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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은 뒷전, 서영교 재판청탁 의혹 ‘침묵의 카르텔’ 형성한 거대양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김슬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졌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쉬쉬하는 분위기다. 같은 시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손혜원 의원에게 십자포화가 쏟아진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양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도 서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한 공세가 무뎌디자 그동안 여야 가릴 것 없이 재판 청탁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법개혁의 공을 넘겨받은 국회로서는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이다.

'관행', '사소한 문제'라며 두둔하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슬찬 기자

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던 2015년 국회에 파견 중이었던 김모 부장판사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의원실로 불러, 지인의 아들에 대한 사건 선처를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혐의는 사법농단을 수사하던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만든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민주당은 사과는커녕 "관행이었다"며 되려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서 의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때에도 당 차원의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서 의원 스스로가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사법농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주장하던 민주당이 정작 소속 의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서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수차례 드러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현장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법사위원으로서 그런 문제들에 대한 민원을 받아서 관행적으로 했던 데 대한 문제"라며 "그게 비록 사소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영향을 미치고, 재판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런 일이 있던 자체에 대해 본인이 책임을 느낀다는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했고 당이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의 의혹을 진상조사 했던 윤호중 사무총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재판부에 직접 (청탁)한 것이 아니고, 국회에 파견돼 있는 판사에게 억울한 사정에 대해서 민원을 제기한 것은 직권남용이나 공무집행 방해와 같은 위법으로 보지 않는 게 지금까지 법 해석"이라며 "(설사 위법이라고 하더라도 서 의원이) 요청한 것은 하나도 받아들여진 것이 없다"고 서 의원의 혐의를 감쌌다.

서 의원이 국회 파견 나온 판사에게 청탁한 사건은 지인의 아들이 귀가하던 여성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채 껴안으려 했다는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 중인 사안이었다.

홍 원내대표나 윤 사무총장의 주장대로라면, 국회의원이 판사에게 이 같은 사건을 '억울한 사정'이라며 죄명을 변경하도록 하고, 형량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사소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손혜원 의혹에 파상공세 퍼붓던 자유한국당
서영교 의혹에는 '조심조심', 대체 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 등 비대위원들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그야말로 파상공세를 펼친 자유한국당도 어찌된 일인지 서 의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 의원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임종헌 전 처장의 추가 공소장에는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 등 자유한국당의 전·현직 의원들의 이름도 올라와 있다. 특히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익명이기는 하지만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의 재판청탁 정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장 민주당에서는 이 '익명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반격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임종헌 등은 이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유리한 선고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보고 이미 실형을 받은 것도 재검토하도록 하기까지 했다"라며 "자유한국당은 공소사실에 적시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누구인지 정도는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손 의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있는 사실 없는 사실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공격하는 반면, 서 의원의 의혹에 대해서는 공세를 자제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당초 서 의원을 윤리위 제소 명단에서도 제외시켰다가, 이것이 논란이 되자 21일 뒤늦게 윤리위 회부 및 기타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회 내 사법개혁 논의 동력 잃을까 '우려'
"국회, 사법개혁에 침묵하면 '적폐의 공범' 자인하는 것"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 발의에 부응해 국회가 적폐 법관 적극 탄핵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사진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 사법농단 법관 탄핵소추 발의에 부응해 국회가 적폐 법관 적극 탄핵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더 큰 문제는 국회 내 사법개혁 논의가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법농단을 기점으로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도입 등 사법개혁 논의를 주도해 온 민주당이 서 의원의 의혹을 두둔하고, 자유한국당은 소극적인 태도로 나서면서 사법개혁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특별재판부 도입과 법관 탄핵을 논의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두 사안 모두 별다른 진척이 없다. 특별재판부의 경우에는 법안은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되지 못했다. 법관 탄핵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 대상이 될 법관을 걸러내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실무작업을 마쳤지만, 여전히 다른 당과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해 재판에 개입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법농단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재판청탁을 하고, 이러한 사안이 드러났음에도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는 거대 양당의 태도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거대 야당이 은근슬쩍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다"며 "대체 양당이 그동안 얼마나 재판청탁을 거래해왔기에 이 문제를 덮으려고 짬짜미를 하고 있는 건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평범한 국민 그 누가 판사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 특정한 판결 결과를 요구할 수 있겠나"라며 "기득권을 이용해 사법질서를 교란해 국민에게 피해를 입혀 놓고 국회가 사법개혁을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같은 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관행이었다'는 민주당의 해명에 비판하며, 정부여당이 내세웠던 적폐청산의 기조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서 의원의 행동이 관행이라면 (사법농단의 주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잘못도 전부 관행으로 묻어줘야 하는 것"이라며 "법관은 양심에 따라서만 판결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연줄이 있다는 이유로 무엇인가를 청탁하고, 그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기를 원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위법이 횡행하게 만들어 두는 것이 바로 적폐"라며 "여당은 (이러한 관행을) 내버려두고, 야당은 모른 체 묵인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 존재 이유를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더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오히려 이제는 국회가 국민적인 불신을 털어버리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사법개혁에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국회가 이 과정에서 침묵하고 사법개혁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결국 자신들도 적폐의 공범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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