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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이정희 종북’ 비방·고발한 보수단체에 “손해 배상하라”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2년 청와대 헌법재판소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2년 청와대 헌법재판소 커넥션 규탄 기자회견'에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정희 옛 통합진보당 대표가 자신을 ‘종북 세력’이라고 비방하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보수단체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해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3일 이 전 대표가 활빈단 홍정식 대표와 맹천수 당시 대한민국지킴이연대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 전 대표는 홍씨 등이 2013년 3월 자신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간첩 혐의로 검찰에 무고하고, 언론사에 이 내용을 자료로 배포하며 “종북성향을 노골화”, “남한 내 종북 세력의 수괴인”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3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5년 7월 1심은 “피고들의 고발이나 발언이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이나 바르고 지나침을 떠나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하는 범위를 벗어나 위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인 존재를 상대로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 및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란 말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서 비롯된 것이므로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이나 북한과의 관계 변화 등에 따라 그 용어 자체가 갖는 개념과 포함되는 범위도 변한다”며 “이런 표현은 사실 적시가 아니라 원고가 취한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의견 표명해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종북 세력의 수괴’ 등의 표현은 다소 경멸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면적인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비난이나 풍자의 수준까지 넘어섰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홍씨 등이 고발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이 전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인에 대해 문제 제기 및 비판을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것은 자유로운 여론의 광장에서 공개된 찬반 토론 및 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국가기관을 통한 처벌을 시도하는 것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간첩죄는 중범죄로서 고발 사실 자체만으로도 피고발인은 상당한 정신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고발을 제기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갖추는 것이 고발인의 주의의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은 단순히 언론을 통해 접한 이 전 대표 및 통진당의 활동이 자신들의 사상·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사들을 첨부해 고발했을 뿐, 법률적 검토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이 전 대표를 고발하면서 언론홍보의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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