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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보장한 ‘변호사 접견권’ 침해받아 강제송환 위기 처한 난민신청자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 인근에서 열린 2018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난민을 환영합니다 대형 글씨 피켓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 인근에서 열린 2018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난민을 환영합니다 대형 글씨 피켓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난민 보호의 초석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다. 이는 국경에 도착해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에게도 적용된다. 현행 난민법 제6조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국항에서 하는 신청’을 별도로 규정한다. 국경에서의 강제송환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출입국항에 표류된 난민신청자들은 ‘국경 관리’를 이유로 이미 국내로 들어와 있는 난민신청자들과 비교했을 때 절차·처우에서 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변호사 접견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자들은 난민 인정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구제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난민신청자들과 달리, 이들은 심사를 받기 위한 자격이 있는지, 즉 회부 심사를 먼저 거치게 된다.

‘회부’ 결정을 받은 이들은 입국해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불회부’ 결정을 받은 이들은 입국이 거부돼 강제송환의 위기에 처한다. 심사조차 받지 못한 이들에게 별도의 이의 절차 규정은 없다. 오직 소송을 통해서만 구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자들의 소송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불회부 결정에 불복한 난민신청자들은 입국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변호사 조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변호사 접견권은 이들에게 유일한 생명줄이다. 하지만 이들이 변호사와의 접견 직전에 강제송환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지난 10일 서울지방변회 주최로 열린 ‘출입국항에서의 변호사 접견권 침해에 대한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김연주 변호사는 “최근에 발견된 경향은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린 경우, 변호사를 만날 기회도 차단하고 신속하게 송환을 지시·감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이 내려진 후 당사자가 변호사 접견을 요청하면, 변호사가 송환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변호인 접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강제송환 시도가 없도록 했음에도 접견 전 당사자들이 송환되는 사례들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출입국 또는 항공사 측은 당사자의 자발적인 출국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호사 조력을 요청하고 접견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출국은 누구든 비자발적 출국이었음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출국 이후 연락이 닿은 난민신청자들로부터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력이 동원돼 송환됐다는 진술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덧붙였다. 그는 “제주공항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변호인 접견도 성공한 적 없다”라며 “인천공항 역시 몇 차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라고 강조했다.

출입국항 난민신청자의 변호인 접견권은 지난해 5월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기본권이다. 헌재는 불회부 결정을 받고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난민신청자의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2조 제4항에 의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행정청은 이 같은 기본권을 제한할 때 형식과 실질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현재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변호인 접견 절차는 수립돼 있지만,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이일 변호사는 지적했다. ▲변호인 접견권의 존재에 대한 사전 고지 ▲접견 신청할 수 있는 변호사의 연락처 게시와 연락수단 제공 ▲대화 내용의 비밀이 보장되는 독립된 공간 ▲변호인 접견 신청 후 자진 출국 형태로의 송환 금지 등이다.

또 이 변호사는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난민 모두에게 변호인 접견권이 인정되고, 이에 관한 제한은 법률이 아닌 한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당국의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변호인 접견권에 대한 근거를 법률에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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