을 무인(無人) 기계로 교체하거나 아예 직원을 내보내고 ‘가족 영업’으로 돌아선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선에 접근하지 못하고 좌초됨을 시인하기 민망했는지 이러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조삼모사식의 해법을 던진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구간설정위원회는 ‘최저임금 인상저지위원회’일뿐

왜 그런가?
먼저 정부 초안은 ‘구간설정위원회’라는 것을 두어 애초에 인상률의 상하한선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간에서만 결정하는 최종 결정위원회를 둔다는 것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전문가 9명으로 구성하는데 선정 방법은 노·사 양측과 정부가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방안과 노·사와 정부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한 측이 끝까지 특정한 인상율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니 적당한 선에서 구간설정이 될 것이고, 이 구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노사공익이라는 구조의 결정위원회로 가져가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구간이 있으면 합의가 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각링을 쳐 놓고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는 게임규칙을 제안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현실과 청년 아르바이트 등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속도조절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최저임금 1만원 공식포기 선언이다.

특히 ILO 최저임금결정협약(131조)은 최저임금제도 운용에 있어 권한 있는 노사 대표와 충분히 협의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4조 제2항)하고 있다. 즉 당사자주의를 배제하고 숫자 놀음하는 전문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의 구간 범위를 넓히거나 높이면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①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는 4개항의 심의기준을 뛰어넘어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근로자의 생활보장’과 ‘고용·경제상황’이 추가됐다. 근로자의 생활보장에서는 △근로자의 생계비 △소득분배율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경제상황에서는 △노동생산성 △고용수준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상황 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고용수준’이라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 때문에 고용하기 어렵거나 고용확대가 늦춰진다면 최저임금 인상율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이며 기업의 지불능력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기업이 자신이 지불능력을 자랑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겠는가?

다른 한편, 근로자의 생계비 항목은 1988년 이후 줄곳 18세 단신 미혼 남성기준 생계비를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지표다. 2017년부터 2인 3인가구 생계비를 참고한다고 하지만 이는 참고일 뿐이다. 1인 단독가구 생계비로는 실제 생계를 위한 비용을 산출할 수 없다. 생존비 정도로 묶어두는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1인가구 생계비가 아닌 3인 또는 4인가구 생계비로 설정하는 것이 노동자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해마다 통계를 내어 발표하는 표준생계비는 가구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실제 노동자들이 단독가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책임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 생계비는 결국 결혼도 하지 말고 부모를 모셔서는 안된다는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참고로 민주노총은 2018년 임금인상 요구안 224,000원을 을 제시하며 “2018년 임금인상 요구안은 2018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와 소득분배 개선치를 반영한 것으로서 월 224,000원의 인상액을 인상율로 환산하면 7.1%인데, 이는 2018년 경제지표 중 경제성장률(3.0%), 물가상승률(1.7%)의 합이 4.7%이고, 여기에 소득분배 개선분 2.4% 을 반영한 방식으로 산출되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한상총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높은 가맹수수료 등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한상총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높은 가맹수수료 등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재벌개혁을 통한 영세자영업자, 중소상공인의 숨통을 띄어야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로 생각했던 ‘소득주도 성장’은 어디로 갔는가? 당장의 고용지표가 나아지지 않으니 다시 이명박 박근혜식 경제정책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결정구조 이원화에 반대하면서 ▲업종별·사업규모별 최저임금제 차등적용 ▲경제성장률, 국민소득과 연동해 실질적으로 캡을 씌우는 방안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다소 오른 최저임금인상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사실 최저임금인상 여론의 악화는 재벌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세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건 대기업 자본이다. 그들은 골목상권까지 치고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프렌차이즈의 높은 가맹 수수료, 중소기업에 대한 하청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룰을 만들어 수탈의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 시스템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과 알바노동자가 울어야 했다. 즉,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임금 지불능력은 골목 상권보호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원 하청 불공정 거래 시정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다. 늦었지만, 극도로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할 타이밍이다.

김영욱 ‘8일에 끝내는 노동조합 특강’ 저자,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교육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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