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정규직화 과정서 노동자 해고하고 ‘용역업체 재입사’로 무마 나선 한국정보화진흥원
해고된 조합원들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여의도 국회, 진흥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와대 앞에서 ‘해고노동자 진흥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 중이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지난 2일부터 매일 여의도 국회, 진흥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와대 앞에서 ‘해고노동자 진흥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 중이다.ⓒ민중의소리

공공기관인 ‘NIA 한국정보화진흥원’(이하, 진흥원) 소속 ‘107 손말이음센터’(이하, 손말이음센터)에서 용역회사 직원 신분으로 일해온 통신중계사들이, 진흥원에 무기계약직 신분으로 직고용되는 과정에서 대거 탈락해 ‘해고’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상황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자, 진흥원 측은 “해당 기업(용역회사) 소속으로 재입사 시킬 것”이란 대책을 내놨지만, 용역회사 측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혀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정보화진흥원 홈페이지

11일 진흥원은 ‘정규직 전환 평가에서 탈락한 통신중계사들에 대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용역회사) KTcs는 정규직 전환 평가에서 탈락한 통신중계사들이 원할 경우 재입사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3단계에 걸쳐 진행된 ‘통신중계사 무기계약직 전환’ 평가에서 탈락한 11명을 KTcs에 재입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단 의미다.

진흥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탈락한 통신중계사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까지 놓였기 때문이다. 전환 평가 과정에서 통신중계사들은 기존에 소속됐던 KTcs로부터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서는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아 일괄 사표를 낸 상태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KTcs의 사표 요구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KTcs에 이들(해고노동자)의 재입사를 요청했다. KTcs는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또, 진흥원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당 결정은 KTcs와 상의해 내린 것이다. 공공기관은 사전 협의가 끝나야 공문을 보내는데, 9일 이전부터 협의를 계속해오다가 9일에 공문을 보냈다”며 “KTcs에서 내부적으로 수용한단 의사를 밝혀왔다. 사업부서 본부장이 승낙한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Tcs뿐만 아니라 (모회사) KT와도 협의가 끝났다는 문자를 11일 오후에 받았다”며 “공문은 안 받았지만, 공식적으로 내부회의에서 의결했단 문자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KTcs “결정된 바 없다. 아직 검토 중”

하지만, 이러한 진흥원의 발표에 대해 KTcs 측은 “아직 검토하는 단계”라며 일자리를 잃은 통신중계사들의 재입사 결정을 부인했다.

KTcs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아직 KTcs는 (재입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진흥원에 11일까지 공식 회신을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신을) 보내겠다 한 적은 없다. 11일까지 달라고 요청이 왔지만, 아직 문서를 보낸 적은 없다”며 “어쨌든 검토하던 중이고, 지금도 검토 중이다. 검토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진흥원이 ‘11일 오후 KTcs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진흥원에서는 회신한 바가 있다고 하니, 저희가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긴 애매하다”라며 “저희가 회신했다고 발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부분은 진흥원 쪽에서 설명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손말이음센터
손말이음센터ⓒ손말이음센터 홈페이지

진흥원 측은 ‘해고 노동자들을 KTcs에 재입사하게 한다’는 입장인데, 정작 고용을 담당할 KTcs 측에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진흥원 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당 해고했다는 비판을 받자 성급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진흥원의 ‘KTcs에 재입사’ 보도자료는 KTcs 측 문자 회신 전인 11일 오전에 나왔다. 이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회신 공문만 지연됐을 뿐, 원칙적으로 KTcs에서 동의를 밝힌 부분이 있어 11일 오전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며 “KTcs 사업본부 본부장이 명확한 의사를 밝혔는데, 그걸 부인하고 회사 전체 직원이 동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언제 KTcs로부터 공문을 받을 계획’이냔 질문에는 “11일까지 회신을 달라 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 조속히 받을 예정”이라며 “저희는 공문이 중요하다기보단, 공문을 보내기 전 절차가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해 ‘통신중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해 ‘통신중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뉴시스(손말이음센터 제공)

진흥원과 KTcs의 계약은 이미 끝났다

진흥원은 2005년 손말이음센터를 설립하고, 2009년부터 KTcs에 센터 운영을 맡겼다. 용역 계약은 1년 단위로 체결됐고, 이는 지난 2018년까지 약 9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추진되며, 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게 됐다. 따라서, 진흥원과 KTcs의 관련 계약은 연장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손말이음센터 통신중계사로 일하던 노동자들이 KTcs에 재입사해도 지금까지처럼 ‘통신중계사’로는 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통신중계사들은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손말이음센터에서 청각·언어장애인의 입과 귀로 일해왔다. 이들은 청각·언어장애인이 문자나 영상으로 글, 수화, 구화 형태의 메시지를 전하면 이를 통역해 상대방에게 전하는 업무를 한다. 진료 예약, 음식 주문, 가족과의 연락 등을 도우며 청각·언어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소통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다.

KTcs는 “현재 KTcs에서 운영하는 센터 중 손말이음센터와 같은 수어상담센터, 특수상담직은 없다. 다만 일반 상담사로서 재입사를 희망할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KTcs는 더 이상 손말이음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 KTcs에 재입사하겠단 말은 손말이음센터에서 더 이상 근무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자리를 잃은 통신중계사들 중엔 7년, 8년, 11년 등 긴 시간 동안 해당 업무를 해온 이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조건인 상시·지속 업무를 장기간 해온 이들이, 특별한 결격 사유도 없이 해당 일자리에서 밀려나 일반 콜센터 상담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일자리를 잃은 7년 차 통신중계사 황소라 씨는 “손말이음센터로 입사해, 청각·언어장애인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일해 왔다. 그런 저희를 일반 콜센터로 넣겠다고 한다”며 “저희는 청각·언어장애인의 전화선이 돼, 그들이 소통의 권리를 누리도록 그런 가치를 추구하며 일해왔다. 진흥원의 결정은 중계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청각·언어장애인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각·언어장애인이 대화가 되지 않으면 사람과 벽이 생긴다고 한다. 저희는 사람과 사람 간 연결통로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일하는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지만, 경제적인 것을 포기하고 일해 왔다. 그럼에도 저희의 소임을 못 하게끔 하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 원래 일하던 통계중계사로 돌아가지 않으면 재입사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의 요청에 따라 노조와 진흥원 문용식 원장은 오는 16일 만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김도희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