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김복동 할머니 빈소 찾은 길원옥 할머니 “이렇게 빨리가시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여성인권·평화운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그토록 원하던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하고 28일 밤 세상을 떠났다.

29일 오후, 오랜 시간 김 할머니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길원옥(89) 할머니가 빈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 줄곧 함께 싸워왔고, 2010년부터 한 쉼터에서 생활해왔다. 길 할머니는 조문 내내 침통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29일 오후 2시 34분 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지하2층에 마련된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방문했다. 거동이 불편한 길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빈소로 향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빈소에 들어올 수 있게 길 할머니의 신발을 벗겨드렸고,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팔을 부축했다. 길 할머니는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내용의 팸플릿. 2019,01.29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내용의 팸플릿. 2019,01.29ⓒ민중의소리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내용의 팸플릿. 2019.01.29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내용의 팸플릿. 2019.01.29ⓒ민중의소리

'하고 싶은 말씀 하시라'는 윤 이사장의 말에도 길 할머니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를 반복했다. 이후엔 장갑 낀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다시 김복동 할머니의 사진을 지긋이 바라봤다. 길 할머니는 약 5분 동안 김복동 할머니의 영면을 빌었다. 이후 천천히 일어나 부축을 받고 빈소 옆 휴게실로 이동했다.

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은 상심하신 길 할머니께 '김 할머니가 편안히 가셨다'고 전했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 보시니 어떠시냐'고 묻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이렇게 빨리 가시네"하고 답했다.

빈소에는 시민들을 위해 김복동 할머니의 약전과 그간의 활동 내역이 담긴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었다. 팸플릿에는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와 함께 활동했던 사진도 실렸다.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길 할머니에게 팸플릿에 실린, 파리와 비엔나에 다녀 온 사진을 보여주며 '예쁘게 잘 나온 거 같냐'고 물었지만, 길 할머니는 답없이 사진만 응시했다.

그리고는 팸플릿에 있는 문구를 따라 읽었다.

"뚜벅뚜벅 걸으신 평화인권운동의 길,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고 김복동, 평화를 위한, 한 영웅의 발걸음"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조문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조문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오후 3시 52분 경 또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빈소를 찾았다.

이 할머니 역시 부축을 받으며 빈소로 걸어갔다. 이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영정을 보자마자 "수요일날 봤잖아. 고개 끄덕끄덕 했잖아. 근데 왜 가"라며 슬퍼했다. 이어 "다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먼저 간 할머니들이랑 만나서 거기서도 열심히..."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저 아베, 자기 죄도 모르고"라며 "같이 사죄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너무 서러워요. (우리가) 얼마나 외쳤어요. 27년이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요. 아무 죄도 없어요"라며 슬퍼하고, "저 하늘나라 가서 아픈 데 없이 훨훨 날아가서 우리 도와주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또 "너무 서러워. 끝까지 싸울 거에요. 끝까지 싸워서 이길 거에요. 훗날에 내가 다 전해드릴게요. 고이 잠드시고 잘 가세요. 잘 가세요" 거듭 인사했다. 이후 이 할머니는 분향을 하고 빈소를 나섰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한편, 이날 빈소엔 김복동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온 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선정국제관광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예은(19) 양은 학교 개학식이 끝나자마자 일본군 '위안부'를 기억하는 교내 동아리 GRG(Girls Remember Girls) 친구들 5명과 함께 빈소를 방문했다.

최 양은 "이런 소식 듣기 전에 못 찾아뵌게 죄송해서, 이렇게라도 오게 됐다"며 "위안부 할머니 분들이 몇 분 안 남으셨는데 한시라도 빨리 일본한테 사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양아라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