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태극기부대 눈치보다 ‘5.18 망언’ 폭탄 끌어안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대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대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을 모독한 '망언'을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거센 여론의 반발에 부닥쳤다.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판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자유한국당의 인식이 국민과 동떨어졌다는 걸 방증한다. 자유한국당이 보수 개혁은커녕 오히려 극우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의원들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5.18 망언' 옹호한 자유한국당 지도부

논란의 발단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의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공청회'였다. 이름만 '진상규명'일 뿐, 사실과 다른 주장과 망언이 쏟아진 '극우 태극기 집회'를 방불케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온 '극우논객' 지만원 씨를 연사로 초청한 것을 두고 "국민 우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만원 씨는 당시 "북한군 개입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라는 '거짓 주장'을 이어나갔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의 입에서도 망언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종명 의원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 김순례 의원은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망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진태 의원은 영상을 통해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라고 몰아갔다.

이를 두고 파문이 커지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틀 뒤인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자유한국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대표적인 '망언'인 '5.18 북한군 개입설'이라는 사실 왜곡도 '역사적 해석'의 하나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렸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다시 "민주화 운동이라는 5.18 성격 자체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나, 북한군 개입설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역시 분명한 입장을 내놓거나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성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은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징계를 해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는 사이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여야 4당이 문제의 의원 3명을 제명하기로 손을 맞잡았다. 간만에 여야가 자유한국당을 두고 공조에 나선 것이다. 5월 단체들도 자유한국당을 향해 "나치 만행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말이냐"라며 "북한 개입을 인정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지만원 씨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참석해 있다.
지만원 씨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 참석해 있다.ⓒ김슬찬 기자

태극기 끌어안던 자유한국당의 예고된 '5.18 망언' 사태

최근 나흘간 계속된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논란을 두고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문제가 제기된다. '박근혜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변화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자유한국당이 주목을 받으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소폭의 지지율 상승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지기반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조급해진 탓인지 자유한국당은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역행하면서, 과거 보수진영이 무기로 삼았던 '극우 반공주의' 프레임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북미정상회담에 어깃장을 놓거나 '탄핵 총리'로 불리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연장선에 '5.18 망언' 사태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행보는 그나마 남아있는 '적극적인 지지층'인 이른바 '태극기부대'만이라도 일단 잡아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 공개된 김진태 의원의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의도가 드러난다. 김 의원은 "중도층 포용하고 선심성정책을 편다고 표가 오지 않는다"라며 5.18 북한군 개입설을 확인해 보는 작업을 우파결집을 위한 '선명성 투쟁'과도 연결해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범보수 통합도, 외연확장도 어렵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권주자들이 일제히 자유한국당의 재기를 꿈꾸며 '보수통합'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자유한국당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스스로 폭탄을 끌어안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5.18 망언' 사태를 두고 보수단체, 보수언론까지 일제히 자유한국당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행동본부 등 260개 보수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군 침투 등 사실 왜곡과 거짓 선동에 국회의원들이 좌판을 깔아주고 비호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헌법가치와 민주주의를 무너드리는 반국가적 행위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계파를 가리지 않고 공개적으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미 역사적, 사법적 평가가 끝난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다시 일으키고, 이것이 정치쟁점화 되는 데 대해서 당시 현장을 경험했던 선배 의원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문제의 의원들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당파'의 수장 격인 김무성 의원도 이날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공개적으로 이어나갔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문제가 된 5.18 공청회의 전반에 대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는 발언으로 '제명 대상'에 오른 김순례 의원도 뒤늦게 해명 입장문을 내고 "유공자 선정 관련해 허위로 선정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였다"라며 사과했다.

하지만 문제의 의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를 주문하는 여론이 계속 커지고 있고, 실제 고소·고발 조치 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자유한국당이 추천했던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 3명 중 2명에 대한 재추천을 요구하는 것으로 5.18 진상규명의 의지를 드러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