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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기구 참가’ 결정 앞둔 민주노총, 찬반 의견 팽팽

민주노총이 28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민주노총은 물론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노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아레나홀에서 정기 대회원대회를 연다. 정기 대의원대회는 1년에 한번 사업계획 등을 심의 의결하는 민주노총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조합원 500명당 1명꼴로 배정되는 대의원은 총 1274명으로, 촛불혁명 이후 조합원이 급증함에 따라 대의원도 창립 이래 가장 많아졌다. 대의원 638명이상 참가하면 회의가 성립된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지난해 사업평가와 결산,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 등이 다뤄진다. 최대쟁점은 역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건이다.

경사노위는 정부와 노동계, 사용자측이 모두 참여하는 이른바 사회적 대화기구이다. 경사노위의 전신이라 할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을 도입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부의 우려와 반발에도 IMF 경제위기 국면에 떠밀려 합의에 서명했으나 결국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정부는 합의를 일방적으로 입법했고 이듬해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사회적 대화가 다시 민주노총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한 것은 정치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 쌍용차 진압과 KTX 분리민영화 과정에서의 민주노총 침탈로 상징되듯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민주노총과 노동계를 박멸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집회시위와 총파업, 민중총궐기로 맞섰고 결국 촛불혁명의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을 반기며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1.25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 면담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을 반기며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1.25ⓒ사진 = 청와대

박근혜 탄핵과 정권교체가 이뤄지던 2018년 1월 민주노총 역시 새로운 김명환 집행부가 들어섰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정부에 요구했고,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계와의 상설적 대화 창구가 절실했다. 세 차례의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거쳐 지난해 6월 경사노위가 새롭게 출범했고 금속노조 창립 주역으로 불리는 문성현 위원장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양대노총 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가진 것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노동계를 향해 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면담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김용균씨 사건 등 7대 현안 해결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대통령과 민주노총, 산별연맹 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열린 토론회를 2월 중에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민주노총, 문 대통령에 노동현안 해결 촉구...‘열린토론회’ 제안

“사회적 대화에 적극 참여해 교섭과 투쟁 병행해야”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폐기하고 재벌에 기울어져”

그러나 19년만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두고 민주노총 내부는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선거 과정과 취임 이후 줄곧 사회적 대화(교섭)와 투쟁의 병행을 주장해왔다. 올해 계획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끌고, 주요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명시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사노위를 싸우는 장이라고 한다면, 링 밖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기 보단 링 안에서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우리사회 변혁의 한가운데 있기에 ‘못한다’가 아니라,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용기를 가져도 될 때”라면서 “자신감과 저력을 발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인터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빅딜 막기 위해서라도 경사노위 참여해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그러나 민주노총 내 주요 의견그룹 등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경사노위 참여에도 부정적인 입장이 적지 않다. 경사노위 참여에 부정적인 활동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촛불정신과 대선공약에서 이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와 산입범위 확대,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꼼수’ 추진(자회사 직고용),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시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이 이런 비판의 근거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11월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노총이 더 이상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이 여권에서 이어지면서 감정도 상했다. 검찰이 최근 청와대 앞 불법시위 혐의로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주노총에 대해 ‘암적 존재’ 운운하는 표현을 담은 것도 반감을 샀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을 폐기하고 친재벌로 기울었다는 비난도 쏟아내고 있다.

또한 25일 제출된 경사노위 사용자측 추천 공익위원들의 노동관계법 개정초안도 ILO 협약 등 국제기준은 물론 현행법률에도 못 미치는 개악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경사노위 노조법 개정 ‘공익위원안’에 경악한 노동계 “노조할 생각 말라는 것”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 문성현 위원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제공 : 뉴시스

늘어난 대의원, 높은 참여 열기
현장 토론에서 최종 결론날 가능성 높아

그러나 정부 정책과 국회 입법이 노동환경과 처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대화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직노동자 외에 절대다수의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를 위해 민주노총이 적극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 6월까지 ILO 핵심협약을 국회 비준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상반기 노동관계법이 큰 폭으로 개정될 예정이고 이 논의를 경사노위에서 주관하는 구조여서 방관만 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27일 “이전 정권에서의 노사정 대화 과정에 대한 우려가 (민주노총 안에) 있다”면서도 “현장에서는 경사노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대의원대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노위 사측 추천 공익위원들의 노동법 개악안’과 관련해서도 김 대변인은 “공익위원들이 다 모이지도 못했고 당연히 공익위원의 안도 아니다”면서 “노동계 안도 있을 것이고 여러 안이 나오겠지만, 경사노위 구조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런 논란이 일수록 민주노총이 적극 논의에 참여해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일부 활동가들이 대회장 앞에서 경사노위 참여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있지만 2005년과 같은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많다. 김형석 대변인은 27일 현재 참가 예상인원이 1000명을 넘었다면서 대의원들의 참가 의지가 매우 뜨겁다고 밝혔다. 유난히 새로 늘어난 대의원 숫자가 많은 만큼 최종 결론은 현장에서의 토론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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