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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유튜버가 된 대한항공 승무원들 “제2의 김용균 막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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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말 그대로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1인 크리에이터를 일컫는 말이다. 먹방 등 다양한 분야의 1인 크리에이터들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명 연예인들까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유튜버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말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지만, 노동 분야를 다룬 콘텐츠는 드물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새로 채널을 만들고 ‘유튜버’에 도전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소속의 편선화 여성부장(37)과 정지은 후생복지부장(33)이다.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채널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구성원들은 늘 자신감과 열정이 넘친다. 편선화 여성부장에게 왜 유튜버가 됐는지 이유를 물었다.

유튜버가 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의 정지은 후생복지부장(왼쪽)과 편선화 여성부장(오른쪽)
유튜버가 된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의 정지은 후생복지부장(왼쪽)과 편선화 여성부장(오른쪽)ⓒ민중의소리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생기고 우리 주장을 알릴 ‘스피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유튜브는 누구나 원하면 접속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유튜브를 직접 해보는 게 좋겠다고 노조에 의견을 냈어요. 이런건 처음 의견 낸 사람이 해야 하잖아요. 노조에서 이미 여성부장을 맡은 것도 있어서 또 뭘 맡기가 부담스러웠지만 저 말고 할 사람이 없어 보여서 맡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직원연대지부가 나아갈 길, 승무원들이 늘 노출된 우주방사선의 위험성 등에 대한 영상들을 올렸다. 영상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반응도 좋고 일반인 구독자들도 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투사’가 되기엔 너무 평범했던 그들

애초에 반골 기질을 가지고 회사에 반항하던 사람들도 아니었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만 열심히 하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회사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되었을까?

2002년 승무원으로 대한항공에 입사한 편선화 여성부장은 천성적으로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개근할 정도로 모범생이었고 회사에서도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다.

“제가 원래 이거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는 사람이었고 신입 때부터 매뉴얼대로 하는 팀장님들과 일을 많이 해서 규정대로만 일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하면 안 되는 거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절대 ‘덤빌 테면 덤벼봐’ 이런 사람은 아니었어요.”

신입사원 때부터 승객들에게 서비스도 성심성의껏 제공하고 회사에서 지시한 대로 기내 면세품 판매도 했다. 판매 후 정산할 때 ‘쇼트(정산오차금액·Shortage이 준말)’가 발생하면 다른 승무원들과 n분의 1로 각출해서 오차를 메웠고 나중에 승객들이 구매한 면세품이 잘못됐다고 따지면 죄송하다며 사비로 환불해줄 정도로 회사에 충성을 다했다.

“회사가 원래 보수적이긴 해도 해외 한번 나가면 이틀 정도 여유가 있어서 관광도 할 여유도 있고 좋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머무를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고 탑승객 대비 승무원 숫자를 줄이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300명이 타는 B747 기종의 이코노미 클래스에만 승무원 9명이 탔는데 100명이 타면 6명까지 줄어들었어요. 승객이 적으면 여유가 있으니 신입들은 이런 때 새로운 업무를 배울 수 있어요. 헌데 승무원이 줄어드니 업무 숙련도를 쌓기가 어렵고 덩달아 서비스와 안전의 질도 같이 떨어지게 됐죠.”

“회사는 어렵다고 비용절감이 필요하다고 인원을 줄여도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어요. 회사가 직원들을 열정페이로 부려먹는데도 그때는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믿음은 얼마 못 가서 깨졌다. 지난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이 터진데 이어 지난해 3월 한진그룹 일가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이 터졌다. 게다가 이들은 거액의 사치품을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부터 직원들이 대한항공 총수 퇴진집회를 열었어요.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울분이 터진거죠. 밖에서는 집회하는데 회사에서는 계속 ‘우리 직원들이 아니다’ 라고 해요. 회사 밖에선 정말 난리인데 회사 안은 너무 조용한 거예요. 너무 숨이 막히고 갑갑했는데 그때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가 생겨서 바로 가입했습니다.”

