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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교육칼럼] 드라마 ‘SKY 캐슬’ 이후

권력과 명예의 피라미드 그 정점을 향한 과잉 교육경쟁의 실상을 극화시킨 것으로 보이는 이 드라마가 2019년 2월 1일 종영되었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드라마는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교육관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녀의 존재를 부모로부터 진정 분리, 독립시키자는 것이다.

부모가 세속적인 명예와 권력이 따르는 직업으로서 의사, 판검사, 교수를 설정해 놓고 아이들에게 종용하지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어떤 직업분야도 그 곳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물론 자발적인 동기라면 의사, 변호사, 교수도 무방한 일이다.

드라마 즉 대중문화에 정치권이 응답할 수 있을까?

이제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교육관이 안정적으로 바뀌도록 정치권이 얼마나 그 역량을 발휘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국민의 교육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담은 것이라면 이는 단순한 리얼 코믹드라마 이상의 성격을 띤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이 드라마를 언급하면서 “지난해 발표한 2022 대입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안착되고, 고등학생들이 대학이 아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게 사교육 시장을 처벌하고 압박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2019.2.3일자 세계일보). 기본 방향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려면 적어도 전문가 그룹이 1차로 초안을 만들고, 이어서 2차로 여론에 부쳐 민주적 의견수렴을 거친 후, 3차로 다시 전문적으로 다듬어 최종안을 마련하는 순서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정책은 현장전문가들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수렴하기 보다는, 정치권의 인맥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되거나 노란색 화살표의 방향대로 광장을 거쳐 이슈화된 것을 조금 반영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제부터는 교육현장과 더욱 긴밀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장단기 근본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이제부터는 교육현장과 더욱 긴밀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장단기 근본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신남호 교육평론가

교육정책 태스크포스 구성에서 실무진은 교사중심으로

예컨대 국가교육회의일 경우,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로 채울 것이 아니라 교육학 전공 교수를 연구책임자를 정하고 실무연구진은 대부분 연구역량과 현장경험을 갖춘 교사들로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대학입학 자격고사인 ‘바칼레로아’ 역시 교사들이 출제, 채점하고 있다.

현장의 개선안을 축적해온 전교조가 여기서도 역할을 할 수 있는 바,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태지만, 그에 관계없이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가 전교조를 초·중등 교육정책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2기 국가교육회의 위원 1명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협력하는 4개 단체로서 전교조를 인정하기로 했다(관련 기사:2019.2.4일자 뉴시스).

일전에 교육과정과 수능 및 검정고시 등 교육평가를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인맥이 특정대학 출신 일색이어서 문제로 지적된 적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중요한 조직은 학벌을 벗어나야 한다. 학벌은, 일이 잘 되었을 때는 이들만의 학벌 카르텔이 더욱 강화되면서 다양한 인적구성 및 의견을 차단하며 폐쇄적으로 흐른다. 교육이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디테일한 것을 무시해온 것이 우리의 교육개혁이 실패한 주원인 중의 하나다. 이미 교육선진국에서는 대학교수 채용시 출신대학을 피하는 등 소위 동종교배는 기피의 대상이 된 지 오래지 않은가?

교육개혁의 대안으로 3가지를 꼽는다면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교육개혁은 일단 분배정의가 가시화될 때 그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어떤 직종을 원하든 작가, 유튜버, 여행가, 운수업, AI 연구원, 자동차 공학자 및 카센터 사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차별 당하지 않으며, 굶지 않고 4대 보험이 되며 노후에 초라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때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욱 정신분석 클리닉 대표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관련하여 다음과 말한다. “부모님이 자기의 욕망을 좀 잘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통해 실현시키려는 욕망이 뭔지 본질을 좀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욕망을 자기 자신을 통해서 실현시켜라. 아이들한테 너는 꿈이 뭐니? 라고 묻지 말고 부모 스스로가 내 꿈은 뭐지? 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되고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에게 공평 분배해야 된다”(2019.1.14일자 경향신문).

교육을 포함한 많은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는 분배정책에 있다. 교육부 장관이 이를 인식하는데 이번 드라마 ‘SKY 캐슬’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업이 협조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죽음을 염려해야 하는 원초적 불안에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낙관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철학자 J. 롤스의 정의(正義)개념도 최소 수혜자 예컨대 비정규직의 불이익을 개선하는 조건에서 불평등을 용인하자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교육개혁의 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서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훌륭한 직업교육을 통해 기술력을 갖춘 기능공과 기술자를 배출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게 한 후에 임금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적어도 위 세 가지 영역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야 개혁다운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위 세 가지 영역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어야 개혁다운 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신남호 교육평론가

제조업 강국 독일의 경우, “학생들은 인문계 학교보다는 직업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일찍부터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모든 청소년은 진로에 대한 다양한 기회를 체험하며, 실기 중심의 이원적 직업교육은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자기계발 능력과 동기를 높이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한 후에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어나는 지나친 교육비의 낭비와 고학력화 문제는 사전에 예방된다”[박성희(공주대 교수), 독일교육 왜 강한가? 살림터, 2014, 242~243쪽].

