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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국가에게 ‘첫 월급’ 가압류 당한 쌍용차 복직노동자들
쌍용자동차 복직노동자 급여명세서에 적힌 법정채무금 공제
쌍용자동차 복직노동자 급여명세서에 적힌 법정채무금 공제ⓒ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폭력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년 만에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첫 월급이 경찰이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소송의 가압류 집행으로 빠져나갔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국가손배철회 범국민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월31일 사회적 대화의 결과로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 중 일부의 첫 급여가 설 명절을 앞두고 ‘법정 채무금’ 명목으로 압류됐다”고 밝혔다.

이번 가압류집행은 경찰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소송(이하, 국가손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는 “손배가압류를 취하하라”고 경찰 측에 권고한 바 있다. 그해 말 청와대도 국가손배 철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잡혀있던 가압류가 풀리기는커녕 되려 10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의 첫 월급이 설 명절을 앞두고 압류된 것이다.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국가 손해배상 가압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이번 뿐만 아니라 복직된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는 꾸준히 진행돼 왔다.

2009년 쌍용차 옥쇄파업과 관련해, 경찰은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3 건에 거쳐 청구했다. 강제진압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크레인과 헬기 등 경찰장비를 파손했다는 명목이다.

2013년 1심에서 경찰은 16억8천만원을 청구했고, 법원은 14억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6년 진행된 2심에선 보다 감축된 11억676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현재 이 건은 노동조합과 경찰 양측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또한 2심 판결 이후 매일 62만원 상당의 지연이자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손배 청구에 따른 가압류는 67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됐다. 처음엔 조합원의 임금 및 퇴직금에 대해 1천만원씩 6억7천만원, 그리고 인당 부동산 압류 1천만원씩 2억2천만원, 해서 총 8억9천만원을 앗아갔다. 2심 재판에서 손배금액이 줄자 가압류 중 일부가 풀렸지만, 2019년 현재까지 남아있는 가압류 금액은 39명의 노동자 임금 및 퇴직금과 부동산 압류를 합쳐 총 4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채무자 39명 중 27명이 복직한 상태다. 그 중 3명의 가압류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희망퇴직자를 포함한 미복직 채무자 12명이 복직할 시엔 총 4천여만원의 가압류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가압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 30명이 세상을 등졌다. 가장 최근엔 故 김주중 씨가 퇴직금과 부동산 압류 등에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도 국가손배소송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복직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 임금가압류 규탄 기자회견'에서 임금가압류 당사자인 김정욱(왼쪽 다섯번째) 씨가 가압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날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국가손배철회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주최 측은 10년 만에 복직한 노동자의 첫 임금마저 빼앗는 경찰, 국가손배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주장하며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고 말했다. 2019.01.30.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쌍용차복직노동자에 대한 국가손배 임금가압류 규탄 기자회견'에서 임금가압류 당사자인 김정욱(왼쪽 다섯번째) 씨가 가압류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이날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국가손배철회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주최 측은 10년 만에 복직한 노동자의 첫 임금마저 빼앗는 경찰, 국가손배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주장하며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권고를 즉각 이행하라고 말했다. 2019.01.30.ⓒ뉴시스

“첫 월급 날, 가족과 외식 한번 해보고 싶었다”

쌍용자동차 복직노동자 김정욱 씨는 지난해 12월31일 복직하면서 가졌던 희망을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그래도 복직했으니 좀 생활이 나아지겠지’ 생각했고, 급여를 받는 날 함께 외식하기로 날을 잡았습니다. 또 급여를 받으면 10년 간 저희를 돌봐줬던 분들에게 조금씩 고마움을 표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5일, 급여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했다. 2009년 국가손배 가압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임금 중 50%가 가압류된다는 통보였다. 그래도 곧 문제가 해결되겠지 기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급여가 지급되는 날, 그는 “차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조퇴를 하고 참석했다는 김정욱 씨는 “더 이상 경찰과 정부가 복직한 노동자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또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2009년 진압이 국가폭력이었고, 손배를 철회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다”며 “이제는 이 잘못된 국가손배가압류를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장석우 변호사는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노동조합과 그 지도부 개개인에게 거액의 손배를 청구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당시 대테러장비를 동원한 진압자체가 경찰직무집행법 등 내부지침을 위반한 위법”이라며 “이는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해야 할 사안이지, 노동자들이 (돈을) 물어야 할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 변호사는 “대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위법한 상황을 멈춰야 한다”며 “이는 단지 손해를 보상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다. 노조에만 청구해도 될 손배를 해고노동자 개개인에게 청구한 것은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쌍용자동차지부 측은 경찰청 법무과와 면담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복직한 노동자들의 가압류를 풀어달라는 의견서를 이달 초중순 쯤에 검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수행처라서 당사자인 검찰과 법무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검찰 쪽에서 내부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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