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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빛이 된 청년’ 故 김용균 광화문서 영결식..62일만의 장례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노제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노제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진행되고 있다.ⓒ김슬찬 기자

빛을 만드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 혼자 일하다 숨진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2차 노제와 영결식이 9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2일 만에 치러진 장례다.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앞에서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고 김용균 씨를 보내는 '거리 위의 제사' 노제가 펼쳐졌다. 그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일터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투쟁해 왔던 김 씨의 유족과 동료들, 시민들이 참여해 다시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쳤다.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 운구 행렬이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 운구 행렬이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빛을 만들던 김용균 당신이 빛입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위원장)은 발언으로 노제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밝은 빛을 만드는 발전 노동자였던 고인은 돌아가셔서 더 밝은 빛이 되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다"며 "남겨진 우리가 동지의 죽음을 헛되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그의 말에 또다시 눈물을 터트렸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 선 고 김용균 씨의 모습을 형상화 한 조형물이 운구 행렬의 선두에 섰다. 세 명이 몸을 숙여 조형물을 끌며 행진을 이끌어 갔다. 바로 뒤에는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대표단 50명이 '비정규직 이제 그만' 손피켓을 들고 발을 맞춰 걸어나갔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노제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노제가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진행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어 '책임자 처벌 진상규명',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여 어서 오라', '죽음의 외주화를 멈춰라',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길 지켜봐주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50개의 만장을 든 노동자들이 행진을 펼쳤다.

풍물패 50여명은 행진의 장단을 맞추며 걸었고, 뒤로 대형 명정을 6명이 들며 발걸음을 옮겼다. 고 김용균 씨와 동갑인 외사촌인 황상민(25)씨가 영정과 위패를 들었다. 방송차 뒤 소리꾼은 "자 떠나가 봅시다"라는 말과 함께 상여소리를 구성지게 불렀다.

꽃 상여 뒤, 운구차가 천천히 따라왔다. 이어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와 아버지인 김해기 씨 등 유족, 장례위원이 뒤를 따랐다. 고 김용균 씨의 대형 영정과, 두 팔 벌리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용균 씨의 부활도와 깃발이 뒤를 이었다.

대열의 끝엔 생명과 안전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을 든 시민들이 있었다. 보라색 풍선에는 "김용균 님과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노제 행진은 광화문 광장에서 멈췄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참가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참가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낮 1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김 씨의 영결식이 열렸다. 3천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은 "내가 김용균이다", "더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중단하라", "우리는 일하다 죽지 않는 나라를 원한다"라고 구호를 외치며 영결식의 시작을 선언했다.

장례위원장이 고 김용균 씨의 영정과 위패 앞 초에 불을 밝혔고, 향을 올린 후 술을 따랐다. 참석한 시민들은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사회자는 무대에서 한 노동자를 '또다른 김용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인의 동료이자 동명이인이었다. 동료 김용균 씨는 '김용균이 김용균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었다. 그는 "통성명을 하며 친해진 우리, 사람들은 그 이후로부터 우리를 큰 용균이와 작은 용균이로 불렸어"라며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꺼냈다.

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용균아, 네가 온몸으로 남긴 숙제를 이제 우리가 풀어나갈게. 우리 동료들이 너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용균이 네가 저 넓고도 높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없지만, 비정규직 없는 밝은 세상을 꿈꾸는 크고 작은 용균이들이 앞장서 나갈 거야"라고 다짐했다.

백기완 선생 "용균이는 죽은 게 아니다. 학살 당했다"
송경동 시인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백기완 선생(고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 장례위원회 고문)은 무대에 올라 "우리 용균이가 일터에서 목숨을 빼앗겼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내 첫마디가 '용균이는 죽은 게 아니다. 돈이 주인이고 돈밖에 모르는 사회가 학살했다'였다"며 "용균이는 도살당했다. 짐승을 죽이는 것을 도살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용균이는 참살 당했다. 참혹하게 죽었다"며 분노를 표했다.

백 선생은 "그러면 땅에 묻어야 될 게 누구냐. 돈밖에 모르는 이 썩어 문드러진 독점 자본주의를 땅에다 묻어야 하는 거다"면서 "그런데 우리 용균이를 땅에 묻겠다고? 저는 땅에 못 묻겠다. 차라리 내 가슴에 묻지, 땅에 못 묻겠다 이 말이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제부터 노동자와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과 피해받는 민중을 위해서 싸우는 시민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용균이의 뜻을 살리기 위해 이 썩어 문드러진 독점 자본주의 뒤집어 엎어야 한다"며 "나도 지팡이라도 짚고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다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30년 전, 18살 문송면과 원진 레이온 업체 노동자들의 사망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30년이 지난 지금 김 용균의 동지의 죽음과 투쟁은 우리 사회가 또다른 국면을 맞이했음을 처절히 알렸다"며 "고인의 짧았던 삶과 죽음 저항이 웅변하듯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이윤의 자본의 논리 분쇄기에 악착같이 갈아 넣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제 고인의 죽음을 부른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제자리로 돌리는 투쟁에 나서겠다"며 "이같은 변화에 동의하는 모든 노동자, 시민들과 사회대개혁 투쟁을 만들어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아버지 김해기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아버지 김해기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김슬찬 기자

송경동 시인은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 영결식에 바치는 조시를 목청 높여 읊었다.

