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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다시 정태춘박은옥의 음악을 들을 때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1978년 이후 40년, 정태춘박은옥은 고유명사가 되었다. 처음엔 따로였다. 1978년 정태춘과 박은옥은 각각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1980년 결혼한 두 사람은 2장과 1장의 솔로 음반을 더 발표하고 1984년부터 정태춘박은옥이 되었다. 첫 번째 정태춘박은옥 음반에서 ‘떠나가는 배’와 ‘사랑하는 이에게’ 히트하면서 정태춘박은옥호는 순항했다.

그 후 정태춘박은옥은 늘 함께였다. 1990년에 발표한 [아, 대한민국…] 음반만 정태춘 이름으로 발표했다. 정태춘박은옥이 11집까지 내놓는 동안 90년대가 지나갔고, 2000년대가 지나갔다. 흙냄새 물씬 풍기는 서정시를 노래한 유랑시인 정태춘과 안개 같은 바이브레이션으로 따뜻한 노래를 부른 박은옥이 함께 하면서 노래는 더 구성지고 포근해졌다. 한국의 포크 음악이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넘어올 때, 정태춘박은옥은 드물게 고향을 노래했고, 변두리를 기록했다. 지워지고 소외된 촌사람들을 보듬은 노래는 한국 전통음악의 장단과 빛깔로 물들어 맛을 더했다. 한국의 포크 음악이 명명백백한 한국의 포크음악으로 존재한 순간들은 정태춘박은옥의 몫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정태춘박은옥은 삶과 세상, 자연이 서로 만나 깊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포스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포스터ⓒ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40년 동안 노래로 인간다움의 편에 섰던 정태춘박은옥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는 세상을 찌르는 칼날이 되고, 내려치는 망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칼날이 부러지고, 망치가 부서질 때 정태춘박은옥은 좌절과 환멸마저 노래함으로써 기어이 깊어졌다.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는 희망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절망을 단념하지 않았다. 때로 오래 침묵함으로써 버텼고, 제 몸을 묶어 함께 끌려감으로써 끝내 천박해지지 않았다. 늘 오늘만큼 살아야 하는 이들 곁에서 정태춘박은옥은 노래로 인간다움의 편에 섰다. 그 시간이 어느새 40년이다.

현란하고 화려한 음악, 트렌디하고 젊은 음악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정태춘박은옥의 노래에도 흰머리가 내렸다. 기어이 젊어 보이겠다고 염색하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은 정태춘박은옥의 옛노래만 흥얼거리곤 했지만, 정태춘박은옥은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음반으로 존재를 알렸다. 그 노래들은 희망과 절망, 죽음과 유랑의 시간을 통과한 부부 음악인의 현재였다. 담담하지만 뜨거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의 숲에서 묵묵히 고목의 뿌리를 내렸다.

그러다보니 정태춘박은옥의 40년 역사는 이따금 듣는 서로 다른 노래의 추억들과 함께 지나갈 뻔 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태춘박은옥은 서로의 노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40주년을 기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정태춘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꾸렸고, 전문기획자들이 결합했다. 올해 정태춘박은옥은 오랜만에 전국을 돌며 노래한다. 4월 3일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 부산, 전주, 창원, 철원, 양산을 돈다. 공연은 가을에도 이어진다. 공연이 끝이 아니다. 40년을 기념하는 가족음반이 나온다. 오랜만에 두 곡의 신곡을 들을 수 있다. 40여명의 미술가들은 미술작품으로 정태춘박은옥의 음악과 그들의 시대를 헌정한다. 정태춘의 시집과 가사모음집이 나오고, 음악평론가들의 평론집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대중음악학회와 한국음악산업학회의 포럼도 열린다. 트리뷰트 출판과 트리뷰트 음반, 트리뷰트 콘서트를 비롯한 프로젝트의 규모는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콘서트, 음반, 전시, 출판,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까지 아우르는 기념사업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는 정태춘박은옥의 음악을 추억하고 복기하는 수준 이상이다. 그들 음악의 예술적 시대적 성취와 한계의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작업은 대중음악사와 시대사의 결합이다. 그리고 시대로 스민 거장 뮤지션에 대한 온당한 예우이며, 뒤늦은 감사이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

콘서트, 음반, 전시 등을 아우르는 기념사업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

지난 40년 동안 정태춘박은옥의 노래 한 번 듣지 않고 오늘을 사는 사람은 없다. 좋은 노래로, 그리고 노래 그 이상으로 노래의 가치를 보여준 정태춘박은옥의 음악과 삶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빛나는 자산이며, 계속 이어가야 할 정신이다. 이제 완전히 서울공화국, 수도권 공화국이 되어버린 나라에서 고향을 그리는 노래는 드물다. 그들처럼 웅숭깊게 노래하며 이따끔이라도 새로운 음악을 내는 노년의 뮤지션 역시 드물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는 그저 엄마아빠가 좋아하는 옛 노래일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 수원 이야기]를 내놓은 김동산의 노래 안에,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음반을 만든 경하와 세민, 문진오, 삼각전파사 등등의 노래 안에 정태춘박은옥의 노래가 없을 리 없다. 권나무, 사이, 유하, 황푸하를 비롯한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에도 스며들었으리라.

그러니 이번 40주년 기념 행사가 정태춘박은옥의 노래를 아는 이들의 입안에서만 떠돌지 않기를 바란다. 행여 예전 노래가 좋았고, 요즘 노래가 노래냐고 생각하는 이들의 동창회가 되지 않기를. 정태춘박은옥의 음악과 태도를 이으려는 지금의 뮤지션과 만나고, 지금 정태춘박은옥의 노래가 필요한 곳으로 날아가는 장이 되기를. 정태춘박은옥의 노래와 태도와 정신을 오래오래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정태춘 박은옥 40 Project 페이스북 페이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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