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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진상조사위원 추천하랬더니 ‘진상방해위원’ 보낸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자유한국당은 14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원회) 추천 위원을 뒤늦게 확정지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이 시행된 지 무려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을 지연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전 사무처장을 상임 조사위원으로, 이동욱 도서출판 자유전선 대표와 차기환 변호사를 비상임 조사위원으로 각각 추천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자당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균형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 국민 통합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으나,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극우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극우성향 일색인 자유한국당 5.18조사위원
5월단체로부터 사과요구 받은 기자 출신이 진상조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 권태오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전 사무처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악수하는 모습.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 권태오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전 사무처장에게 임명장 수여 후 악수하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우선,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권태오 전 사무처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과 육군본부 8군단장을 거친 '군 출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군 출신으로는 19년 만에 민주평통의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이력이 있다.

권 전 사무처장은 대외적으로 뚜렷한 성향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군 출신인 만큼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육군본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주 세력이라는 의혹이 지난해 초 제기된 가운데 육군 중장 출신인 권 전 사무처장이 이를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이동욱 대표와 차기환 변호사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오래 전부터 극단적인 이념 성향으로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들이다.

월간조선 기자를 거쳐 뉴데일리 객원논설고문을 맡은 바 있는 이동욱 대표는 지난 1996년 월간조선에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한 기사를 작성해 5월 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 인물이다.

이 대표는 '광주사태 관련 10대 과장·오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의혹들을 다룬 언론 보도들을 '오보와 과장'이라고 단정 지으며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폄훼했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사실로 드러난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공수부대원들의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보도가 모두 피해자들의 일방적인 진술만 듣고 기사화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특히 이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벌어진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군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말"이라는 당시 공수부대원의 책임회피성 진술을 기사에 그대로 싣기도 했다.

당시 5.18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대표의 기사를 포함한 월간조선 기사 2건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1백만 국민의 서명으로 만들어진 5.18특별법과 5.18광주학살자들에 대한 재판 및 진실규명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조사위원으로 추천한 차기환,
빨간 우의설 등 일베 주장 퍼나르는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뉴시스

차기환 변호사는 제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우정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KBS 이사회 이사 등을 맡아 보수 정권과 코드를 맞춰왔다. 당시에도 극단적인 이념 성향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2014년에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추천해 세월호 특조위 조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차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거나 특조위 활동을 사사건건 방해해 세월호 유가족들에 의해 고발까지 당한 인물이다.

차 변호사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영화 '화려한 휴가' 등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국민들을 잔혹하게 죽이는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정부는 5.18의 희생자들에게 보상도 했고 그 잘못을 시인도 했으므로 더 늦기 전에 국민들 사이 잘못 알려진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차 변호사는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사건에 대해서도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중심으로 제기된 이른바 '빨간우의 타격설'을 그대로 옮겨와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일베 주장 퍼나르는 변호사'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달려 있다.

즉각 반발한 5월 단체 "자유한국당 추천 위원 거부"
여야 정당도 한목소리로 "진상조사 방해하려는 의도냐"

5.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국회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5.18 유가족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다 탈진해 물과 음료를 마시고 있다.
5.18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국회 정문 앞에서 농성중인 5.18 유가족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다 탈진해 물과 음료를 마시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자당 몫의 5.18조사위원에 극우 성향 인사들을 추천하자 5월단체는 물론 여야 정당들도 일제히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5.18민주화운동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5월단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위원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 위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5월단체들은 "권태오 씨는 군 복무시 작전 주특기를 가졌던 인물이다. 개인적 흠결을 떠나 과연 그가 5.18진상규명을 위해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가, 5.18진상규명을 위한 역사적 의지를 갖췄는가 의심스럽다"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동욱 씨와 차기환 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실체적 진상규명을 부정하고 그 정신가치를 폄훼했던 전력을 지닌 인물들"이라며 "5.18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앞장서기보다는 정당한 진상규명 활동을 방해하고 훼방놓을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들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이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규명 및 사회통합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들"이라며 "추천위원의 면면을 보면 극우이념을 가진 자들로 진상 규명보다는 조사위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5.18영령 및 피해자분들을 모독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5.18 영령 및 피해자분들에게 즉각적인 사과, 추천 위원 철회 및 추천권 반납 등 공당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들이 진상조사위원으로 들어갈 경우 과연 5.18진상규명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추천된 인사들의 경우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5.18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이해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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