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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반려동물 토끼의 매력 집중탐구! ‘토끼랑 산다’ 이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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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맣고 동그란 눈, 쉴 새 없이 움찔대는 작은 코, 쫑긋 선 두 귀. 누구나 귀여워한다. 달나라 토끼 이야기, 깡총깡총 토끼가 나오는 동요. 각종 만화 캐릭터들.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반려동물로서의 토끼는 낯설다.

이순지씨는 어느 날 마트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토끼 한 마리 때문에 토끼 전문가, 토끼권(?) 운동가가 됐다. ‘한국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반려동물 토끼의 매력을 알리고, 토끼 반려인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23편의 기사를 연재했다.

이순지 한국일보 기자와 그의 토끼 햇살이(왼쪽)와 랄라(오른쪽).
이순지 한국일보 기자와 그의 토끼 햇살이(왼쪽)와 랄라(오른쪽).ⓒ이순지 제공

제목은 ‘토끼랑 산다’. 그의 토끼 이름은 랄라. 연재를 마친 이후 현재는 햇살이라는 토끼를 한 마리 더 들여 2마리의 토끼와 생활하고 있다.

이 기획 기사는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토끼랑 산다’를 안 읽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토끼 랄라의 팬들도 생겼다.

“글 연재가 끝난 뒤 랄라의 근황을 묻는 팬들의 전화나 메일이 많았어요. 신기한 것 같아요. 굳이 홈페이지에서 한국일보 전화번호를 찾고, 제 메일을 찾아서 랄라의 안부를 물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아니고 토끼랑 산다니 생소한 주제다. 어떻게 이 같은 기획이 윗선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는지 물었다.

“회사에 이직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이 많은 선배들에게 얘깃거리를 찾다가 제 자랑인 랄라 얘기를 했죠. 사람들이 토끼가 똑똑해? 화장실 가려? 물어봐서 부르면 오고 화장실도 잘 가린다고 하니까, 놀라고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선배들이 기획기사로 다루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토끼 이야기가 특수해서 다뤄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는데 선배들이 열린 마음으로 해봐라, 좋을 거다, 말씀해주셔서 쓰게 됐어요.”

사람들은 토끼를 모른다

‘토끼를 키운다’고 말하면 듣게 되는 말 Best 3가 있다. “물 안 마시지?” “당근 좋아해?”, “주인 알아봐?”

1. 토끼도 당연히 물을 마신다. 필수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2. 토끼의 주식은 당근보다는 건초나 사료이며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사람과 같이 토끼마다 다르다. 3. 토끼의 지능은 꽤 높다. 주인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성격에 따라 부르면 달려오는 토끼도 있다.

설명을 늘어놓던 그는 “토끼를 반려동물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편견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개나 고양이와 달리 토끼는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의 통계 자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토끼를 반려동물로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통계는 2015년 9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가 유일하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토끼를 키우는 사람은 0.3%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로서 토끼가 생소하기 때문인지 이런 이야기들도 나온다. “토끼탕 맛있더라”, “토끼털 목도리 따뜻한데”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대뜸 보신탕을 언급했다가는 무례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토끼에겐 왠지 이런 말이 쉬운 것 같아 보인다.

“악의가 있는 건 아니고 장난이라는 걸 알아서 심각하게 화가 나지는 않는데, 토끼가 반려동물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한다는 걸 느끼죠.”

토끼 랄라와 햇살이
토끼 랄라와 햇살이ⓒ이순지 제공

토끼와 함께 산다는 것은?

반려동물 토끼는 개와 고양이 못지않은 주인과의 교감이 이뤄진다. 말을 걸면 눕혀있던 귀를 쫑긋 세워 주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쓰다듬어 달라며 손 밑에 머리를 들이민다. 발에 치일 정도로 주인만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면모도 있다. 토끼를 키우는 사람들은 토끼를 ‘파괴자’라고 부른다. 전선이나 벽지, 장판, 가구, 중요한 문서, 옷, 가방 등을 마구 갉아대기 때문이다. 이를 갈아야하는 습성과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이다. 랄라의 경우엔 심지어 이순지씨의 머리카락을 갉기도 했다. 다행히 씹는 재미가 없었는지 딱 한번 뿐이었다고 한다.

