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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3월 주총 전자투표제 도입할까?
KCGI 자료사진
KCGI 자료사진ⓒKCGI 홈페이지 캡쳐

한진칼 주주총회가 오는 3월로 예정된 가운데 이사회가 주총 표대결에 불리한 전자투표제 도입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최근 국내 사모펀드 KCGI는 한진칼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정부가 소액주주의 주주권 보호차원에서 전자투표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한편 기업들도 전자투표제 도입 행렬을 잇고 있어 한진칼 이사회가 KCGI 제안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부하는데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11일 KCGI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KCGI는 한진칼로부터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내 사모펀드 KCGI는 지난 7일 한진칼에 서신을 보내, 오는 3월 정기 주총 및 이후 주총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면서 오는 18일까지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현행법상 전자투표제 도입은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한진칼 자율에 맡겨진다.

KCGI는 서신에서 “전자투표는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회사의 주주총회 관련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한 비용을 절감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이사회 결의를 해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하고 주주총회 관련 업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이사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 회의장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안건에 대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여러 기업들이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하는 탓에 복수 기업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

지난해 500개 기업과 같은 날 주총 연 한진칼

한진칼은 지난해 ‘주총 집중일’인 3월 23일 주총을 열었다. ‘주총 집중일’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집중예상일로 꼽은 날 중에서 주총 개최 기업이 200개가 넘는 날짜를 일컫는다. 당시 상장회사협의회는 3월 23일·29일·30일을 집중예상일로 지정했는데, 23일 주총을 연 기업은 500곳이 넘었다. 기업들이 소액주주 영향력을 줄이고 최대주주 의사대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일부러 주총을 겹치게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칼은 같은 달 8일 정기 주총 소집공고와 함께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사유 신고’를 함께 공시했다. 주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날 주총을 연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당시 한진칼은 “정기 주총 관련 주요 경영활동 일정(종속회사를 포함한 내부 결산 등) 및 회계법인 외부감사보고서 제출일정 등 사정을 고려해, 원활한 주총 운영 준비를 위해 불가피하게 해당 집중일에 개최하게 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주총 활성화 힘주는 정부·전자투표 도입 늘리는 기업

‘슈퍼 주총데이’로 소액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정부도 전자투표제 도입 확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구성한 ‘상장회사 주주총회 지원 TF’는 지난해 1월 ‘주주총회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주주총회 분산에도 협조하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여건 개선에 나서 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도 한진칼 이사회에는 부담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2015년 416개, 2016년 333개, 2017년 381개 등이 매년 추가돼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약 1300개로 총 2000개 상장기업 중 6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자투표제 도입 행렬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에는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신세계 등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잇달아 결정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본사를 포함해 이마트, 신세계푸드, 신세계 I&C,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총 7개 상장법인이 동참했다. 지난 7일에는 교보증권도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칼 이사회가 전자투표를 도입해도 실무적으로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현재 전자투표 서비스는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전자투표관리기관인 예탁결제원이 기업으로부터 전자투표관리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한진칼이 전자투표 도입 제안을 받아들이면 예탁결제원에 전자투표를 위탁하면 되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 등에 따른 시간 소요 부담은 없다”며 “답변시한인 18일 도입 의사를 밝혀도 오는 3월 주종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진칼을 비롯해 일부 기업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상장기업은 매년 결산이후 90일 이내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전에 주총에서 승인받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기업은 재무제표 작성과 내·외부 감사, 재무제표 확정 이사회 개최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3월 말 주총 쏠림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주주제안 표대결 불가피…조양호에 밀리는 지분, 극복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주총 안건으로 정관변경을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 이사회는 주주제안 내용이 법을 위반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해당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

정관변경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3년간 결원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경영진 전횡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걸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경영진과의 표대결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16%를 가진 3대 주주, KCGI는 10.81%로 2대 주주다. 국민연금과 KCGI 지분을 합치면 17.97%로 조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인 28.95%에 못 미친다.

다만, 조 회장 등 한진그룹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높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첫 사례인 만큼 국민들이 이번 주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주주 결집 효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민연금과 KCGI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한진칼의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도 주총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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