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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용산참사 10년 그리고,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

2009년 1월20일, 철거민들이 용산4구역 남일당 건물 망루에 올랐다. 원주민에 대한 대책없는 개발정책으로부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이후 영화에나 나올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망루를 쌓아 올린지 하루도 채 안 돼 대테러진압에 투입된다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 경찰특공대를 태운 컨테이너가 지게차에 실려 망루로 날아올랐다. 무장한 200여명의 경찰특공대가 30여 명의 철거민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철거민 다섯 명,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죽었다. 참사 발생 이후 사망자들의 시신이 유가족들도 모르게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원을 확인하겠다는 유가족들을 경찰, 공권력이 막아섰다. 그리고 유가족들의 동의도 없이 시신이 부검, 훼손됐다.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에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화재를 기준으로 화재 이전에 연행된 철거민들에게는 경찰특공대원을 다치게 했다는 죄를, 화재가 난 이후에 연행된 철거민들에게는 죽였다는 죄를, 국가가 씌웠다. 검찰은 화재의 원인을 철거민들의 화염병으로 단정 지었고 재판과정에서 수사기록 3천 쪽을 은폐했다. 은폐된 수사기록에는 1월20일 당시의 진압이 무리한 지시였음을 알 수 있는 경찰 관계자들의 진술과 화재의 원인이 화염병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진술이 담겨 있었다. 무리한 진압의 책임자였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는 진압 당시 무전기를 꺼 두고 있었다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책임은커녕 제대로 된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모든 책임은 ‘여기 사람이 있다’ 삶의 터전에서 대책없이 쫓겨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몸부림쳤던 철거민들에게 돌아갔다.

서울 용산 남일당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울 용산 남일당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국가

용산참사 당시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에 역행했던 이명박 정권 시기였다. ‘전 국토가 공사현장처럼 보이게 건설의 망치소리가 들려야 한다.’ 비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흑백영화에나 나올법한 이 대사는 이명박이 실제로 한 망언이다. 이명박은 용산참사가 발생되기 한 해 전 전매제한과 대출규제를 푸는 등 개발규제를 대폭완화며 부동산 투기 욕망을 부추겼다. 원주민들을 대책없이 쫓아내는 개발사업에 뉴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무분별하게 개발구역을 지정했다. 개발 광풍을 불러일으키던 그들에게 용산4구역 남일당 건물 위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은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현재 눈에 보이지 않을지언정 신기루 같은 이윤을 좇아야 하는데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진실이 확산되는 것이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을 마주하는 태도는 그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닐 수 있겠다는 의심이 들게 할 만큼이나 참혹했다. 무리한 살인진압으로 여섯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을 대하는 책임자들의 태도는 그 의심을 확신으로 바꿀 만큼 참담했다. 군포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참사의 여론 확산을 덮으라고 청와대에서 지시했다. 국정원과 기무사 등을 이용한 여론조작이 펼쳐졌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원들을 댓글공작과 여론조작에 가담시켰다. 믿기지 않는 폭력과 모욕을 마주하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은 전재숙 씨가 현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용산참사 유가족은 전재숙 씨가 현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양지웅 기자

용산참사 10년 그리고

용산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싸움을 통해 건설자본과 투기자본의 이윤을 대변하는 개발사업의 문제점들이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개발관련 정책들이 변화되었다. 서울시의 경우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시켰고 강제철거 현장에 인권지킴이단을 도입했다. 지난해 경찰청 인권침해조사단에서 용산참사의 책임자 김석기가 당시 6차례나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안전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무리한 진압을 지시했고 청와대와 경찰청이 댓글공작과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 조사단의 발표 이후 국무총리가 사과를 표명하기도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이야기 해온 사실들이 10년이 지나서야 인정된 것이다. 하지만 용산참사 살인진압의 책임자 김석기는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되었고 여전히 국회를 활보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 처벌할 수 없다. 심지어 개발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국토위원회에 소속되어있다. 김석기는 최근 언론에서 ‘당시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인터뷰 했다. 이윤 앞에서 사람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망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것이다.

용산참사 10주기 강제퇴거증언대회에서 청량리4구역 철거민은 ‘용산참사 이후 철거현장에서의 폭력은 죽이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우리는 죽지 않기 위해서 싸운다’고 증언했다. 용산참사 이후에도 개발현장에서의 폭력이 여전히 존재하며, 대책없는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것이 죽음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폭력과 마주하며 싸울 수밖에 없다는 증언이었다. 용산참사 10년이 지난 지금도 신수, 개포, 미아 등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대책없는 개발로 인해 쫓겨날 위기와 마주하며 싸우고 있는 철거민들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은 2019년 현재에도 유효하다. 용산참사의 진실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는 지금, 우리가 계속해서 용산을 기억하며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용산참사의 죄를 묻기 위함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10년 전 용산참사, 살인개발의 진실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서는 사람의 권리와 이윤을 동등한 위치에 두고 저울질 하는 개발정책의 폭력과 야만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용산참사 10년 그리고, 올해에는 용산참사의 진실을 완전히 규명하고 책임자 김석기를 처벌하는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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