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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어머니께 손편지 쓰는 청년들, “저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데요...”

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희생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에게 김씨 또래의 청년들의 공개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고 49일 되도록 아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어머니께 ‘저희가 용균이가 되겠다’는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청년노동자단체 ‘청년전태일’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용균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어머니께 드리는 공개편지를 쓴다고 밝혔다.

첫날 공개된 손편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서원도씨의 편지였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 김용균씨 어머니께 쓴 손편지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 김용균씨 어머니께 쓴 손편지ⓒ청년전태일

어머니께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요.
처음 고인의 일을 기사로 접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저 역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라 고인의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3m 철 파이프에 회사에서 지급한 나이롱 안전고리에 목숨을 걸고 한발 한발 조심히 움직이며 일을 하니까요. 어쩌다 파이프가 흔들거리기라도 할 때면 가슴이 놀라 쉽게 진정되지가 않아요. 그래도 작업 일정을 맞춰야 하니까 참아가며 일을 합니다. 아마 고인께서도 저와 같은 심정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하루 일을 마치면 배가 몹시 고파요.
지금처럼 추운 날이면 따뜻한 밥과 김치찌개 하나 시켜 먹는 게 낙인데... 그러기도 쉽지 않아서 간편하게 편의점에 가서 샌드위치로 허기진 배를 달랩니다. 어머니, 저는요 김용균님이 너무 불쌍하고 가슴이 아파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세상은 너무 일찍 빼앗아 갔으니까요.

저한테 엄마가 있다면 회사 욕도 하고 투정도 부리며 맛있는 거 해달라고 조르기라도 할 텐데 그러질 못하네요. 기사를 보니 착한 아들이어서 투정도 부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바람이 불어요. 그 바람 같이 맞아요 우리.

2019.1.23 서원도 올림

발전소에서 일한다는 김경원씨는 편지에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돌아보고 나서 처음엔 신입이었던 아이를 그 위험한 곳에 혼자 보낸 동료 선후배들을 미워했다가, 그 다음엔 안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 용균이 소속 회사에 분노 했다가, 그 다음엔 작업 환경을 안전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원청, 마지막에는 결국 제 분노가 향해야 할 대상은 이 구조를 만든 정부이고, 이윤 중심의 사회가 만든 비극이라는 것을 인지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저 또한 용균이의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 또한 같은 위험 속에서 일 하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구요”라며 “그래서요. 이번 사고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로 함께 하려해요”라고 썼다.

김용균씨 어머니께 쓴 청년의 손편지
김용균씨 어머니께 쓴 청년의 손편지ⓒ청년전태일

‘어머니에게 소소하게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인주씨는 “이 곳 광화문광장의 농성장은 시시때때로 지나가는 차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리고요”라며 “저마다의 삶으로 바쁜 사람들의 한가운데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얕게나마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말씀 드립니다”라고 썼다.

손편지쓰기는 광화문광장에 김용균씨 분향소와 함께 설치된 농성장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청년전태일 회원들을 중심으로 청년노동자들이 김용균씨 어머니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김재근 청년전태일 대표는 “유족으로서 어머니가 투쟁을 결심하고 하시기가 쉽지 않은데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이 추모제도 열고 찾아뵈면서 ‘저희가 용균이가 될게요’라고 약속 드렸는데, 힘을 드릴 방법을 찾다 손편지를 쓰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전태일 측은 매일 김용균씨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하고 있다. 아울러 직접 농성장을 찾기 어려운 청년들은 이메일(youthtaeil@gmail.com)로 편지를 보내면 출력해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reporter 고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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