반대로 한국은 지나치게 교육력과 교육비가 낭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열 입시경쟁 환경에서는 선발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정책도 줄세우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한국교육은 백약이 무효하다’는 말이 이 때 가능하다. 분배문제를 방치하기 때문이다.

첫째, 현장적응력과 기술습득·보수와 복지혜택이 수반되는 직업교육이 필요

산업전반에 걸쳐서 관민이 협력하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를 좀더 본다. “젊은이들의 창업을 통한 연구개발, 가치실현을 지지하여 벤처기업의 발전단계에 따라 연구개발비의 2/3 정도는 기업이, 나머지는 공적 영역이 지원하는 관민의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 인재양성에 성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노동청(Arbeitamt)에서 상담을 받아 자신이 일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에 직접 도제교육을 지원한 후 허가를 받으면 직업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

“도제로 일하는 실습생의 보수는 300~700유로(한화로 38만~89만원) 정도이며, 교육기간 중에는 기업이 건강, 장기요양, 연금, 실업, 산재보험을 통해 안정된 지위를 보장하고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및 위기예방에 만전을 기한다”(위 책, 236~237쪽).

한국정부가 또 디테일하게 접근하며 역량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예컨대 경총(경영자총연합회)나 대기업 오너 중심으로 팀을 꾸리지 말고, 현장기술자, 개혁성향의 교수 및 교사들을 실무진으로 꾸려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입시개혁에서는 ‘국가교육회의의’ 보고서(2018.8.31일자) 지지

이 보고서가 담고 있는 입시개혁은 절대평가제인 고교 졸업고사, 그리고 대학 추첨입학제가 주요 골자다. 그런데 이 사안들은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국가교육회의에서 대학서열체제를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서열화 극복의 실천안을 국민에게 드러내야 할 것 같다. 물론 공론화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 보고서는 2018.6.19일자 시사IN 보도를 인용한 후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좀더 근본적인 입시제도의 문제는 ‘형식적 공정성’을 넘어서 대학체제 재조정을 통한 탈서열화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특정대학 병목이 해소될 수 없다. 이 병목이 유지되는 한 병목을 통과하기 위한 ‘공정한 방법’에만 몰두하기 때문에(김종영, 병목사회와 형식적 공정성의 비극, 교수신문, 2018.4.16.) 이제까지의 교육모순은 반복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단국대에서 연구한 이 보고서의 436쪽, <유·초·중등교육분야 미래 교육비젼 및 교육개혁 방향> 연구).

셋째, 고교 교육정상화:일반고 중심으로 하면서 능력 및 적성별 학급편성

대부분의 고교를 일반고로 전환하여 실력과 무관하게 학생들이 서로 협동하며 배우게 함으로써 나눔과 배려의 덕성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AP, IB 등의 교육과정을 한 학교 혹은 2~3개 학교를 클러스터로 묶어 수월성 교육도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캐나다의 사례 또한 모범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인 고교 학점제(2022년 시행예정)를 연상하면서 다음의 내용을 본다.

“캐나다의 모든 고등학교에서는 과목의 수준이 나뉘어 있다. 그것을 우열반이라고 할 만하다. 더구나 특목반도 있다. 그런데 우반, 특목반으로 가겠다고 기를 쓰고 과외나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별고 없고, 그것을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엄마들고 없다. 왜 그럴까? 여기서는 한국의 고교처럼 학급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처럼 학생들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해서 각자 수업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학업능력에 따라서 학급을 나누면 반드시 학습뿐만 아니라 시험 난이도도 달리해서 별도의 평가를 해야 한다. 특목반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고등학교는 IB, AP, 수학·과학 특별반, 영재반, 예술반 등을 학교 내 특별 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뛰어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그 프로그램을 택하지는 않는다.”

“수준별로 학급을 나누되 동일한 시험으로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과열이 없다. 과열이 없다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의 쏠림현상도 없다는 것이고, 학교들도 대체로 평준화되어 있다”(박진동·김수정, 캐나다교육이야기, 양철북, 2013, 121~123쪽).

한국에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고교 교육다양화라는 슬로건에 따라 자사고, 특목고, 공립형자율고 등을 다양화한 것은 불필요하게 중학교 성적을 토대로 고교를 서열화시켜 학생들간의 협력과 소통 나아가 사회성을 기르지 못하게 격리시겼다는 점에서 실패작이다.

프랑스의 전문가 양성기관 ‘그랑제꼴’의 존재는 적어도 완전치는 않지만 사회에서 기능하고 있는 ‘똘레랑스’의 정신에 의해 공정성을 잃지는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한국처럼 학벌을 형성하여 사회전반을 경직되게 만든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하나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한편으로 무리한 상상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모순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과 미적(美的) 특성을 겸비한 문화적 생산물이라면 그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개선의 희망! 이것이 우리가 드라마에 잠시 심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드라마를 반복적으로 재상영하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신남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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