“겁도 많이 났습니다. 이 회사 오래 다니고 싶은데 노조 가입했다가 잘못될 거 같아서요. 그런데 힘들어하는 후배들 보면서 미안했고 제 아이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순 없었어요. 얘도 크면 노동자가 될 거고 지금처럼 놔두면 더 나빠질 텐데 그걸 물려줄 순 없잖아요. 이 세상이 더 나아져야 하는데 제2, 제3의 김용균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 입사한 정지은 후생복지부장도 편선화 부장과 비슷한 케이스다. 초등학생 때 아파도 절대로 보건실 한번 안 가고 수업을 다 들었던 모범생이었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높은 사람들을 어려워하긴 했어도 위에서 지시받은 일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승무원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지은 부장이 변하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숨 막힐 것 같은 업무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생리휴가 등으로 인해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었다.

“일했으면 당연히 쉴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 써서 너무 불만이 많았습니다. 저 혼자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참고 다녔는데 대한항공 총수 퇴진집회가 열리는 거예요.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하필 집회 때마다 운항 스케줄이 있어서 참석을 못 했죠.”

“집회는 계속 열리고 있었는데 조금씩 이슈가 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뭐랄까 불씨가 점점 더 작아져서 이대로는 꺼질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꼭 저 불씨를 살려야 한다’ 라는 생각에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직원연대지부에 가입했어요. 그리고 제가 늘 꽂혀있던 것은 휴가여서 바로 후생복지부장 맡았죠. (웃음)”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유튜브에 나온 (왼쪽부터) 편선화 여성부장 송민섭 부지부장, 박창진 지부장, 정지은 후생복지부장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유튜브에 나온 (왼쪽부터) 편선화 여성부장 송민섭 부지부장, 박창진 지부장, 정지은 후생복지부장ⓒ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유튜브 캡처

지난 7월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발기인대회를 열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조합원 중에는 기존의 한국노총 소속 일반노조에 속해 있던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의 탈퇴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진통을 겪었다.

정지은 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직원연대지부는 아직 서류상으로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탈퇴처리를 위해 일반노조에 명단을 보냈다. 그러나 일반노조는 직원연대지부 조합원들 동의도 구하지 않고 명단 전체를 일반노조 홈페이지에 올렸다는게 정 부장의 설명이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알고 두려운 마음에 직원연대지부를 탈퇴하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정지은 부장의 경우 같이 들어왔던 팀원들이 모두 나가서 괴로워하기도 했다.

“그전에도 몇 명이 나가긴 했었습니다. 이번에 나갔던 친구들은 저와 함께 버텨준 친구들이라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었죠. 그 아이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괴로웠어요.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연락을 해도 되나 고민하다 나중에 연락을 해봤는데 겁이 나서 나갔고 상황이 좀 나아지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한마디가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일반노조는) 우리 조합원들 탈퇴처리를 안 해주다가 최근 ‘회사가 고용안정을 흔드는 등의 상황이 올 때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함을 알고 서약한다’, ‘노조 주도의 후생복지 정책 개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약한다’ 등 협박성 문구가 담긴 탈퇴서약서를 보내기까지 했어요.”

대한항공은 직원들에게 2015~2016년 사이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약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직원 3000명에게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다. 정지은 부장은 생리휴가 얻는 절차도 간소화되는 등 소소한 성과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차수당이랑 휴가 안 준 것 때문에 기사 나갔고 남부지청에서 실사도 왔었어요. 우리 직원연대지부의 성과 중 하나죠. 그리고 생리휴가도 한번 쓰려면 정말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간소화됐어요. 장거리 비행 때 승무원 전용 벙커에서 잠깐씩 눈 붙일 때 이코노미 클래스 베개 썼는데 이제는 비싼 퍼스트 클래스 베개 쓸 수 있어요.”

한발한발 유튜버의 길을 걷다

유튜버이지만 사실 이들은 유튜브나 영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다른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들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편집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다. 정지은 부장은 노조일 하랴 승무원일 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지만 노트북까지 새로 사는 열의를 보여줬다.

“사실 영상을 찍고 나서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아는 분에게 부탁드려서 하고 있어요. 당장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해서 노트북을 아예 새로 사서 배우는 중입니다. 배워보니 생각보다 어렵진 않아서 금방 해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유튜버가 되었으니 해보고 싶은 것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편선화 부장에게 해보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었다.

“저희가 앞으로 할 수있는 게 무궁무진하잖습니까. 노동자의 권리라든가 바뀐 근로기준법 등 상식적인 것들을 설명해주는 콘텐츠가 없어요. 너무 당연한 건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이런 거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구독자 수도 많아지면 사회적으로 유명하신 분들 모시고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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