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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마이 보니까 시가 천지삐까리다”… 할머니의 삶과 통하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영화 ‘칠곡 가시나들’ⓒ스틸컷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보기 전에 영화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쓸쓸함이었다. 외로운 노년의 삶과 파란만장하게 흘러온 지난 세월과 감동을 떠올렸다. 하지만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것들을 담고 있었다. 쓸쓸함이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이 느껴졌고, 외로운 노년이 아니라 재미있게 나이 들어가는 할머니들의 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재미있었다. 칠곡 할머니들의 재미난 일상을 따라 가다보면 할머니들의 삶과 시간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김재환 감독의 신작이다. 김재환 감독은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의 본질을 파헤친 ‘트루맛쇼’(2011), MB라는 거울로 유권자들의 탐욕을 비춰준 ‘MB의 추억’(2012), 예수의 몸이 되어야할 교회가 장사의 소굴이 된 것을 비판한 ‘쿼바디스’(2014), 보수로 대변되는 산업화세대와 진보의 기치를 내건 촛불세대와의 불가능해 보이는 대화를 시도한 ‘미스 프레지던트’(2017)까지 대한민국의 각종 문제적 지점을 파헤쳐온 다큐 감독이다. 김재환 감독은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인생 팔십 줄에 한글과 사랑에 빠진 칠곡의 할머니들이 매일매일 일용할 설렘을 발견하면서 새롭게 뭔가를 표현하기 시작하고 오지게 재밌게 나이들어가는 그런 멋진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팔십에 접어들어서야 한글을 배우게 된 할머니들의 이야기엔 식민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다. 칠곡의 할머니들 가운데엔 소학교를 몇 년 다닌 할머니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배우는 한글을 왜 몇 년 씩이나 다닌 그들이 알지 못하는 것일까? 일제가 1938년 학교에서 한글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기에 소학교를 다닌 그들은 한글을 전혀 배우지 못했고, 지금도 구구단을 일본어로 외우는 할머니들도 있다고 한다. 김재환 감독은 그런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슬픈 모습으로 전하지 않는다. 할머니들은 절대 자신의 삶의 시간을 우울하게 회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깝죠. 우리말을 배우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딱 이분들은 학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생 우체국이란 곳을 단 한 번도 들어가본적이 없는 할머니도 있다. 왜냐면 ‘주소도 쓸 줄 모르는 게 왜 왔냐’ 이럴까 봐 못 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할머니들은 그걸 슬프고 아픈 것으로 회고하지 않거든요.”

할머니들은 모두 남편들을 일찍이 여의고, 지금은 각자의 독립된 삶을 살고 있다. 외로울 법도 하고, 쓸쓸할 법도 하지만 할머니들의 삶은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마을 경로당을 중심으로 서로를 보듬고 돌보는 ‘연대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노년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그들은 인생의 통찰을 담은 시를 쓴다. 그리고 진득한 농담도 던진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천지삐까리다”라고 말하며 만나는 모든 것을 시로 만들고 배우고, 나누고, 즐기면서 살아간다.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말하는 손자에겐 “서울 애들이 약목말 쓰지 마라 칸다/할매말 못 알아 듣는다고 약목말 쓰지 마라칸다/에헤이 나도 너그 말 모르겠다”고 한방 날린다. 죽음과 삶을 눈 앞에 둔 여든의 삶을 돌아보며 “빨리 죽어야 되는데 쉽게 죽지도 안하고 참 죽겠네/몸이 아프면 빨리 죽어야지 시푸고/재밌게 놀 때는 좀 살아야지 시푸다/내 마음이 이래 와따가따 한다”며 솔직한 속내를 내보이기도 한다. “옛날에는 기용기가 없어서 소 믹있다/소 믹이가 살 찌아가/팔았다/팔아 돈 남가가 애들 학비 댔다”며 소팔아 아이들 학교 보내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린다. “사랑이라 카니 부끄럽다/나 사랑도 모르고 사라따/“젊을 때는 쪼매 사랑해주데/그래도 뽀뽀는 안 해봤다/거짓말/참말”이라며 사랑을 향해 위트있는 농담을 던진다. “80이 넘어도 어무이가 좋다/어무이가 보고 시따/어무이 카고 부르면/아이고 반갑다/오이야 오이야 반갑다. 그래 반갑다”며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영화 ‘칠곡 가시나들’ⓒ스틸컷

노년의 삶을 상상하면 늘 쓸쓸함만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노년의 삶이 가진 재미를 보여준다.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풍성한 힘을 전해준다. 하루하루에 설레고, 매일 매일이 재미있는, 인생이 가진 아주 소박한 재미를 알게 한다. 재미난 웃음과 함께 감동의 눈물이 함께 있는 유쾌한 다큐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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