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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북을 모르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책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이야기’
책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이야기’
책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이야기’ⓒ내일을여는책

어린 시절 학교에서 북의 탁아소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북에선 부모가 키우지 않고 탁아소에 맡겨져 키워지고, 저녁에 부모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야 아이들을 볼 수 있다고 배웠다. 마치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뺏은 것처럼 배웠고, 어린 마음에도 엄마와 떨어진 북의 아이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것이 남의 어린이집과 다를바 없는 시설이고, 오히려 아직 국가가 보육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고 있어 사립유치원의 횡포에 부모들이 전전긍긍하는 우리 현실을 떠올려보면 북의 탁아소는 선진적인 제도였던 셈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국민윤리 시험 문제에 북에 관해 틀린 설명을 고르라는 질문이 나왔고, 보기 가운데 ‘북에는 종교가 없다’는 구절이 있어 골랐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선 평양에 있는 교회에 의자 등 비품을 지원하자며 모금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교과서엔 ‘북에는 종교가 없다’고 나온다고 말했고, 북의 교회에 비품 지원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다는 항의엔 ‘북의 교회는 가짜’라고 잘라 말했다.

70년 넘게 이어진 분단체제와 이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어 왔다. 좋은 것은 ‘나쁘게’,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은 ‘가짜’로, 웃는 얼굴은 ‘위장 평화’라 여기게 만들었다. 북의 행동과 문화와 사람에게서 철저하게 악마의 표식을 찾도록 교육받아 온 것이다. “대동강맥주 맛이 좋다”, “북녘에 흐르는 강물이 깨끗하다”는 말조차도 북을 찬양하는 발언으로 매도하며 재미교포 신은미 씨를 추방시킨 게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지금도 알게 모르게 북을 이상한 집단으로 바라보도록 교육받아온 지난 세월의 흔적들이 우리 의식 속 깊이 뿌리박혀 있다. 우리 국민은 대부분 심각한 북맹(北盲-북에 대한 무지)이 되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언론과 일부 세력에 의해 북맹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전히 통일을 가로막는 세력이 엄존하고 있고, 북에 대한 반감 역시 적지 않다. 특히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앞날을 헤쳐 나갈 젊은이들조차 북녘에 대한 그릇된 사실을 진실인 양 믿고 있다.

북에 대한 무지와 북을 악마화하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남북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북에 대한 무지를 끊고, 북을 향해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 출간됐다. 바로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가 쓴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이다. 김이경 상임이사는 이 책에 10여 년 이상 평양과 북녘 곳곳을 제집 드나들듯 찾으며 대북사업을 진행했던 전문가로서의 진솔한 북한 체험을 담았다.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김이경 제공

사실 기자가 김이경 상임이사가 쓴 평양 이야기를 처음 접했던 건 10여 년 전이다. 기자가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서 일하던 시절이던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처장이던 김이경 상임이사가 ‘오늘 평양’이라는 제목으로 남북교류사업을 하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진보정치’에 연재했다. 1980년대부터 대학가에서 시작된 ‘북 바로 알기’ 운동을 끝물에 접했던 세대이자, 진보정당의 당원이자 기관지 기자로서 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김이경 상임이사의 글을 보며 많은 부분을 배웠다. 만수대 기념동상을 찾아 인사를 하겠냐는 북측의 질문에 당혹스러워하는 남측인사들을 처지를 이야기하면서 가냐 마냐보다 북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 글을 보며 북을 이해하는 게 과연 뭔지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난방이 시원치 않은 버스에 먼저 올라가 앉아서 우리측 여성대표들이 춥지 않게 의자를 덥힌 북측 안내원 이야기엔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북의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북측의 촬영가가 아슬한 돌바위에서 돌버섯을 캐는 장면을 찍으려 했다가 돌버섯을 따는 분이 ‘자신이 힘들게 돌버섯 따는 걸 보면 인민들이 요리 먹기가 부담스러워 질 것’이라며 ‘인민들에게 즐거움을 빼앗기 싫다’고 한사코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는 경외감마저 느꼈다.

이번에 나온 책에선 10여 년 전 미리 접한 평양의 소식에 더해 김정은 위원장 시대의 새로운 북한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북한의 교육·문화·노동·주택 정책을 비롯해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던 생생한 북한 이야기들은 북맹 탈출을 위한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 눈을 가리는 분단 질서의 그늘을 걷어내고, 마음을 열고, 기회가 된다면 북을 직접 보고, 만나고 그렇게 알아나간다면 우리에게 밝은 통일의 미래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이경 상임이사는 말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북녘을 좋아하라고 권할 생각이 없다. 사람마다 생각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녘을 음해하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면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북녘보다 좋은 점도 있고, 반면에 북녘으로부터 배울 점도 있다. 그게 인간사회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우리의 건전한 상식이다. 나의 이런 깨달음도 지난 10년간 북을 오가며 보다 견고해진 것 같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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