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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방위비 인상 압박나선 트럼프

한미간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한 가서명이 이루어진 지 이틀만에 다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이 5억달러를 더 내기로 동의했다”며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관계도 틀리고 협상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내팽개친 그야말로 ‘막가파’식 행태다.

한미가 10일 가서명한 제10차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은 787억 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위 관련 비용에 대해 미국이 50억 달러를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5억 달러를 지불해 왔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그간 1조원에 못 미치는 분담금을 내왔는데 한미 양측은 모두 이 액수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50% 수준이라고 인정해왔다. 미국이 10배 넘는 비용을 내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전화 몇 번으로 5억 달러를 올렸다”고 한 것도 황당하다.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이루어진 한미 정상 간의 통화는 없었던 데다, 이른바 ‘동맹’의 파트너를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도 무례한 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유세나 대중집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나왔다. 트럼프 특유의 자기자랑이나 허세가 아니라 나름 진지한 계산 속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는 대목에 있어 보인다. 이번의 협상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대폭 인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모두 우리가 내는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 지적해 온 것처럼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안정추라는 건 기만이다.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들어간 작년에 가장 먼저 이루어진 조치는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었다. 미군이 있어서 평화가 유지되는 게 아니라, 평화가 오자면 미군의 행동부터 제어해야 한다는 게 진실이다.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존재할 근거가 없다. 최소한 지금 정도의 규모는 아닐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다면 이는 한미 관계의 바닥을 흔드는 행위다. 우리 정부 역시 소극적 대응을 벗어나 주한미군의 축소까지를 염두에 두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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