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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국가배상 사건서 ‘소멸시효’보다 ‘배상책임’ 강조한 대법원
대법원
대법원ⓒ민중의소리

과거사 사건 피해자에 대해 국가는 재심 무죄 확정을 기점으로 5년까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일반적인 시효 규정과 다르게 적용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군사독재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정 모 씨와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정 씨는 1981년 버스에서 ‘이북은 하나라도 공평히 나눠 먹기 때문에 빵 걱정은 없다’고 말한 혐의로 강제 연행돼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조사를 받고,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20여 년 뒤 정 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4년 5월 “경찰이 불법감금·고문한 사실이 인정되고, 정 씨의 발언만으로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정 씨 등은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5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하는데, 경찰이 정 씨를 불법 체포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후에 소송을 제기해 청구권이 소멸했다”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기 전까지 배상을 청구하는 데 장애 사유가 있었고, 그 원인을 국가가 제공한 만큼 국가가 소멸시효 만료를 주장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불법 구금이나 고문을 당하고 유죄 확정판결까지 받은 경우에는 재심 절차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가배상 책임을 청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결했다.

이어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라며 “정 씨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장애가 없었다며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인 원심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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