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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①] 문재인 정부 3.1절 특사, 양심수 석방 이뤄질까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석기, 한상균 등 성탄절 특별사면 양심수 전원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석기, 한상균 등 성탄절 특별사면 양심수 전원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편집자주ㅣ 한반도 정세 대전환 속에 맞이하는 3.1운동 100주년. 시민단체와 국제사회에서는 해묵은 과제인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권존중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표방한 ‘촛불정부’의 색채가 묻어나는 3.1절 특사가 이뤄질지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과거 정권에서 탄압받고 투옥 중인 양심수의 석방이 3.1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출범해 올해로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과제다.

‘박근혜 탄핵’으로 귀결된 촛불정국을 거쳐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정운영 정상화와 개혁 작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면서 숨가쁘게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민주정부 수립과 함께 이뤄지던 ‘양심수’에 대한 사면·복권 등의 조치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출범 직후에는 ‘특별사면 자체를 준비할 여력이 없어서’, 그해 연말에는 ‘서민생계형 범죄 사면’을 특별사면 기조로 세우면서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은 통상 ‘국민통합’을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 이뤄진 특별사면을 보면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첫 특별사면이 이뤄진 지 1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반도 정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앞두고 있을 만큼 한반도 정세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 이상의 분단 논리는 통하지 않고,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별사면을 단행하기 적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시작된 법무부의 실무검토도 거의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법에 따르면 특사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에서의 심사를 통해 특별사면 명단을 조정하게 돼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사 명단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이를 단행하게 된다.

이번 특사의 기준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3.1절 100주년이라는 의미에 비춰보면 단순히 ‘민생’에만 초점이 맞춰지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3.1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촛불시위’로 출범한 정부라는 점, 그리고 급변한 한반도 정세로 역사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번 특사에 반영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사 규모와 범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손에 달려있다.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좌)과 6년째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좌)과 6년째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민중의소리

‘양심수’ 한상균·이석기 포함될까

일단 시민사회단체의 오래된 요구인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특별사면이 이번에 단행될지가 가장 주목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가석방만 됐고, 이 전 의원은 징역 9년을 선고 받고 올해로 6년째 투옥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민사회 요구를 (민정수석실에) 전달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될지는 대통령 권한”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양심수에 대한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던 2015년 8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 단행을 앞두고 “정부 비판자에 대한 탄압과 보복 등 정치적 사유로 처벌받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절감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포용하는 국민통합적 사면이 실시돼야 한다”라며 양심수 사면에 옹호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과 이 전 의원의 특별사면 필요성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부인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이 아직도 감옥에 있다’는 지적에 “저도 눈에 밟힌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2월 8대 종교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의원과 한 전 위원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요구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특사를 한다면) 서민중심·민생중심으로 해서 국민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 자료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양심수에 대한 특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보수진영의 공세에 정치적인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3.1절 특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미리 ‘양심수는 안 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1절 특사에 이석기 전 의원이 포함되는 등 좌파 이념에 경도된 코드 특사가 이뤄져 헌법 질서를 파괴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는 3.1절 특사를 추진하고 있으면서도 “실무검토를 하고 있다”는 정도의 입장을 밝히는 것 외에는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가 전환기를 맞으면서 보수진영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이전보다 양심수를 사면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31일 “남북관계가 진척되면 지지를 받고, 남북관계가 주춤하면 실망하는 등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성과를 중심으로 지지 강도가 좌우되는 수준에 우리 사회가 이르렀다”라며 “다행스러운 것은 남북관계의 경우, ‘종북이다’, ‘친북이다’, ‘퍼주기다’ 등 색깔론이 과거처럼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내란음모 사건을 두고 최근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전 의원은 ‘사법농단 피해자’라는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연이어 집회 등을 열고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 정강 3조’는 ‘일체의 정치범을 특별히 석방함’이라고 돼 있다”라며 “임시정부 정신을 올곧게 잇는 것은 양심수 석방”이라고 거듭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도 꾸준하게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엣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장에서 참석자들이 노란나비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엣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장에서 참석자들이 노란나비를 들어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첫 특별사면 때 제외된 시국사범도 다시 검토

동시에 다른 시국사범들에 대한 사면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최근 일선 검찰청에 특사 관련 협조 공문을 보냈다. 공문 중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처벌받은 시국사범을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광우병 촛불집회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난 2017년 12월 말에 이뤄진 문 대통령의 첫 특사 대상으로도 거론됐던 사건들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용산참사 규탄 집회도 함께 대상에 올랐는데, 여러 시국사건 중 용산참사와 관련된 것만 최종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서민생계형 범죄 사면’이라는 기조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외 시국사건의 사면은 배제된 데 대해 당시 청와대는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만약 재판이 모두 끝났다면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는 걸로 해석된다. 1년여 지난 현재 기준으로 재판이 모두 끝난 사건이 있다면, 이번 3.1절 특별사면 대상에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6개 시국사건이 특사 실무검토 대상에 오른 데 대해 “논란이 됐던 사안이라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라며 “2월까지는 명단이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론된 사건들이 모두 사면 될지, 안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2017년 8월 경기 의정부교도소에서 2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만기 출소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 사면 요구도 나와
완전 배제됐던 경제인도 포함될지 주목

이번 특별사면에 정치인과 경제인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첫 특별사면 때에는 정치인과 경제인은 원칙적으로 제외됐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인과 경제인을 포함시킬 경우 사회통합 촉진보다는 분열 촉진 측면이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정권 초기인 만큼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권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일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전 지사 등이 특별사면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지사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는 사후매수죄로 징역형을 받았다가 가석방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에 대한 특별사면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상기 장관은 구속기소 된 전직 대통령이 3·1절 특사 대상으로 검토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면 검토는 재판이 끝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라며 전직 대통령들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은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3.1절 특사가 추진될 경우 경제계 화합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사기진작을 위해 ‘생계형 경제사범’에 대한 사면 검토를 요청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에 대해 사면권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한 공약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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