토끼는 인형이 아닌 생명체다. 앞서 말했든 모든 것을 ‘파괴’하며 방 안을 헤집고 다니고 가둬두면 나가고 싶다고 짖지는 못하지만 철창을 흔들고 화를 낸다. 사춘기가 오면 사나워질 때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사람을 물기도 한다.

마트 유리창 너머로 접한 조용하고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 다른 성격 탓인지 버려지는 토끼가 많다. 이순지씨는 연재 초기 마트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쉽게 버려지는 토끼와 관련한 문제를 심도있게 다뤘다.

버려지는 토끼들

그에 따르면 2017년 10월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2010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동물보호센터에 버려진 유기 동물 56만 6,000마리를 분석한 결과 토끼가 2,550마리로 개, 고양이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버려졌다고 한다.

‘토끼랑 산다’에서는 이른바 ‘토끼공원’이라고 불리는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 이야기가 두 차례 다뤄졌다. 이 공원에는 한두 마리씩 버려진 토끼들이 늘어 공원에 살고 있다. ‘토끼니까 풀도 많고 친구도 많은 공원에서 잘 살겠지’라는 생각인지 버려지는 토끼가 점차 늘어났다. 번식이 빠른 토끼의 특성 상 지난해에는 무려 43마리의 아기 토끼가 태어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집안에서 기르던 토끼를 야생에 버리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같다. 또 이 공원의 토끼들은 모두 ‘애완용’으로 개량된 품종으로 야생에 살기 적합하지 않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토끼 한 마리가 그늘에서 쉬고 있다.
몽마르뜨 공원에서 토끼 한 마리가 그늘에서 쉬고 있다.ⓒ이순지 제공

“처음에는 버려지는 토끼를 위한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취재를 하다보니 토끼를 위해 싸우고 계신 분들이 있었어요. 반려 토끼계(?)에서 토끼권(?)을 위해… (웃음)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그곳이 처음이에요. 그 분들이 주장하는 것은 유기토끼들을 방치하지 말고 중성화를 해야 한다, 버리는 사람을 근절하기 위해 구청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등이었어요. 전부 이뤄졌어요.”

한 동물단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몽마르뜨 공원에서 지난해 태어난 43마리의 토끼는 모두 입양보내졌다. 성인 토끼들은 모두 중성화가 되었고, 서초구청과 협의가 돼 토끼 급식소도 마련됐다.

이순지씨의 둘째 토끼 햇살이는 몽마르뜨 공원에서 데려온 아기토끼다. 그는 “이렇게 토끼 기사를 쓰는데 이 문제에 대해 눈감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데려왔다”면서 “키우던 랄라 때문에 임시보호만 하려고 했는데 정이 들어 그냥 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우던 토끼와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

그는 또 ‘토끼랑 산다’에서 나이든 토끼와 산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6년 째 함께 산 랄라는 어느덧 노령토끼가 됐다. 감기 등 잔병치례도 많아졌고, 작년부터는 아래턱에 농양이 생기는 ‘하악 치근단 농양’이라는 병으로 4차례 큰 수술을 받는 등 많이 아프다.

이순지씨의 토끼 랄라. 아랫턱쪽의 농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순지씨의 토끼 랄라. 아랫턱쪽의 농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이순지

“처음에는 뛰어다니고 먹을 것만 보면 환장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늙어서 그런지 예전 같지 않아졌어요. 비유하자면 치매걸린 할머니같아요. 그냥 엄마만 찾는 애처럼 저만 따라다니고, 조그만 것도 다 무서워하고….”

그는 최근 반려토끼 랄라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느낀 점을 모아 책을 내기로 했다. 오는 3월 출간 예정이며, 제목은 미정이다.

‘토끼랑 산다’가 반려인을 위한 정보성 글이었다면, 곧 출간될 이 책은 아기토끼였던 랄라의 육아일기부터 노령 토끼가 된 랄라의 투병기, 키우던 토끼와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 등을 다룬 에세이다.

“책이 나오면 랄라를 평생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랄라가 선물을 주고 가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에는 책을 낸다고 좋아했는데,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랄라가 많이 아픈 지금까지 쭉 떠올리며 글을 쓰다 보니 많이 울었어요. 마지막 문장은 ‘토끼랑 산다’로 마쳤어요. 이별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아직은 랄라와 ing니까요.”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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