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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외무기 구매 지급액은 ‘비공개’... 국방부, 통계자료도 없어
방위사업청이 2018 통계연보에서 공개한 해외무기 계약 현황 도표.
방위사업청이 2018 통계연보에서 공개한 해외무기 계약 현황 도표.ⓒ방사청 통계연보 캡처

우리나라는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해외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무기 비용으로 지급하는 액수는 얼마일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국방부는 외국에 실제 지급된 구매 금액을 비공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계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공개에 따른 국민 혈세 낭비 우려와 함께 통계자료조차 작성하지 않는 등 관리 부실의 책임 소재를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무기 조달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018년도 방위사업 통계연보’에서 ‘국외구매 무기도입 현황’을 공개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통계는 매년 실제로 지급되는 금액이 아니라, 그해 계약이 이뤄진 ‘계약 금액’ 현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방사청은 통계연보에서 “2014년도에는 F-X, KF-16 성능개량 등의 대형사업의 추진으로 구매(계약) 금액이 급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방사청도 괄호를 사용해 표기했듯이, 실제로 2014년도에 구매에 집행된 금액이 아니라 계약한 금액일 뿐이다.

13일 한국 평택 오산 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미 공군 B-1B 폭격기(가운데)와 호위비행에 나선 한국 공군의 F-15K
13일 한국 평택 오산 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미 공군 B-1B 폭격기(가운데)와 호위비행에 나선 한국 공군의 F-15Kⓒ뉴시스

실제로 대형 해외무기 구매사업은 건당 거의 수천억 원에 달해 그해 계약이 이뤄져도 추후 매년 예산에 반영해 집행되고 있다. 또 실제 도입과 구매 금액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계약 금액보다 훨씬 더 높게 지급되기도 한다.

특히, 미국산 무기구매 방식의 주를 이루는 해외군사판매(FMS) 방식의 무기구매의 경우에도 구매 승인 당시에 잡힌 금액은 계약 금액일 뿐이고, 추후 실제 도입과 정산 과정에서 수시로 금액이 변한다. 따라서 실제 무기구매 금액 공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방사청은 매년 이러한 실제 해외무기 구매 집행 금액이나 특히, 나라별 지급 금액에 관해서는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관해 방사청 관계자는 기자가 취재를 시작하자 “매년 집행한 실제 구매 금액 통계 관리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실제로 국민 세금 얼마가 해외무기 구매에 사용되는지 공개하지도 않고, 통계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전산에는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지적에 “통계 관리가 안 된 것 같다”면서 “전산에는 당연히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또 실제 해외무기 구매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그 대신 해외무기 대금 지급을 위한 ‘외화 매입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각 나라별로 집계를 하는 것이 복잡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꼼수 답변을 내놨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자가 “외화 매입 현황도 각 나라별로 지급한 금액을 매년 평균 환율로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금액을 통계한 자료인데, 각 나라별 실제 지급 금액의 통계가 어렵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에는 더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방사청, ‘꼼수 답변’... 국방부는 ‘묵묵부답’

일례로 방사청은 2018 통계연보 ‘외화매입 현황’에서 2017년에 3,317억 달러(한화 3조8144억 원) 상당의 외화를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방사청이 통계연보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달러나 유로화 등 각국에 지급할 각종 외화를 구매한 금액을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2018 통계연보에서 공개한 외화매입 현황 자료
방위사업청이 2018 통계연보에서 공개한 외화매입 현황 자료ⓒ방사청 통계연보 캡처

이는 대략 2017년에는 달러화로 환산한 이 금액이 해외무기 구매에 사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실제 지급 금액이 아니라 외화 매입 규모일 뿐이다. 각 나라별 외화 매입 규모도 달러로 환산해서 통계자료를 내놓고 있는 마당에 실제 지급 금액만 유일하게 통계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만 더할 뿐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자가 “전산에서 간단히 확인해 통계를 낼 수 있는 해외무기 실제 대금 지급 현황과 각 나라별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추후 관련 논의를 통해 통계에 반영돼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미국산 해상 요격미사일인 SM-3가 이지스함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는 장면.
미국산 해상 요격미사일인 SM-3가 이지스함에서 시험 발사되고 있는 장면.ⓒ미 미사일방어국(MDA) 공개 사진

이에 관해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소속 김종대 국회의원은 23일 “방사청이 실제 해외무기 구매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황당한 행위”라면서 “국회에서도 예산 승인뿐만 아니라 추후 실제 사용과 지급 부분에 대한 감사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참고로 올해 예산 통과 과정에서도 국방부가 과거에 미지급한 계약 금액 등을 이유로 상당한 금액이 해외무기 구매 대금으로 승인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도 국민 혈세의 실제 사용에 관해 통계도 안 낸다는 것은 심각한 문책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기자는 24일에도 국방부 공보실을 통해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아직 국방부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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