진상을 규명해야지요/이때 한 청년비정규직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빛이 되어주었는지/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우리 모두의 폐부를 어떻게 찢어왔는지/왜 없는 이들에게 여전히 세상은 곳곳이 세월호고 구의역이고 태안화력발전소인지//이 실상을, 이 참상을, 이 야만을 규명해야지요/남은 우리 모두 김용균이 되어/이 뿌리 깊은 설움을, 이 분노를 규명해야지요 - 송경동 시인의 시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중 일부

스물 일곱 한빛이 엄마가 스물 넷 용균이에게 바치는 약속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슬찬 기자

영결식에는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 등 산재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했다.

고 이한빛 PD의 어머니인 김혜영 씨는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는 지난 두 달 동안 아들의 죽음을 끌어 안고, 아들의 동료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싸워 온 용균 씨의 부모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보냈다.

김혜영씨는 "저도 3년 전 스물일곱살 아들 한빛이를 잃었다. 그러나 오늘까지도 한빛이의 방문을 열다가 가슴을 움켜쥘만큼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흐느껴 울며 말했다.

김 씨는 용균 씨 어머니를 향해 "이제 시작"이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가장 큰 힘이 되었고, 혼자보다는 함께 하고 연대할 때 슬픔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용균이의 가족들이 이후에 겪어야 할 그 불덩이와 고통을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할 때 슬픔을 넘어 씩씩해질 수 있을 것이고, 이 사회는 생명의 존엄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씨는 "사랑하는 아들 용균이와 한빛아! 그리고 죽음의 노동현장에서 먼저 간 아들 딸들아! 더이상 죽음이 없고 이 땅의 청년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을 살아있는 우리가 약속할게. 고단한 삶 다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는 평화의 안식을 누리길 기원한다. 잘 가.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라고 말을 끝마쳤다.

김혜영씨는 무대 위로 내려와 김미숙 씨를 위로했다. 두 어머니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유족인사를 마친 뒤 눈물을 닦으며 발언대를 떠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오른쪽)가 유족인사를 마친 뒤 눈물을 닦으며 발언대를 떠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날 김미숙씨는 하늘에 있을 아들 용균이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냉동고에 너를 놔둘 수 밖에 없어서 엄마가 너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하지만 엄마는 너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야 했고,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길 간절히 바랬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서부발전, 네가 속해있던 한국발전기술에서 어제 너한테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 너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선포했단다"라고 전했다.

또 "사랑하는 내 아들아.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꽃다운 아까운 청춘, 가엾어라. 내 아들아. 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어찌 보내야 할 지 막막하구나. 언젠가 엄마 아빠가 너에게로 가게 될 때, 그때 엄마가 두팔 벌려 너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줄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 내 아들 용균아."라며 장례에 참석해 준 모든 이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1,100만 비정규직 앞길에 등불이 되어 준 김용균'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김수억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장은 조사를 통해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전봇대에서 김용균과 똑같이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스물 넷 젊디젊은 목숨을 생각하며 한 맺혀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었다"며 "우리가 바꿨더라면, 이런 세상을 안겨주지 않았더라면 하고... 죄스러워 울었다"며 사망 소식을 접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죽음과 위험을 비정규직에게 떠넘기지 않고, 불법파견 사용자가 법대로 처벌을 받는 사회, 노조 하기 쉽고, 비정규직을 맘대로 쓰다 버리지 않는 나라. 일하다 죽지 않고, 일한 만큼 대접 받고,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세상.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매일매일 김용균을 가슴에 안고 싸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1100만 비정규직 앞길에 등불이 되어 준 김용균 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마지막으로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 지회장이 무대에 올라, 동료들의 각오와 다짐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 지회장은 "원청이 우리가 지적한 그 곳의 설비개선을 했다면, 용균이는 그곳에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돈이 뭐길래...아니, 서부발전이 뭐길래... 노동자의 목숨을 일회용으로 보는지 분을 삼킬 수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용균이의 죽음 앞에 빚진 이 마음을 언제 털어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산 자들은 산 자들의 몫을 다하겠다. 용균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결식 이후, 유족과 장례위원, 시민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이후 고인의 시신은 고양시 벽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으로 옮겨져 화장된다. 하관식은 이날 오후 5시 30분 마석 모란공원에서 진행된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헌화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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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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