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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이후, 이례적 속도로 ‘노동조합 가입’이 늘고 있는 이유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밝힌 '상급단체별 조합원 수 추이'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가 밝힌 '상급단체별 조합원 수 추이'ⓒ고용노동부

2017년 대규모 촛불 시위 이후 노동조합 가입, 노조 신규 결성이 대폭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전체 조합원 수가 95만 명에 다다른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해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2017년 말 민주노총 집행부 선거에서 파악된 조합원 수가 80만이었고, 지금은 또 10~15만 정도가 더 늘어 90만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1년 사이에 10만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분석한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18년 12월21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7년 말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208만8천명으로 전년도(196만6천명)에 비해 12만1천명(6.2%)이 증가했다.

노동부가 작성한 최근 5년 간 상급단체별 조합원수 증감 그래프를 통해, 양대노총의 조합원 수가 2016~2017년 이후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는 시기 민주노총(64만→71만)의 상승곡선은 한국노총(84만→87만)보다 더 가파르다. 그런데 이 통계엔 당시 ‘법외 노조’였던 민주노총 가맹조직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집계, 14만)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집계, 5만)의 조합원 수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를 고려하면 양대노총이 엇비슷하거나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전교조와 함께 ‘법외 노조’였던 공무원노조는 2018년 3월에서야 ‘법내 노조’로 진입했다. 전교조는 여전히 해고교사 조합원 불인정 문제 등으로, 박근혜 정권 때 ‘법외 노조’ 통보를 받은 뒤 노조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 1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적폐청산-노조할 권리-사회대개혁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년 11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적폐청산-노조할 권리-사회대개혁 민주노총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조할 권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2년 사이 조합원 3만 명 늘어난 공공운수노조
“1만여 명 증가” 중소공장 조직화 결실맺은 금속노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정확하게 집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2017년 이후 민주노총 가맹조직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조합원 수가 늘어난 조직은 공공운수노조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동안 공공운수노조는 민주노총 가맹조직 중 두번째로 큰 규모였다. 그런데 최근 가장 큰 규모였던 금속노조를 앞질렀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공개된 조직현황만 보더라도, 2017년 1월 기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는 17만 명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2018년을 넘기며 공공운수노조가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조합원이 3만 명 가량 증가한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와 맞물리면서 노조 조직화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을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공약을 밝히고, 이와 함께 현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에 추월당했지만, 금속노조 조합원 수의 증가폭도 만만치 않다. 2017년 1월 기준 17만3천여 명이었던 조합원이, 올해 들어 18만 명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노조 사업장으로 악명 높았던 일부 대기업에서 ‘무노조 경영전략’이 깨지고, 그간 금속노조가 조직화에 힘을 쏟아온 중소단위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대거 가입하면서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 검찰조사에서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이 드러나자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노조를 인정한 첫 사례다. 게다가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였던 포스코에서도 노조가 생기면서 수천 명 단위의 조합원 가입이 이루어졌다. 다만, 포스코에선 노조간부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고소 등 여전히 노사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모비스 공장을 비롯한 1차 하청에 속하는 자동차부품공장에서도 신생노조가 생겨나고, 조합원 수가 크게 늘고 있다. 그동안 노조가 생긴다고 하면 폐업을 해버리거나 노조탄압을 일삼아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던 사측이 촛불 이후 조심스러워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중간단위 미조직 제조업 영역에서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4~5년간 꾸준히 역량을 집중시켜 왔다”며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18년 11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18년 11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해직공무원 원직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요양서비스·마트·가전통신서비스·택배·대리운전 조합원 증가
‘법내 노조’ 진입 공무원노조, 조합원들 복귀 중
건설노조, 청년·여성 노동자들 가입 늘어

민주노총 가맹조직인 서비스연맹과 공무원노조, 건설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에서도 촛불 이후 조합원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먼저 ‘7만 서비스연맹’은 2018년을 지나며 조합원이 1만 명 이상 늘어 ‘8만 서비스연맹’이 됐다.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2016년 말에 요양서비스 영역에서 노조가 생기고, 2017년 말~2018년 사이에 조합원수가 크게 늘었다. 또 마트, 가전통신서비스, 택배, 대리운전 영역에서 조합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집중적으로 조직화사업을 펼쳤던 요양서비스 등 5개 영역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노조가 생겨나고 있다”며 “2017년에 비해 2018년에만 2배에 가까운 신규노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노조설립증이 교부되면서 ‘법내 노조’가 된 공무원노조도 10개월 사이에 조합원 수가 3천 명 가량 증가했다. 상급단체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도·시·군 단위 개별 노조들이 공무원노조를 상급단체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적으면 백 명 단위에서 많으면 천 명 단위의 노조가입이 이루어진 측면이 있고, ‘법내 노조’ 진입 이후 어렵게 운영되고 있던 지부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새롭게 노조가입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보단, 복원과정을 밟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가맹조직 건설산업연맹 산하의 건설노조도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조합원이 1만 명 가량 늘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토목건축에 속하는 형틀목수, 타설, 철근 등 분야에서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청년 조합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대 여성·청년 노동자들이 건설노조에서 절대적인 숫자로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였다”며 “2017년에 비교해 2018년에 3배가량(약 100명→300명)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 숫자로 보면 적은 수지만, 증가폭에 있어서는 저희에게 의미 있는 숫자”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왜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하고 있을까?

노조 가입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각 노동조합 간부들은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부장은 “촛불 이후,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고자 하는 의식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산업현장에서 민주노총으로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상당수가 미조직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선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상담전화를 받아보면, 참고 당해왔던 문제들을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사례가 많다. 개별근로관계든, 집단근로관계든 불만들을 집단적으로 모아내면서 노조 조직화의 열망으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촛불 이후 노동자들의 향상된 권리의식도 있지만,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노총 중앙조직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선 엄벌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점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관계자 또한 “노조 가입이 느는데 대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관련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정식 분석해 본 것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보고 있는 지점”이라며 “일단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부터 탄압을 많이 받았고, 전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어려운 시기가 있었던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니 일단 그런 부분은 없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중앙 관계자와 각 산별노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동안 노조가 역량을 집중해온 사업이 변화된 정세와 정부 정책 기조 등과 맞물려 ‘조합원 증가’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노조와 택배노조의 ‘법내 노조’ 진입,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내하청노동자 직접고용 계획 발표, 중앙교섭을 통해 전국 형틀목수 일당 기준치 마련 등이 이같은 대표적인 사례다.

백 미조직전략조직부장은 “촛불 이후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제일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개별적으로는) 사업장에서의 ‘갑질’ 등이 부각되면서 노조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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