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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이제 그만 헤어져]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고 하면 북한 찬양이라고?
TV조선은 박근혜 정권 시절 황선 평화포럼 대표와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낙인 찍었다.
TV조선은 박근혜 정권 시절 황선 평화포럼 대표와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통일토크콘서트를 종북콘서트로 낙인 찍었다.ⓒTV조선 캡쳐

통일토크콘서트 개최 신은미 선생님은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미국시민권자로서 미국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수차례 여행했다. 신은미 선생님은 방북 경험이 있는 황선 평화포럼 대표와 2014년 11월에 서울 조계사에서 통일토크콘서트를 진행하였다. 이들은 남북한의 민족적 동질성에 대한 주제를 남북한의 먹거리를 중심으로 재미나게 풀어냈고, 북한에 대한 과도한 ‘악마화’를 경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남북간에 민족적 동질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메시지였다.

조작된 여론에 의한 구속, 추방 TV조선은 통일토크콘서트의 대화 내용에 붉은 덧칠을 해서 허위보도를 했고,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들은 신은미·황선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아 냈는지 벌떼처럼 몰려들어서 물리적으로 위협했다. 그들은 신은미·황선에 대한 혐오감과 적대감을 부추겼다. 급기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북콘서트’ 운운하며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였다. 그 직후 강도 높은 수사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법무부는 신은미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추방하였고, 검찰은 황선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기소하였다. 젼형적인 종북몰이에 의한 추방·구속이었다.

검찰의 공소제기와 무죄 선고 공소장에는 ‘대동강맥주가 맛있다’, ‘대동강 물이 깨끗하다’, ‘평양에 고급식당, 놀이동산이 있다’, ‘핸드폰이 250만명을 넘어 어린아이들도 평양에서는 문자를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의 발언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로 기재되어 있었다. 보고 느낀대로 말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야만의 세월이었다. 다행히 법원은 통일토크콘서트 발언에 대해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신은미·황선에게 씌워진 ‘종북’이라는 낙인은 아직도 그대로다.

종북몰이에 취약한 사회, 그것을 이용하는 권력 북한을 ‘거지국가’, ‘악마국가’로 폄훼하면 애국인사가 되고, ‘북한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말하면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었다. 분단과 냉전에 터잡아 기득권을 유지하온 냉전세력은 끊임없이 북한에 대한 반감과 혐오감을 조장하여 합리적·이성적 사고를 위축시켰다. 국가보안법은 그 제도적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나름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조차 언론의 대대적인 종북몰이에 영향을 받았다. 필자 역시 그 사건을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신은미·황선을 ‘종북마녀’로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언론권력과 정치권력의 합동 종북공세의 위세는 정말 대단했다.

황선 대표와 신은미 선생이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으로 낙인 찍는 보수 언론·정치권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황선 대표와 신은미 선생이 통일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으로 낙인 찍는 보수 언론·정치권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김철수 기자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국가보안법의 불명확성 처벌되는 행위와 처벌되지 않는 행위가 구분이 되지 않으면 행위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형벌조항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제7조는 너무나 불명확하다. 북한에 대한 일체의 우호적인 언행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은 자기검열을 강요하여 표현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사고를 위축시킨다.

국가보안법은 ‘행위자형법’으로의 퇴행 황선은 대학생 시절 당국 허가 없이 휴전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검찰은 황선의 처벌전력을 근거로 ‘황선이 했으니 종북행위’라는 관념에서 출발했다. 이후 황선은 줄곧 합법적·대중적·공개적인 활동을 했음에도 검찰이 보기에는 황선이 하는 활동들은 모두 이적행위였다. 오히려 ‘합법성을 가장해서 더욱 위험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행위형법은 근대형법의 기본이다. 국가보안법은 ‘행위형법’에서 ‘행위자형법’으로의 퇴행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국가보안법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요체다. 국가보안법은 정권에 대한 비판이나 정부정책에 반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이적’이라는 굴레를 씌워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되어 왔다. 남북 간의 화해와 교류를 지향하는 민간의 통일토크콘서트를 이적행위라며 추방하고 구속시키는 사회를 자유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고 파괴하는 위헌법률이다. 국가보안법 적용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친일파들이 해방공간에서 독립운동 출신 인사를 ‘빨갱이’라고 공격하며 애국자 행세를 했던 역사가 오버랩된다.

국가보안법과 이제 그만 헤어질 때 유력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변화된 북한의 현실을 취재하고 방영하고 있다. 어느 재미동포의 북한여행기를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짓밟은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평화시대의 자연스러운 행위를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단죄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국가보안법을 하루 속히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김종귀 변호사(법무법인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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