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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 트럼프의 고립주의도 여기에선 예외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동시에 인도주의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한 마두로 정권은 콜롬비아로 통하는 다리를 봉쇄하고 인도지원 물품이 반입되는 걸 막았다. 사진은 콜롬비아의 쿠쿠타로 연결되는 다리를 막고 있는 베네수엘라 군인들의 모습이다. 2019.2.8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동시에 인도주의 지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발한 마두로 정권은 콜롬비아로 통하는 다리를 봉쇄하고 인도지원 물품이 반입되는 걸 막았다. 사진은 콜롬비아의 쿠쿠타로 연결되는 다리를 막고 있는 베네수엘라 군인들의 모습이다. 2019.2.8ⓒAP/뉴시스

지난달 말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게 사실상의 석유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고 마두로 정부가 전 세계에 가지고 있는 자산과 금 거래를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물론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을 위해 훨씬 이전부터 움직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중시했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쿠바의 영향력을 반대하는 플로리다 출신 공화당 정치인들부터 ‘자유의 전도사’ 마이크 펜스 부통령, 그리고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강경 개입주의자들까지 결정적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낸 여러 참모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 결과 대선 당시 미국의 개입주의 반대를 내세웠던 트럼프가 지금은 베네수엘라의 체제 전복에 동의하게 됐다.

이라크 전쟁, 그리고 냉전 중 미국의 지원으로 이뤄진 남미 국가들에서의 쿠데타들 때문에 부정적인 개념이 됐던 체제 전복(regime change)이 갑자기 용납 가능한 개념으로 완전히 부활했다.

지난 1월 31일, 트위터를 통해 볼튼이 “마두로와 그의 최측근들이 베네수엘라에서 멀리 떨어진 멋진 해변에서 길고 조용한 은퇴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밝힐 정도로 말이다.

미국 우파에게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의 실패한 사례’

미국은 지난 2년간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는 거의 처음부터 베네수엘라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7년 2월,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했고 같은 해 여름에는 갑작스럽고 공개적으로 군사력 동원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미국의 압력은 2018년 급격히 강화됐다. 펜스 부통령이 베네수엘라에게 민주주의로 돌아가라고 촉구했고 마두로가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있는 한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압력은 지난달에 절정을 이뤘다. 트럼프 정권이 새로운 인물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고 치명적인 원유 제재를 가했으며 마두로의 하야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트럼프는 취임한 지 몇 주 만에 베네수엘라의 당시 부통령을 마약 조직들의 중심인물(drug kingpin)이라 부르는가 하면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 레오폴도 로페스의 아내를 만난 이후 그의 석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사회주의의 주된 실패 사례로, 그리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베네수엘라를 자주 꼽았다. (이건 트럼프만이 아니라 미국 우파가 자주 하는 말이다.)

페르난도 커츠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남미 총책임자로서 트럼프 취임 초창기에 신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던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가 비공식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적 위기(humanitarian emergency)에 집중했었다고 말했다.

커츠는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국민이 이렇게 고통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두 굶고 있다... 부국이 될 모든 것을 갖춘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회고했다.

존 볼턴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커츠는 각종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를 고안하는데 참여했다. 당시 논의됐던 가장 강력한 조치는 최근 미국이 내린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기업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와 비슷한 원유 엠바고(oil embargo)였다.

최근의 조치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로 생기는 모든 수익은 베네수엘라 야권이 차지한다. 쿠츠는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을 끊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외교적, 경제적 조치 중 최강수”라며 “이 조치를 취하면 본질적으로 베네수엘라를 혼돈에 빠뜨리겠다는 소리다”라고 했다.

쿠츠는 자신이 NSC에 있을 때에는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미칠 악영향 때문에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파에 둘러싸인 트럼프

하지만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 압력을 계속 가했고 쿠바와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경파들을 참모진으로 계속 영입했다.

트럼프는 외부의 조언도 받았다.

