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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금으로 뺏는다”는 연남동 단독주택에 가봤습니다
지난 10일, 모 경제지 1면 기사.
지난 10일, 모 경제지 1면 기사.ⓒ기타

지난주, 한 경제지가 보도한 서울시 마포구의 단독주택을 찾았다. 올해 공시예정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세 부담이 늘었다는 그곳이다. 신문은 “정부가 세금으로 집을 빼앗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집주인의 주장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아 대서특필했다.

정말 그럴까. 집주인의 주장처럼 정부가 세금을 과도하게 올린 것이 사실일까. 지난 11일, 확인을 위해 이 주택을 찾았다.

논란의 A주택은 몇 년 전부터 젊은이들이 즐겨 찾아 ‘연리단길’이라는 애칭이 붙은 마포구 연남동에 있었다.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 숲길과는 200m 거리다.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직선거리로 730m, 걸어서 10분 남짓이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스마트폰 길안내 어플리케이션을 따라 걸었다. 가는 동안 주택가 골목골목 마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카페와 독특한 메뉴의 식당들을 여러곳 만날 수 있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골목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10분쯤 걸어가니 문제의 2층짜리 A단독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 시내에선 보기 힘든, 작은 정원 겸 마당을 갖춘 104.7평(대지면적 345.8㎡))짜리 주택이었다. 인근 단독주택은 대부분 40~50평대였는데, 동네에서도 꽤 큰 주택으로 통했다.

지난 11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A주택을 찾았다. 이곳 대지면적은 104.7평(345.8㎡)이다. 시세로는 5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 11일,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A주택을 찾았다. 이곳 대지면적은 104.7평(345.8㎡)이다. 시세로는 5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민중의소리

정부는 이집 공시가격을 지난해 보다 25억원 올려 40억6천만원으로 예고했다. 인상률은 2.6배에 달한다. 공시가격은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이대로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당장 A주택 주인의 재산세는 300만원이상 오른다.

집주인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했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1983년 지어진 이 건물은 2007년 지금의 집주인에게 상속 될 때까지 단 한번도 거래가 없었다. 이후에도 집주인은 바뀌지 않았다. A주택 주인은 오랫동안 이곳에 살아온 토박이였다. 올해 대폭 오르는 재산세를 ‘세금폭탄’이라고 느낄 법도 했다.

하지만 A주택 시세를 감안하면 정부의 인상 결정은 합리적 판단에 가까워 보인다. 인근 공인중개사와 개발업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A주택 시세는 5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2.6배 오른 올해 공시가격 40억 6천만원보다 보다 10억원 더 비싸다. 대지가 104평인데 보수적으로 잡아도 평당(3.3㎡) 시세는 5천만원 이상이다. A주택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근처에 평당 6~7천만원을 넘는 집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으로도 시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A주택과 붙어있는 왕복 2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디저트 카페가 성업중이다. 한 업체가 2017년, 46평짜리 단독주택을 매입해 증·개축 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시스템에 등록된 매매가는 21억3천만원, 평당 가격은 4천500만원이었다. 이 카페와 20m 떨어진 A주택을 2년 전 시세로 계산 해봐도 집값은 최소 46억원에 달한다.

만약 집주인이 건설업자와 함께 직접 개발에 나서면 매매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수 있다. 이 주택 양 옆에는 각각 6층과 7층짜리 중형 빌라가 이미 들어서 있다. A주택은 ‘휴먼타운’으로 지정돼 개발에 일부 제한을 받고 있지만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한의원이나 치과 등 주민편의 상업시설로는 개발이 가능하다. 주로 마포구에서 단독주택 개발사업을 하는 한 건설업체 대표는 “일부 층을 상가로 임대하고 나머지는 주택으로 분양하면 개발 수익과 주거 모두를 챙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세를 보수적으로 잡아도 50억원 이상 나가는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집주인이 “정부가 세금으로 집을 빼앗는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일부 경제지가 이를 인용해 대서특필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4년간 집값 4~5배 ‘껑충’…
공시가격 시세반영은 이제 ‘첫걸음’
저가주택 인상률은 1/10 수준 확인
시민사회 “시세반영률 85%는 넘어야”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마포구 연남동 인근은 지난 2015년부터 땅값이 급속도로 올랐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이곳엔 평당 1천만원도 안되는 주택들이 대부분이었다”는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4년 전, 경의선 철도 공원화 작업이 완료된 뒤부터 이곳은 익히 알려진 ‘핫플레이스’가 됐다. 홍대 상권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불과 3~4년만에 땅값은 줄잡아 5배 이상 올랐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A주택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의 A주택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민중의소리

하지만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인상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최근 5년간 A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2% 올랐다. 연남동 개발이 본겨화 되던 지난 2016년과 2017년 공시가격이 각각 22%, 20%올라 평균 상승률보다 높았지만 같은 기간 시세는 4~5배 폭등했다. 공시가격과 시세 차이는 더 벌어졌다.

시민사회는 둘 사이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단독주택은 아파트 보다 시세와 공시가격 차이가 더 컸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통상 시세의 65~70%(시세반영률) 선에서 공시가격이 형성됐지만 단독주택은 평균 50~55%선에 그쳤다.

A주택처럼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한 경우 시세반영률은 더 낮다. 지난해 기준 A주택 시세반영률은 39%에 불과하다. 실제 집값의 39%만큼만 세금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난 30여년 간 집주인은 낮은 공시가격 덕에 매년 세금의 50%이상을 아꼈다고도 볼 수 있다.

A주택 사례가 논란이 됐던 또다른 이유는 고가 부동산뿐 아니라 ‘저가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주택 인근 연남동 저가 주택들의 공시가격 인상률을 살펴보면 이같은 불안은 기우에 가깝다.

문제의 주택과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한 단독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격 1억9천600만원에서 올해 4천500만원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은 2억5천100만원이 됐다. 인상률은 28%로 A주택 인상률의 1/10 수준이다. 지난해 공시가격 2억5천900만원이었던 연남동의 B주택도 올해 3억3천600만원으로 29.7%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A주택만큼 비싼 단독주택인 C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3천만원에서 올해 34억4천만원으로 2.7배나 올랐다.

결국 저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10억원 이상 고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의 인상이 결정된 것이다. A 주택을 두고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가 “시세와 공시가격 차이가 현저히 큰 고가 부동산의 사례일 뿐”이라고 해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남동 사례를 마치 전체 주택인 것으로 매도하는 보도는 매우 악의적”이라고 토로했다.

시민사회에선 공시가격 인상을 더 빠르게, 더 큰 폭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은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은 유형·지역에 따른 편차가 매우 크고 시세반영률이 낮아 조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일부 고액 부동산 공시가격을 올해 현실화 하는데 반발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시세반영율이 85% 이상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집값의 100%는 힘들더라도 85% 만큼은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보유세강화시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제공 : 참여연대


홍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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