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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승태는 피의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그런데 이 과정이 시끄럽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앞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분이든 아니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회견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검찰 출석 직전 대법원 정문 앞인지 의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할 말이 있다면 기자들은 알아서 검찰청사 포토라인 앞에 줄지어 있을 텐데 말이다.

굳이 검찰청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치고 체면을 지키고 싶은 것이라면, 재임 시절에 미리 부끄러울 일을 삼갔어야 한다.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재판거래라는 헌법 파괴적 행위에 나섰을 때 이미 양 전 대법원장 개인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권위 자체가 땅에 떨어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다”는 의견을 밝혔다. 과거 근무지와 입장을 밝히는 일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입장을 밝혔어야 하고, 재벌총수들은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애초에는 대법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기가 막힌 일이다. 대놓고 대법원을 내세워 검찰을 겁박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그런 발상이 나올 리가 없다. 법원 내 적폐세력을 자극할 저의가 아니라면 굳이 논란을 자초할 이유도 없다.

그는 피의자다. 그것도 대부분의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난 피의자다. 전 대법원장이라고 해서 특별취급을 받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뒤 7개월 여 동안 그를 비롯한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은 지나치게 많은 특별 취급을 받아왔던 것이 문제다. 압수수색 한 번 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번번이 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온 국민이 봐왔다.

그의 과거 직함은 그가 저지른 범죄의 배경이라는 점에서만 중요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바로 그 대법원장이라는 자리와 권위를 더럽혔다. 권력과 유착하여 헌정질서를 파괴했다.

무엇보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에 저질러진 재판거래로 많은 이들이 억울한 판결을 받았다. 그 피해는 아직까지 온전히 구제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흔히 보기 힘든 행사를 통해서 양 전 대법원장이 꾸미고 있는 여론전은 그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내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검찰출석을 계기로 사법농단에 대한 수사는 그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적폐의 뿌리를 캐내는 일이 얼마나 시급한지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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