상원에서 카스트로를 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온 플로리다의 공화당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트럼프와 자주 얘기했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로페즈 부인의 백악관 방문을 주선했고 反카스트로 강경파인 마우리시오 클레버-카론을 NSC로 영입했다.

그 이후에도 루비오의 동지들이 트럼프 정권에 늘어갔다. 2018년 봄, 트럼프는 1주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마이크 폼페이오를 국무부 장관으로, 그리고 볼튼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했다.

한편 마두로가 “독사”라고 부르는 펜스 부통령은 그 이후 남미 국가들에게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면서 마두로의 하야 요구 직전까지 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미주기구(OAS)에서의 연설을 통해 펜스는 “가능하다면 베네수엘라 국민은 더 나은 길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하에서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그런 기회를 절대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마두로의 퇴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권에 도전할 우파정권이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같은 남미 국가에 들어섰다. 마두로는 그 사이 많은 의혹이 있었던 대선을 치렀고 올해 1월에 두 번째 임기를 위한 취임식을 했다. 과이도가 같은 달에 국회의장이 되면서 분열이 극심했던 야권이 대표 주자로 나선 것도 당시와는 다른 조건이다. 수도 카라카스와 다른 베네수엘라 도시에서 광범위하게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도 미국으로서는 다른 생각을 할 만한 이유가 되었다.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정책을 설명하는 존 볼턴. 2018.11.1
미국의 라틴 아메리카 정책을 설명하는 존 볼턴. 2018.11.1ⓒAP/뉴시스

군사적 옵션 감추지 않는 미국

베네수엘라의 체제 전복을 가장 적극적으로 꾀하는 관료는 최근 트럼프 정권의 베네수엘라 정책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일 것이다.

(볼턴이 노트에 “콜롬비아에 미군 5,000명 파견”이라고 썼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공격적이라는 볼턴의 평판이 더 강해졌다.)

볼턴은 최소한 1998년, 그러니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라는 편지를 당시 대통령 빌 클린턴에게 보내면서부터 적국의 정권을 전복시키자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그 편지에 서명했던 엘리엇 에이브람스는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 아래에서 베네수엘라를 책임지게 됐다.)

볼턴은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그 정책을 이행하는데 일조했고, 이후 핵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군사력 동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폭의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란과 리비아, 그리고 북한의 정권을 전복하자고 주장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볼턴은 미국이 조용히 베네수엘라 야권에게 그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전달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볼턴은 트럼프 정권에 발탁되기 몇 개월 전부터 베네수엘라 정권 전복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마두로 정권을 전복하면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도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통제력을 잃으면 베네수엘라가 국제 테러리즘과 마약 거래의 집결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했다.

볼턴은 베네수엘라를 남미의 “독재 3국(troika of tyranny)” 중 하나라고 불렀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axis of evil)”을 연상케 한다.

커츠에 의하면 커츠가 NSC에 있을 때, 그러니까 볼튼이 발탁되기 전에는 트럼프 정권이 군사적인 옵션을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특히 마두로가 스스로 하야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는 아직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커츠는 “마두로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군대가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알고 죽임을 당하기 전에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고 “그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군대가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서 죽임을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커츠는 “미국 혼자만의 군사적 개입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다. 수많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남미인들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잘못하면 미국이 무너진 국가를 재건하는 데 또 다시 수십 년을 써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은 군사적 개입을 옵션에서 제외시킨 적이 없고 볼튼은 지난 주에도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워싱턴이나 마이애미에 있는 몇몇 베네수엘라 관료가 과이도를 지지하고 있을 뿐, 본국의 군대와 공무원들은 여전히 마두로의 편에 서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과이도의 자산을 동결하고 그의 출국을 금지했고, 또 과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엔 특수 경찰 요원이 집으로 찾아와 그와 그의 가족을 협박했다고 한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대행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옵션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말 말고는 미군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기사출처:Trump’s Affinity for Strongmen Has a Big Exception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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