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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시]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송경동 시인이 고 김용균 씨 영결식을 맞아 추도시를 보냈습니다. 시 전문을 게재합니다.

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 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이 열리는 9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인이 근무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차 노제가 열리고 있다.
충남 태안화력에서 설비 점검 도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노동자 민주사회장이 열리는 9일 오전 충남 태안군 고인이 근무하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차 노제가 열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청년의 목은 어디에 뒹굴고 있었는지
찢겨진 몸통은 어디에 버려져 있었는지
피는 몇 됫박이 흘러 탄가루에 섞였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청년은 밥 한 끼 먹을 틈도 없이 컵라면으로 떼우며 종종걸음을 해야 했는지
왜 청년은 2인1조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혼자 일해야 했는지
스물 여덟 번의 작업환경 개선 요구는 누가 꿀꺽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랜턴 하나 지급받지 못한 어둔 막장에서
청년이 갈탄을 주워 담으며 생산한 전기는
누구의 밝음과 재력과 풍요만을 위해 쓰여졌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몇년간 12명이 죽어 간 죽음의 발전소에 지급된
480억의 무재해보상금은 누가 어떻게 챙겼는지
왜 산재사고의 98%가 비정규 외주노동자들 몫이어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국가는 왜 공공부문 사영화를 밀어부쳐 왔는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누가 제로로 만들어 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상시지속업무마저 비정규직화 해왔는지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지워줘 왔는지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하청노동자 중간착취를 용인해 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누가 다시 그런 현장에서 뺑이치며 일하고 있는지
누가 다시 그런 일터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1100만 비정규직의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은 누구의 금고에 빼곡히 쌓여가고 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산업안전보건법은 왜 28년만에야 처음으로 개정될 수 있었는지
중대재해방지법 기업살인법은 왜 통과되지 않는지
불법파견 중간착취 사업주는 왜 처벌되지 않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청년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 온 게 국가인지 시민인지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조사위 구성
발전 5개사 비정규직 2200명 정규직화 등은 누가 관철시켜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촛불정부는 1700만이 밝혀둔 시대의 빛을 꺼트리려 하는지
왜 국회는 모든 촛불입법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왜 이 나라는 다시 재벌 관료 자산가 정치인들만이 무한히 자유로운 나라가 되어 가는지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이때 한 청년비정규직의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빛이 되어주었는지
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우리 모두의 폐부를 어떻게 찢어왔는지
왜 없는 이들에게 여전히 세상은 곳곳이 세월호고 구의역이고 태안화력발전소인지

이 실상을, 이 참상을, 이 야만을 규명해야지요
남은 우리 모두가 김용균이 되어
이 뿌리 깊은 설움을, 이 분노를 규명해야지요

이런 시작이라고 약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시작이라고 어머니를 부둥켜안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시작이라고 이 불의한 시대에 선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달리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해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수천만 번을 되뇌이며
우리 시대 또 다른 빛이 되어주었던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아버지 김해기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영결식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아버지 김해기 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김슬찬 기자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 운구 행렬이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br
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노동자의 노제 운구 행렬이 민주사회장 영결식이 열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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